지긋지긋했던 수원삼성의 ‘행사 징크스’ 전진우가 끝냈다

[스포츠니어스 | 수원월드컵경기장=김귀혁 기자] 수원의 지긋지긋한 행사 징크스가 끝난 경기였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12라운드 수원삼성과 성남FC의 경기에서 홈팀 수원이 후반 추가시간 전진우의 극적인 골에 힘입어 성남을 1-0으로 잡고 홈에서의 2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결과로 수원은 9위까지 도약하며 이병근 감독 체제 2승 1패의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수원은 이날 승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지난 대구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함에 따라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측면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순위 외적으로도 의미를 부여할만했다. 바로 조성진의 은퇴식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조성진은 올해 1월 수원 구단과 계약 만료 소식을 알린 뒤 지난달 은퇴를 발표했다.

이 은퇴에 맞춰 수원 구단은 지난 12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조성진의 사인회와 함께 은퇴식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기 전 사인회를 진행했던 수원의 본부석 쪽은 긴 줄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사인회를 안내하던 관계자는 “17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한다”라면서 “16시 30분에 80명으로 한정하여 사인회 행사권을 배부했다. 그런데 그 이전부터 줄을 서고 계시더라. 80명의 행사권이 5분 만에 소진됐다”라고 밝히며 조성진의 은퇴를 축하하는 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전했다.

은퇴식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의 시작으로 현 수원 소속 선수들 뿐만 아니라 김민우, 산토스 등 조성진과 함께 몸을 담았던 선수들까지 전광판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구단에서 공로패와 함께 수원의 서포터스 ‘프렌테트리콜로’의 콜리더가 직접 나와 감사패까지 전달했다. 팬들은 이에 ‘5래5래 기억하조 성진’, ‘투지의 상징 NO.5 THANK YOU 조성진’이라는 걸개로 화답했다.

조성진은 “축구 선수의 마지막을 은퇴식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 기회를 만들어준 수원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내 선수생활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원에 입단할 때도 큰 도전이었다. 이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빅버드에서 인사드리고 싶다. 팬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조성진의 은퇴 소감에 눈물을 흘리는 아길레온. ⓒ스포츠니어스

이렇듯 조성진은 수원 팬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일본 J2리그 로아소구마모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성진은 카마타마레사누티와 콘사도레삿포로를 거쳐 2014년 수원에 입단했다. 영입 당시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데뷔 시즌에 37경기로 팀내 최다 출장 기록을 세우며 그의 진가를 과시했다. 2015 시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으며 군 복무 이후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가시마엔틀러스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헤더 득점을 기록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수원에 8년 간 있으면서 157경기를 뛴 조성진. 꽤나 오랜 기간 수원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이번 은퇴식 행사는 당연했다. 그런데 수원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지긋지긋한 ‘행사 징크스’다. K리그에서 오랫동안 명문으로서 입지를 구축한 수원은 그에 걸맞은 많은 레전드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레전드들을 위해 진행했던 행사도 꽤나 많았다.

대표적으로 곽희주의 은퇴식이 있다. 국내 무대로 한정하면 수원에만 몸을 담았던 곽희주의 은퇴식에서 전북현대를 상대한 수원은 0-2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전북과의 라이벌 구도가 막 생겨났던 시기에서의 쓰라린 패배였다. 백지훈의 은퇴식을 진행한 2019년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는 1-2로 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장호익의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을 기념한 뒤 펼친 수원FC와의 수원 더비에서 0-3 패배 속에 장호익은 이날 경기 퇴장까지 당했다.

수원의 ‘살아있는 전설’ 염기훈도 이 징크스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 2018년 프로 통산 100도움을 달성한 염기훈을 기념해 특별 유니폼 수여식을 가진 뒤 치른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3 패배했다. 2019년에는 염기훈의 수원 통산 300경기를 기념해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지만 경기에서는 전북현대에 0-4 대패했다.

이 기록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2020년 70골-70도움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뒤 대구와의 홈경기였다. 당시 특별 유니폼을 받으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 행사였지만 경기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염기훈의 K리그 통산 400경기를 기념한 뒤 진행한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1-2 패했다. 물론 승리한 경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수원의 모습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행사들의 분위기 대부분은 침울함만이 감돌았다.

팬들도 이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기장에 찾아온 수원팬 구자경(26)씨는 “이벤트와 상관없이 수원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오늘 성남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이벤트를 할 때마다 늘 좋지 않았던 징크스가 떠오른다. 오늘 경기 승리한 뒤 향후 이벤트가 있는 모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 수원의 레전드 염기훈과 관련된 이벤트가 앞으로 많기 때문이다”라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경기가 진행되자 ‘이벤트=무승’이라는 공식이 또 한 번 실현되는 듯했다. 경기 내내 성남에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며 기회를 만든 수원이었지만 골대 4번을 맞히는 불운 속에 경기는 무승부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때 전진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선언된 가운데 90+2분에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수원의 장내 아나운서는 전진우의 득점을 이렇게 화답했다. ‘조성진과 함께 수원의 승리를 향해!’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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