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의 든든한 지원군’ 김용현 버스기사의 소망

[스포츠니어스 | 김포=김귀혁 기자] 부산교통공사의 승리 뒤에는 든든한 서포터즈가 있었다.

27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펼쳐진 2022 하나원큐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이 김포FC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부산교통공사는 전반 9분 김소웅의 선제골로 앞서간 뒤 후반 7분 김포 박재우에게 실점하며 1-1 동점인 가운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후 연장 후반 7분 이민우가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프로팀인 김포를 잡아냈다.

사실 경기 전부터 김포의 우세가 예상됐다. 비록 지난 시즌까지 같은 K3리그에서 경쟁했던 두 팀이었지만 이후 김포는 프로화의 길을 걸으며 올 시즌부터 K리그2에서 활약 중이다. 이에 따라 선수단이나 팬의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부산에서 김포의 먼 거리와 평일 경기임을 고려하면 이날 김포솔터축구장에는 김포FC를 연호하는 함성만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경기 내내 열정적인 목소리로 부산교통공사를 응원하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가며 선수의 성을 뺀 채 이름만 부르는 등 제법 부산교통공사를 잘 알고 있는 팬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팬은 원정석이나 일반 관중석이 아닌 본부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이후 가까이 다가가자 이 팬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다른 부산교통공사의 팬보다 더욱 팀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코치진을 제외하고 선수단과 가장 많이 이야기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장 120분 내내 열렬히 부산교통공사를 응원했던 팬은 바로 부산교통공사의 버스 기사인 김용현 차량 팀장이었다.

사실 <스포츠니어스>가 김용현 씨를 만나고 싶은 것은 그의 남다른 열정 때문이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인 부산광역시축구협회 김경수 부회장과 경기를 관전한 김용현 씨는 시종일관 이야기꽃을 피우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후반 20분 이민우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하자 “민우야 민우야 됐다”를 외치다가 득점하지 못하자 “아!”하고 깊은 탄식을 냈다.

후반 23분 이제승을 빼고 안재훈을 투입하자 그는 “재훈이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연장 후반 7분 이민우가 김포의 골망을 흔든 뒤에는 흥분하며 김경수 부회장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선수단을 운송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구단 버스 기사가 경기를 보며 이토록 흥분한 광경은 흔치 않았다. 여기에 선수들에게도 성을 뺀 채 친근하게 이름만 부르는 등 보통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에 김용현 씨는 “선수들하고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나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다가온다. 팀 분위기도 굉장히 좋다. 특히 경기 이후 휴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이 생활하고 있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숙식하는 반면 나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만 차이가 있다. 나머지 일정은 거의 선수단과 동일하다”며 막역한 사이임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20번을 달고 있는 박태홍이 장난을 많이 친다”면서 “원래 우스갯소리나 농담을 잘한다. 그런 농담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도 많이 살리는 편이다. 가령 태홍이가 나에게 ‘삼촌’이라 부르고 내가 ‘왜?’라고 답하면 태홍이는 ‘좋아서요’라고 말한다. 평범한 이야기를 해도 말 자체를 웃기게 잘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토록 선수단과 막역한 사이를 지내고 있는 김 씨. 놀라운 점은 그가 부산교통공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빨리 선수단과 친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김용현 씨는 “사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했었다”며 말문을 뗐다.

이후 김 씨는 덧붙이며 “잠깐이지만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구단 특유의 분위기를 잘 아는 것 같다”면서 “또 축구를 했다 보니 감독님이나 부회장님과 이야기하면 서로 아는 사람이 연관되더라. 누군가의 선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후배가 되는 관계가 많다. 서로 아는 사이가 많다 보니까 그만큼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선수 생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김 씨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빠르게 구단과 선수단에 녹아들 수 있었다. 사실 그가 훈련과 경기마다 운송하는 선수들이 결국 축구계 후배이다. 어쩌면 선배로서 축구단 특유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마음까지 잘 헤아릴 수 있었다.

패배 이후 선수단 버스의 분위기를 물어보자 김용현 씨는 “선수로서 그 기분을 너무 잘 안다”면서 “원정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아무래도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게 된다. 어른이 돼서 분위기도 못 잡으면 안 되지 않나. 그런 분위기에서 농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최대한 분위기에 맞춰서 소임을 다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대로 승리 이후의 분위기를 묻자 그는 해맑게 웃으며 “부산 내려가면서 특정 선수에게 ‘오늘 이겼으니까 노래 한 곡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우리 팀에 안상진 같은 선수들이 즉흥적으로 거기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면서 “그 정도로 우리는 분위기가 참 좋다. 다른 팀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있어 본 결과 선수들이 다른 팀에 선뜻 가기를 주저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김용현 씨에게 박승욱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표정은 진지하게 바뀌었다. 박승욱은 이강현과 함께 부산교통공사에서 K리그1으로 넘어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김 씨는 “승욱이를 보면 뿌듯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다 후배들이고 어린 조카들이다. 이 선수들이 승욱이처럼 열심히 해서 K리그2나 K리그1에 입성하고 금전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속마음을 꺼냈다.

그의 선수단에 대한 진심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부산교통공사 선수단에 해주고 싶은 말을 요청하자 김 씨는 “경기 하나하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다치지 않고 팀 전체가 시즌 끝날 때까지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그게 내 바람이다”라고 답했다.

이후 꿈에 대해서 묻자 김용현 씨는 옅은 미소와 함께 “내 나이가 오십이 넘었다”면서도 “계속 일하다 보니까 이 선수들하고 1년 사이에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내가 나이가 들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계속 부산교통공사축구단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그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부산교통공사는 김포에 2-1 승리를 거뒀다. 승리 확정 직후 김 씨는 김경수 부회장과 함께 운동장으로 들어가 선수단과 기쁨을 만끽했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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