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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천=김현회 기자] 부천 선수단 사이에서 은나마니의 애칭이 달라진 이유가 있었다.

부천FC는 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전남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에서 플라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은나마니와 한지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남을 2-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를 거둔 부천은 부산전 승리 이후 2연승을 내달리게 됐다. 부천은 9승 2무 2패 승점 29점으로 선두 광주를 승점 2점차로 추격 중이다. 특히나 지난 시즌 전남에서 사무엘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던 은나마니는 이날 후반 교체 투입돼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은나마니는 이날 후반에 기회를 부여 받아 친정팀을 상대로 펄펄 날았다. 은나마니는 이날 올 시즌 2호골을 뽑아낸 뒤 아내의 임신을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인상 깊은 하루를 보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은나마니는 최근 증세가 심해져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면서도 이날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은나마니의 아내와 첫 째 아이가 와 은나마니의 활약을 응원했다. 경기 후 은나마니는 “전남에서는 수비 역할을 맡아서 힘들었는데 부천에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맡아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부천 선수단 사이에서 은나마니의 애칭이 바뀐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평소 K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이름을 짧게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닐손주니어는 선수들 사이에서 ‘닐손’이라고 불린다. 현재 성남FC에서 뛰고 있는 팔라시오스는 ‘팔라’라고 부르거나 마누엘 팔라시오스를 줄여 '마누'라고 하는 게 보통이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이스칸데로프는 아예 등록명과 다르게 ‘자마’라고 불렸다. 지난 시즌까지 전남에서 뛰었던 사무엘은 올 시즌 부천으로 옮기면서 등록명을 은나마니로 바꿨고 선수단은 자연스럽게 동계 전지훈련지에서부터 그를 ‘은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훈련을 하면서 급한 상황이 되면 “은나”라고 크게 외치면서 은나마니와 소통했다. 선수단의 모든 이들이 그를 ‘은나’라고 불렀다. 하지만 동계훈련 도중 통역사의 이야기를 듣고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은나마니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 성함이 ‘은나’야.”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러면서 은나마니는 “하지만 날 우리 아버지 이름인 ‘은나’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너희들이 편하다면 그렇게 불러줘.” 나이지리아 출신인 그의 풀네임은 ‘온예디카추쿠 사무엘 은나마니’다.

결국 선수단에서는 “아무리 외국인 선수여도 우리가 아버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결국 그의 애칭도 달라졌다. 선수단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은나마니를 ‘은나’가 아닌 ‘마니’로 부르고 있다. 이제는 경기 도중 급한 상황이 되고 그를 “은나야”라고 크게 외치지 않고 예의를 갖춰 “마니야”라고 부른다. 부천 선수단은 은나마니도 내국인 선수와 똑같이 대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시라도 그를 경기장이나 부천에서 만나 사인 요청을 하려거든 팬들도 ‘은나’가 아닌 ‘마니’라고 불러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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