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축구단 공식 SNS

[스포츠니어스 | 김포=김귀혁 기자] 부산교통공사의 승리 비결은 남다른 정신력이었다.

27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는 부산교통공사축구단과 김포FC의 2022 하나원큐 FA컵 3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부산교통공사가 전반 9분 김소웅의 득점과 연장 후반 7분 이민우의 득점에 힘입어 박재우가 한 골을 넣는데 그친 김포에 연장 접전 끝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부산교통공사는 FA컵 16강 진출과 함께 다음 라운드 전남드래곤즈를 상대하게 됐다.

참 얄궂은 양 팀의 대진이었다. 보통 FA컵에서 프로팀과 세미프로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경우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한다. 경기장이나 선수단의 규모 등 객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두 팀 역시 김포는 프로 리그인 K리그2에, 부산교통공사는 세미프로인 K3리그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비유가 어울릴 법했다.

하지만 김포와 부산교통공사는 서로가 제법 익숙하다. 지난 시즌까지 김포가 세미프로인 K3리그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포가 올 시즌 프로로 올라오면서 작년과는 아예 다른 팀이 됐다. 지난 시즌에 K3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수 14명 만을 남긴 채 선수단을 새로 꾸렸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김포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전술했던 선수단뿐만 아니라 1,076석에 불과했던 관중석이 5,076석까지 늘어나는 등 규모 면에서 프로의 구색을 갖춰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교통공사가 지난 시즌 1승 1무로 김포 상대 우세한 전적을 기록한 것은 전혀 와닿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팀의 차이는 적어도 경기장에서 만큼은 드러나지 않았다. 3-4-3 전형으로 나선 김포는 노동건, 박태홍, 임유석이 단단한 스리백을 형성하며 기회를 엿 본 뒤 김포의 뒷 공간을 공략했다. 이민우와 김소웅은 강한 압박과 빠른 속도로 김포 수비진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줬다. 전반 9분에 터진 김소웅의 선제골 역시 지속적인 압박으로 상대 수비에 실수를 유발한 뒤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20분에도 이민우가 김포 수비진의 실수를 틈 타 공을 탈취한 뒤 득점과 근접한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후반 26분 김포 박재우에게 실점하기는 했으나 부산교통공사의 수비진은 실점 후 무너지지 않고 더욱 치열하게 김포를 상대했다. 이후 연장 후반 7분에 나온 이민우의 결승골은 공격에서의 적극적인 의지와 흐르는 공에서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이렇듯 경기 내내 모든 과정이 강한 의지와 집중력으로부터 구현됐다. 부산교통공사 구단 관계자도 "아무래도 사람들이 K3리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부산 역시 부산아이파크가 있다보니 시민들은 부산교통공사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선수들도 '이런 팀도 있다'라는 것을 FA컵에서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경기력의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 전에 자신감도 있었다. 김포와의 대진이 결정되고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사실 FA컵에서 다른 K3리그나 K4리그의 팀과 붙을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우리는 상위 리그의 팀과 붙고 싶어 했다. 상위 리그의 팀들은 리그에 집중하고 FA컵에 로테이션을 주지 않나. 여기에 하위 리그 선수들이 상위 리그의 팀과 붙으면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더욱 강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러한 자신감과 열정 사이에는 겸손함도 자리했다. 이 관계자는 "김포가 작년과는 확실하게 달라져 보인다"면서 "작년에 상대 전적이 좋았다고 해서 자신감을 갖기보다 오히려 더욱 조심스러웠다. 당시 김포와 지금의 김포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위리그다 보니까 항상 배우는 자세와 도전자의 정신으로 임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부산교통공사 김귀화 감독은 "K3리그나 K4리그 선수들이 가야 할 무대는 프로 무대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FA컵 무대는 세미프로 및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간절하다. 그들의 진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날 부산교통공사가 보여준 승리와 정신력은 다음 전남드래곤즈와의 16강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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