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FC1995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이 멤버로 수원FC를 이긴다고?"

지난 27일 부천종합운동장. 한 축구계 관계자는 경기 종료 직전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날 부천FC1995는 2022 하나원큐 FA컵 3라운드 부천FC1995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전반전 터진 최재영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부천은 5년 만에 FA컵 16강 진출과 홈 경기 최다 무패 신기록(9경기)을 세웠다.

이날 부천과 수원FC 모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FA컵에 전력을 쏟는 것보다 K리그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천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로테이션을 가동했다는 것이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덕분에 2부리그 팀 부천은 K리그1 팀인 수원FC를 꺾을 수 있었다.

부천이 단순히 1부리그 팀을 이긴 것 하나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이날 부천의 선발 라인업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더 놀랄 수 밖에 없다. FA컵에서는 K리그와 달리 U-22 카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부천은 U-22 카드에 해당하는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 그것도 모두 선발이었다.

이날 부천의 선발 11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U-22 카드였다. 이풍연을 비롯해 김규민, 이동희, 오재혁, 안재준이 22세 이하 선수다. 물론 이날 부천의 선제 결승골은 형들에게 나왔다. 최병찬이 찔러준 패스를 요르만이 받아 페널티박스를 헤집었고 최재영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 아슬아슬한 승부를 지켜내고 쏠쏠한 활약을 한 것은 이런 젊은 선수였다.

그렇다고 형들이 '노장'은 또 아니다. 부천의 선발 라인업에는 30대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1994년생인 요르만이었다. 국내 선수로 한정짓게 된다면 수비수 김정호가 1995년생으로 최연장자다. 부천은 후반 28분 최재영을 대신해 1990년생 조수철이 교체 투입돼 20분 가량 뛴 것이 유일한 '30대 출전선수'였다. 확 젊어졌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젊은 선수들의 '신분'이다. 지금까지 부천은 빠듯한 살림살이를 채우기 위해 임대로 선수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올해 부천의 임대 선수는 조현택 한 명 뿐이다. FA컵에 뛰었던 U-22 선수들이 모두 부천의 자산이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부천의 미래가 밝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FA컵 경기 전까지 이들은 '로테이션' 자원이었다. 경기 후 부천 이영민 감독은 "선발 명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 같은 경기였다"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젊고 가능성 보이는 유망주들이 이제는 무한 주전경쟁까지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의 의욕은 높다. 부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그라운드 위에서 작전판을 갖다놓고 전술과 작전을 토론할 정도다. 이런 모습 처음 본다"라고 귀띔할 정도다. 이른바 '잘 풀리는 팀'의 모습이다.

지난 시즌 이영민 감독은 부천에 부임하며 눈 앞의 성과보다 유소년과 젊은 선수 육성으로 경쟁력 있는 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시즌에는 K리그2 최하위를 기록하며 아쉬움도 남겼고 육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K리그, 특히 K리그2의 많은 구단들은 '육성'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육성을 통해 성적까지 나오는 등의 선순환 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일단 부천은 FA컵 경기에서 선순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여름의 고비만 넘긴다면 부천의 돌풍은 이제 태풍으로 격상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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