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사 QUEST 중계화면 캡쳐

[스포츠니어스|김귀혁 기자] 결정적인 순간에 팬들이 큰 역할을 했다.

2021-22 영국 켄트주 질링엄 내 프리스트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 시즌 잉글랜드 리그원(3부리그) 46라운드에서 질링엄FC와 로더럼유나이티드가 맞붙었다. 경기에서는 원정팀인 로더럼이 에드몬드 그린의 선제골과 조지 켈리의 추가골에 힘입어 질링엄을 2-0으로 눌렀다. 이날 결과로 로더럼은 위건애슬래틱에 이어 리그 2위를 확정 지으며 다음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이날 로더럼은 챔피언십 다이렉트 승격을 위해 승리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3위 MK돈스가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MK돈스 역시 마지막 라운드 플리머스아가일FC를 상대로 5-0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만일 비기거나 패했을 경우 로더럼은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로더럼 입장에서는 간절함이 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경기. 이런 가운데 이 간절함은 선수단뿐만 아니라 팬들에게까지 나타났다. 전반 32분 수비수인 에드몬드 그린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앞서가고 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질링엄의 골문을 두드리며 추가골 기회를 만들었으나 오프사이드 불운 등이 겹치며 시간은 막바지로 흘렀다.

질링엄에게 극장 동점골을 허용할 경우 다이렉트 승격은 MK돈스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선수가 아닌 팬들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정규시간이 거의 흐른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오그베네가 상대 잭 터커를 따돌린 뒤 박스 안을 바라봤다. 그런데 상대 골문 뒤에 있던 로더럼 원정 팬들이 일제히 박스 안 쪽을 파고드는 조지 켈리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그들은 "저기야 저기"라며 켈리에게 패스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팬들의 움직임을 본 오그베네는 중앙으로 공을 건네줬고 이후 켈리는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다이렉트 승격의 마침표를 찍었다. 흥분한 켈리는 팬들을 향해 유니폼 상의를 벗으며 득점을 자축했고 팬들 역시 열렬한 환호로 이에 응답했다. 이후 로더럼은 이 두 골을 지켜내며 다음 시즌 챔피언십 승격을 확정 지었다.

선수와 팬의 상호작용이 빛을 발휘했던 순간이었다. 이에 경기 후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팬들이 반응했다. 한 팬은 "우리 모두 축구계 명장이지 않나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팬 역시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팬과의 상호작용은 축구가 주는 가장 최고의 것이다"라며 로더럼 팬들과 선수들을 추켜올렸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