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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FC안양의 에스코트 키즈는 특별했다.

FC안양과 안산그리너스는 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2 하나원큐 K리그2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승점을 1점씩 나눠가졌다. 안산 최건주가 선취골을 넣었지만 안양 조나탄이 동점골에 성공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무승부로 안양은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을 이어가게 됐고 안산은 13경기 연속 무승(7무 6패)의 깊은 부진을 끊지 못했다. 이날 무승부로 안양은 5승 5무 3패 승점 20점으로 4위를 유지하게 됐다. 개막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안산은 7무 6패 승점 7점으로 11개 팀 중 10위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FC안양은 의미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2주 전 김경중은 구단에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완화되면 우리 아이들을 경기장으로 초대해 에스코트 키즈 역할을 맡겨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안양은 이 의견에 귀 기울였고 여기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 취지에 더더욱 공감했다. 성적도 다소 침체기에 접어 들고 있어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도 선수들이 가족을 경기장에 초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FC안양에서는 “이왕 이렇게 할 거면 선수단 에스코트 키즈를 모두 선수들의 자녀로 구성해 보자”고 했다.

이날 안산전 에스코트 키즈는 모두 FC안양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의 자녀였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다른 경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다. 에스코트 키즈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고 자녀들의 엄마들이 살짝 떨어져 기념 촬영을 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아빠”라며 반갑게 선수들을 맞이했다. 외국인 선수인 아코스티까지도 두 명의 자녀, 아내와 함께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아코스티의 두 자녀는 안양 유니폼을 입고 아빠와 손을 잡은 채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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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선발 출장을 기대했던 선수들 중에 선발로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빠가 선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경기장에 와서도 에스코트 키즈로 나설 수가 없었다. 에스코트 키즈를 할 줄 알고 경기장에 왔다가 아빠가 선발 명단에 없다고 실망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왔다고 이우형 감독이 전략을 바꿔 백업 명단에 넣기로 한 선수를 선발 명단에 넣을 수도 없었다. 안타까운 건 처음 이 의견을 냈던 김경중도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김경중의 두 자녀는 아빠가 선발 출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선발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에 미혼 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FC안양에서는 선발과 백업 명단을 막론하고 선수단 전체에 “경기장에 올 자녀나 지인의 아이들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딱히 초대할 아이들이 없는 총각 선수들도 있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선수 중 정민기와 김동진, 홍창범, 박종현은 미혼이었다. 조나탄의 자녀도 아직 입국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김경중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자녀들에게 “아빠는 이따가 그라운드에 들어갈 테니 너희는 먼저 창범이 삼촌 손 잡고 들어가”라고 했고 홍창범은 김경중의 두 자녀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다른 총각 선수들도 코칭 스태프 자녀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김연건 코치의 자녀와 서준석 의무팀장의 자녀도 왔고 미혼 선수들은 이 아이들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양 팀 선수들이 선수 입장 직전에 그라운드 밖에 도열해 있을 때도 안산그리너스 선수들은 “네가 얘 아들이구나”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양 선수들도 “삼촌한테 인사해”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안양종합운동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미혼인 홍창범은 잠깐이나마 김경중 자녀 두 명의 손을 잡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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