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임기 한 달 남은 시장의 1억 예산 집행, 또 다시 수상한 용인시

백군기 용인시장 ⓒ용인시청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용인시가 또 다시 간(?)을 보고 있다.

경기 용인시는 지난 27일 프로축구단 창단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용인시는 28일 보도자료를 뿌리고 ‘5월부터 프로축구 구단 창단 기본계획’에 관한 연구 용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관내 축구 인프라 △K리그 현황 △프로축구단 연고지 적합성 △운영 방식 △기업구단 창단 시 지자체 지원 방안 등을 연구 용역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백군기 시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언론 노출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그냥 용인시에서 정치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의례적인 행사라고 생각한다. 용인시는 늘 이런 식이었다. 임기 내내 백군기 용인시장이 축구를 위해 한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지역내 용인시축구센터의 어린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면 축하하고 함께 트로피를 드는 것 외에는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백군기 시장의 ‘축구 사랑’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임기를 한 달 앞두고 갑자기 그가 언론에 전면적으로 나서 “프로축구단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백군기 용인시장(가운데)이 27일 용인시 프로축구단 창단 고나련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청

임기 한 달 앞두고 프로축구단 추진 시작한 시장의 속내는?
용인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프로축구단 창단 연구 용역 비용은 무려 1억 원이다. 임기를 한 달 앞둔 시장이 전면에 나서는 사업에 예산 1억 원이 집행됐다. 시장 재임 3년 11개월 동안 언급도 없던 프로축구단 창단을 임기 한 달을 남겨 놓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밝힌 프로축구단 연구 용역 비용은 통상적으로 2천만 원 선이다. 1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집행된 건 상식적이지 않다. 용인시는 연구 용역을 진행한 뒤 관내·외 기업에 구단 창단을 제안할 예정이고 기업들의 관심이 저조할 경우, 시민 구단 창단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연구 용역은 어차피 ‘답정너’다. ‘용인시민들이 원하니 프로축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귀결될 게 뻔하다. 시도민구단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나는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구단이 생기고 인프라가 넓어지는 건 환영한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진정성 없이 정치적으로만 구단 창단을 이용한 뒤 사라지는 건 환영할 이유가 없다. “‘용인시’가 ‘용인시’했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에도 뻔한 그들의 행동에 헛웃음이 나온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정말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려면 얼마나 축구단이 필요한지 그 절실함을 보여야 한다. 나는 용인시가 정말 프로축구를 하려거든 하부리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폼 나는 프로팀만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인가. 관중도 부족하고 경기장 환경도 열악한 상대팀 원정도 다니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성적을 내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게 순서다. 그런데 과연 용인시는 지금까지 축구를 위해 무얼했나.

과연 용인은 진정성이 있는가?
순서가 틀렸다. 최근 많은 사랑은 받는 김포FC를 보라. K3리그에서 구르고 땀 흘리며 기반을 다졌고 그 팀이 프로화에 성공해 잘 나가고 있다. 이 정도 근성과 정성은 있어야 한다. 김포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그 작디 작은 경기장에 가변석을 깔고 이제는 제법 프로팀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췄다. 안산그리너스는 경찰축구단을 받아들여 경기 운영 노하우를 배운 뒤 프로팀을 창단했고 충남아산FC도 마찬가지로 경찰축구단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하루 아침에 ‘짠’하고 프로팀을 만드는 건 편하지만 이제는 그게 정답이 아니다. 하부리그에서 의지도 보여주고 경험도 쌓아야 한다.

사실상 내년 시즌 K리그2 참가가 확정된 천안이나 청주를 살펴볼까. 천안은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놓고 다른 지자체와 경쟁할 때 프로팀 창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파격적인 공약이었고 그만큼 절실하다는 걸 보여줬다. 큰 사업을 유치하면서 내 건 공약이니 어길 수도 없었다. 청주는 프로축구연맹에 창단 의향서를 세 번이나 제출하고도 거부 당했다. 운영 기반이 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청주는 충북도와 청주시의 지원을 이끌어 냈고 프로화가 유력한 상황이다. 청주는 지금도 K3리그에서 청주FC라는 이름을 달고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용인을 뭘했나. 하부리그에 발도 담그지 않았고 지금껏 축구에 진심을 보인 적도 없다. 현재 K3리그와 K4리그에는 무수히 많은 팀들이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경기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다. 양주, 파주, 포천, 시흥, 화성, 양평, 고양, 여주, 평택 등의 경기도 팀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용인은 몇 억 운영비가 되지도 않는 하부리그 팀도 운영하지 않는다. 이 정도 성의는 몇 년 정도 보였어야 프로팀 창단의 목소리도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용인보다 훨씬 더 작은 지자체에서도 K3리그 팀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K3리그에서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화성이 프로화를 한다면 차라리 진심을 다해 응원했을 것이다.

용인시민체육공원
아직 혈세를 더 빨아먹을 기세인 용인시민체육공원. ⓒ용인시

‘답정너’ 용역, 용인시의 방법도 틀렸다
시장이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임기 한 달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예산 1억 원을 들여 갑자기 프로화를 외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마음이 꼬인 걸까. 참고로 다른 지자체에서 하부리그 팀 창단 열기가 생기던 2016년 용인시는 내셔널리그 용인시청 팀을 해체시켜버렸다. 연간 17억 원의 운영비 부담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삼았다. 17억 원도 아까워서 팀을 공중분해 시킨 팀이 이제는 연간 60억 원 이상이 드는 프로팀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성적 부진으로 팀을 해체시킨 이력이 있는 팀이 프로 무대에서 강등이라도 당하면 팀이 존속할 수 있을지 우려부터 된다.

방법도 틀렸다. 프로화를 이루려면 지역 내에서 축구 붐을 일으키거나 구단에 참여할 기업을 섭외하거나 세미프로 팀을 만들어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용인시는 1억 원짜리 연구 용역을 낸 뒤 11월 그 결과를 토대로 향후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후 기업을 유치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시민구단으로 창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어차피 ‘답정너’로 “프로구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날 텐데 선뜻 나서는 기업은 아직 없다. 백군기 시장도 “구단은 무조건 창단할 예정인데 아직 참여할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을 설득하겠다는데 지금까지 이런 방식의 창단은 본 적이 없다.

참 공교롭다. 백군기 시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인시장 재선 도전을 선언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장 공천결과 이건한 전 용인시의회 의장과 2파전을 치르게 됐다.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고 언론 노출 효과 하나하나로 희비가 갈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예산 1억 원을 집행해 그 동안 수면 위로 떠오른 적도 없는 용인시 프로축구단 창단 추진을 시작했다. 1년 전에만 추진했어도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을 텐데 재선 도전을 앞두고 이런 일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용인시는 백군기 시장의 이 행보를 보도자료로 제공 중이다. 만에 하나 백군기 시장이 재선에 실패하면 대대적인 최근 용인시의 행보도 촌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 후보의 공약에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연고 이전이 들어있었다.

용인에서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해프닝
쓴 웃음이 나오는 건 용인에서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래통합당 용인갑 국회의원 후보인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공약으로 SK프로축구단 용인 연고이전을 내걸었다. 당시 정찬민 후보는 공약을 통해 “SK프로축구 유치를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제주를 연고로 하는 SK축구단을 용인 연고로 변경해 창단을 추진하겠다. 용인축구센터는 SK가 사업부지로 인수, SK측이 축구센터를 2배 확장해 조성토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제주유나이티드는 “후보 측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용인시에서는 프로축구단 창단, 유치 등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현직 시장도 재선 도전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프로축구단 창단 검토를 선언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프로축구연맹에 그 어떤 창단 문의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 프로축구연맹은 창단 의사가 있는 지자체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창단 의향서 제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연맹은 프로팀 창단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고양, 천안, 청주, 평택 등에 방문해 시장 앞에서 발표를 진행했지만 용인으로부터는 그 어떤 문의도 없었고 따라서 소통도 하고 있지 않다. 용인시의 27일 간담회 이후 연맹 담당자는 “나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용인미르스타디움 건설에 3,218억 원을 들였다. 이중 토지보상비로만 무려 1,387억 원이 들었고 심지어 지하주차장과 보조경기장은 예산 부족으로 짓지도 못했다. 2018년 주경기장이 완공됐지만 보조경기장이 없어 전국체전도 열지 못하는 자격미달의 경기장으로 남아 있다. 건립 이후 마땅한 활용 방안이 없는 가운데 관중을 불러 모은 경기는 2019년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과 아이슬란드의 평가전, 여자 클럽 챔피언십 등 딱 두 번에 불과했다. 용인시는 예산 부족으로 짓지 못한 지하주차장과 보조경기장을 추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인도 없는 경기장을 지어 놓고 주인을 찾고 있다.

이제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용인시의 진정성을 본 적은 없다. 툭하면 축구를 이용한 공약을 남발하지만 지켜진 적은 없다. 여기에 세금 먹는 하마 같은 초대형 경기장은 이젠 계륵이 됐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용인의 일부 축구인들이 자기 이득에만 혈안이 돼 있다. 어떤 기업도 용인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진정성은 ‘1’도 보이지 않는 용인시는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1억 원을 투자해 또 다시 프로축구단 창단을 외치고 있다. 용인에서 프로축구가 열리는 멋진 광경을 늘 상상하지만 기대가 클 때마다 그 실망감은 더 컸다. 이번에는 제발 용인시가 또 다시 간만 보고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6VWX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