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공식 SNS

[스포츠니어스|김귀혁 기자] 대구의 태국 생활은 어땠을까.

대구FC는 4월 11일부터 5월 1일까지 태국 부리람에서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예선 일정을 마무리 짓고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F조에 우라와레즈(일본), 라이언시티세일러스(싱가포르), 샨둥타이샨FC(중국)와 같은 조에 속한 대구는 6경기에서 4승 1무 1패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조별예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ACL 조별예선은 중립 지역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상황에 다라 각 국의 방역 정책이 다른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태국 부리람과 방콕, 베트남 호치민, 말레이시아 조호르 등에서 조별 예선 경기를 진행했다. 대구가 속한 F조는 태국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모든 경기를 치렀다.

태국 부리람 지역은 수도이자 중부에 위치한 방콕과 달리 동부에 위치해있다. 보통 한국에서 부리람에 가기 위해서는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거쳐 국내선 비행기를 통해 들어가거나 버스로 이동한다. 하지만 부리람으로 향하는 국내선을 구하지 못해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움직이는 경우도 제법 있다. 흔히 ACL 원정에서 호주와 함께 지옥의 원정길로 통하는 곳이 바로 부리람이다.

다행히 대구는 이 경로를 따르지 않았다. 대구 관계자는 "인천에서 방콕 수완나품 공항까지 6시간을 이동했다"면서 "도착 이후에는 개최 클럽인 부리람 측에서 전세기를 준비해줬다. 그래서 전세기에 우리 구단과 함께 우라와레즈와 산둥타이샨 세 팀이 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이동해 부리람으로 넘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이동 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했으나 날씨가 문제였다. 태국은 방콕을 기준으로 연평균 기온이 30도가 넘나드는 기후다. 여기에 높은 습도와 간헐적인 집중 호우까지 자주 발생한다. 대구 역시 라이언시티와의 조별예선 6차전 경기에서 집중호우로 약 한 시간 가량 경기를 멈춰야 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경기를 펼치기에 꽤나 까다로운 환경이다.

대구 선수단과 함께 동행한 구단 관계자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습도가 높아서 선수들이 조금 힘들어했다"면서 "그래도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적응됐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지칠 우려가 있었다. 이를 위해 선수단 훈련 강도도 줄이고 회복 훈련도 병행하면서 조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식사는 다행히 잘 나 왔다"라며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제공을 해줬다. 그런데 몇 끼마다 김치찌개와 같은 한식에 밥 종류도 나왔다. 외국인 셰프임에도 김치찌개를 해주셔서 대부분의 선수단이 만족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컵라면이나 김 같은 식품도 챙겨서 식사에 대한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구FC 공식 SNS

이렇듯 낯선 환경에서도 대구 구단은 나름대로의 대처로 적응했다. 물론 이는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방역 상황에 대해 묻자 "작년과 동일하게 호텔 밖으로는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훈련이나 경기 이외에는 거의 호텔에서 대기했다"면서 "그래서 선수단 중에 누군가가 콘솔 게임을 가져와서 축구 게임을 하거나 보드 게임을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게임보다는 주로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며 당시 선수단의 모습을 전했다.

대구의 이번 ACL 조별 예선 성적은 4승 1무 1패였다. 겉보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법 우여곡절이 있었다. 1차전 산둥타이샨에 7-0 대승으로 상승세를 타나 싶었으나 2차전 라이언시티에 0-3 일격을 당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로 평가받던 상황에서 당한 충격적인 패배였다.

다행히 우라와레즈와의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둔 이후 산둥타이샨에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6차전에서 일격을 당한 바 있는 라이언시티에 폭우 속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국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짧은 시간에 대승과 의외의 일격을 반복한 가운데 결국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대구 관계자는 산둥과의 맞대결 당시를 먼저 떠올렸다. 산둥과의 조별예선 2차전에서 7골을 넣는 가운데 대구 SNS에는 득점을 알리는 게시글을 각 상황마다 업로드했다. 이 관계자는 "골이 많이 들어갔으니 바쁜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 기분 좋게 올렸다"면서도 "대신 업로드 할 때 나온 멘트가 점점 짧아졌다. 기존에 쓰던 양식으로 글을 올리는데 7-0 정도 되니 설명하는 멘트가 줄어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대구FC 공식 SNS

이후 가장 극적인 순간을 물어보자 당연하게도 라이언시티와의 마지막 경기를 떠올렸다. 위 과정을 설명한 관계자는 "사실 비가 오는 경기에서 이긴 기억이 많이 없었다"면서 "다행히 마지막에 역전하고 16강에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나도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만큼 정말 간절했다. 무승부 혹은 패배하면 거의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갈 때도 마음 편하게 비행기 타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다짐했다. 이후 경기가 종료되고 16강이 확정되니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선수단의 경기 전 다짐과 이후 분위기를 전했다.

한 마음으로 이뤄낸 16강 진출. 하지만 오는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구단 직원은 "부리람에 들어갈 때는 전세기를 마련해줘서 쉽게 넘어갔다"면서도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그런 것들이 없어서 구단에서 비행기를 예약하고 방콕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방콕까지 한 시간 비행 후 공항에서 5시간을 대기했다"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덧붙이며 "한국까지 6시간을 비행해서 왔다. 이후 인천에서 대구까지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도착했다"면서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행기가 뜨자마자 기절을 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후에 짐 다 챙기고 버스를 탄 뒤에도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고 밝혔다. 장대비 속 혈투에 따른 피로감에 그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부리람에서 출발해 대구까지 총 16시간이 소요됐다.

그렇다면 향후 선수단 일정은 어떻게 될까. 대구는 당장 5일에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른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은 한국 도착 후 PCR검사를 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내일 오후부터 정상 훈련을 진행한다. 8월쯤 돼야 전북현대와 16강 경기를 치르지 않나. 그전까지는 리그에 최대한 전념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극적인 순간만큼 많은 일화가 있었던 대구의 ACL 조별예선 원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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