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아산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아산=조성룡 기자] 이승우 대신 강민규였다.

30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 수원FC의 '축구보고, 공연보고!' 친선경기에서 양 팀은 전반전에 한 골씩 주고 받으면서 1-1 무승부로 90분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반 17분에 충남아산 강민규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앞서갔고 34분에 수원FC 이승우가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날 경기의 관심사 중 하나는 역시 이승우의 댄스 세리머니였다. 올 시즌 K리그 무대에 등장한 이승우는 골을 넣을 때마다 신나게 춤을 춘다. "어릴 때 많이 놀아봤다"라는 이승우의 춤은 매번 화제다. 충남아산이 이승우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름대로 이승우의 댄스 세리머니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날 행사의 2부 주인공이 영탁이라면 1부는 이승우인 셈이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들도 이승우의 춤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본인이 알아서 출 것"이라며 웃었고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은 "친선경기다. 오히려 이승우가 우리에게 골 넣고 춤을 추면 팬들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면서 즉석에서 "페널티킥을 이승우에게 차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도균 감독도 "차라고 해야겠다"라며 승낙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댄스 세리머니는 충남아산에서 나왔다. 전반 17분 강민규가 골을 넣고 나서 벤치 쪽 터치라인 부근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수많은 관중이 그의 춤 실력을 지켜봤다. 그 순간만은 강민규의 독무대였다.

그리고 17분 뒤 이승우가 골을 넣었다. 절묘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이 공을 이승우가 받아 넣었다. 이제 기대하는 그 세리머니가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오히려 골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 공을 주워 나왔다. 잠깐 기쁨을 나누고 다시 수원FC의 진영으로 돌아가 경기를 준비했다. 전반전 종료 이후 이승우는 교체되면서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9,278명이었다. 강민규는 약 만 명의 관중 앞에서 홀로 춤을 췄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민규는 "경기 전에 코치님이 퍼포먼스 하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라면서 "골을 넣은 이후 뭐할까 생각하다가 순간적으로 이승우의 춤이 생각났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즉석으로 춤을 췄다"라고 말했다.

강민규는 홀로 춤을 추고 난 다음 부끄러움 또한 감내해야 했다. "흥은 많은 편인데 춤은 뻣뻣해서 잘 못춘다"라는 강민규는 "만 명 앞에서 댄스 세리머니를 다 하고나니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유강현이 '꽤 잘 추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내 춤은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래도 강민규는 이날 친선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리그 경기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라면서 "수원FC는 확실히 좋은 팀이다. 전방에서 우리가 압박을 해도 다들 공을 잘 찬다. 쉽게 풀어나오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존경스러웠다"라고 마음을 표현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11경기에 출전해 두 골을 기록하고 있는 강민규지만 그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당돌하게 춤을 출 때와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문득 강민규가 춘 댄스 세리머니의 장르가 궁금했다. 이승우는 자신의 댄스를 "아무렇게나 생각해달라"고 했다. 이 질문을 던지자 강민규는 딱 한 단어를 말했다. "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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