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버스맞이 응원, 6년 경력 구단 버스기사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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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팬들의 버스맞이 응원에는 숨은 뒷이야기가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전북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구스타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김도혁이 전반 헤더로 골을 뽑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김보섭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경기를 원하는 대로 풀어 나가지 못했다. 인천은 5승 4무 2패 승점 19점으로 선두 울산을 추격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세 경기에서 2무 1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은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으로 모여 들었다. 경기 전날 ‘파랑검정’ 측에서 선수들을 위해 버스맞이 응원을 펼치자는 공지사항을 올렸고 팬들이 이에 화답한 것이다. ‘파랑검정’이 공지한 오후 2시 20분이 되자 팬들은 주차장 앞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앙증맞은 응원 피켓을 만들어 온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모여 들었다.

박정현 콜리더는 “무엇보다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에게 사인 요청이나 사진 촬영 요청은 경기가 끝난 뒤 개별적으로 해달라. 이 자리에서는 응원만 하겠다. 또한 상대팀 버스가 들어오면 험한 소리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야유 정도만 해달라. 욕설은 자제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2시 20분부터 인천 선수단 버스가 들어오는 3시까지 화끈한 응원전을 선보였다. 구단에서는 응원전을 펼치는 팬들을 위해 직접 음료수를 실어 날랐고 전달수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팬들에게 인사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 선수단 버스는 오후 3시경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팬들의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팬들은 양쪽으로 도열해 버스를 타고 입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불렀고 이후 버스를 뒤쫓아 선수단 출입구까지 행진하며 노래를 이어나갔다. 인천 선수들은 차례로 버스에서 내리며 연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따. 델브리지는 팬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약 300여 명의 팬들이 몰렸지만 안전사고 없이 질서정연하게 응원전이 이어졌다. 이들은 곧이어 전북현대 선수단 버스가 입장하자 야유와 함께 응원을 이어나갔다.

이런 버스맞이 응원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 이후에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 응원이 이뤄진 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놀랍게도 코칭스태프에서 먼저 구단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수원FC 원정경기 현장에서 응원을 펼친 인천 팬들은 경기가 극적인 2-2 무승부로 끝난 뒤 선수단 ‘배웅 응원’을 했다.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버스에 탈 때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 장면 이후 선수단에서는 인천 팬들의 응원 열기에 감탄했다.

수원FC 원정경기에서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은 코칭스태프에서는 “과거처럼 홈 경기 때 버스맞이 응원도 한 번 부탁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코치진은 구단에 여러 의견을 제안하면서 버스맞이 응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코치진들은 2019년 이후 구단에 부임한 터라 인천 팬들의 버스마지 응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유튜브나 기사를 통해서만 이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이다. 조성환 감독도 평소 유튜브를 통해 과거 인천 팬들의 이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본 것으로 알려졌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구단이 서포터스에게 전했고 서포터스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2019년 이후 오랜 만에 버스맞이 응원이라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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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숨겨진 버스맞이 응원 노하우도 공개됐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지하 주차장은 경기장에 진입해 왼쪽 코너를 돌아야 한다. 이 코너 길목에서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잠깐의 순간을 위해 팬들은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이곳에 모였다.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도 선수단 1군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박주석 기사가 잘 알고 있다. 박주석 기사는 6년째 인천 선수단 버스를 운전하고 있고 버스맞이 응원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선수단은 2019년 이후 입단한 이들이 많지만 박주석 기사는 버스맞이 응원의 베테랑이다.

박주석 기사는 이날도 경기장에 진입해 팬들의 응원이 정점에 달하자 일부러 버스 속도를 줄였다. “팬들의 응원 열기를 충분히 느끼라”는 표현이었다. 박주석 기사는 일부러 경기장에 진입한 뒤 창문을 열고 팬들의 응원 소리를 선수들이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뒤 천천히 좌회전을 해 팬들이 버스를 뒤따라오며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한 명씩 차례로 내릴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마지막 선수가 내리자 환하게 웃었다. 박주석 기사는 “버스 맞이 응원, 버스 배웅 응원 때는 팬들의 아주 열정적인 응원을 선수들에게 전달시키려고 천천히 간다”면서 “또 2020년 마지막 경기였던 FC서울 원정처럼 팬들이 선수들에게 응원의 플랜카드를 걸어주는 등의 상황에서도 일부러 천천히 간다. 인천 팀을 모시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환 감독은 “이 장면을 내가 유튜브 영상으로 본 적은 있었다. 인천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면서 보게 됐다”면서 “그런데 이 장면을 실제로 접하게 됐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우리 선수들도 팬들의 힘을 느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코칭스태프의 제안과 이를 받아들인 구단, 그리고 현장에서 큰 목소리를 낸 팬들,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버스기사가 만들어 낸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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