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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보은=김현회 기자] “잔디 밀도가 이 정도면 전국 최고 수준이죠.”

24일 보은공설운동장에서는 2022 K4리그 대전하나시티즌B와 고양KH축구단의 경기가 열렸다. 대전하나시티즌B는 4승 3패 승점 12점으로 리그 5위를 기록 중이었고 고양KH축구단은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리그 선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두 팀이 격돌했다. 대전B는 올 시즌 K4리그에 새롭게 참가하면서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롭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날 대전B는 고양KH축구단과의 경기에서 김운과 고민성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올 시즌 열리는 대전B의 네 번째 K4리그였다. 대전B는 올 시즌 K4리그 개막 이후 대전이 아닌 보은에서 꾸준히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유가 있다. K3리그 대전한국철도가 올 시즌부터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한밭운동장이 철거되면서 대전한국철도와 대전B가 함께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함께 쓰기로 하면서 대전B는 고민 끝에 일단 K4리그 개막을 보은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봄이 지나고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천연잔디 경기장을 자주 사용하면 잔디 생착이 어렵다. 봄에 잔디가 망가지면 여름 이후에도 잔디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전B는 이 상황을 고려해 날이 쌀쌀한 시기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기에는 K3리그 대전한국철도만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쓴다. 대전B는 개막 이후 보은에서 다섯 경기를 치른 뒤 내달 12일부터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으로 돌아가 홈 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대전B는 대전 클럽하우스에서 차량으로 약 40~50분을 이동해 보은공설운동장에서 홈 경기를 치른다. 거리상으로 나쁘지 않은 환경인 가운데 대전 선수단은 보은공설운동장의 환상적인 잔디에 만족하고 있다. 최근 K리그가 잔디 문제로 논란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보은공설운동장은 K리그 경기장과 비교해도 상위권을 자랑할 만한 잔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B 관계자는 “잔디가 대단히 좋다”면서 “이런 경기장은 K리그에서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웃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보은공설운동장의 잔디는 완벽에 가까웠다.

대전B 관계자는 올 시즌 네 번째 보은종합운동장 홈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은공설운동장 잔디 밀도는 한국에서 최고 수준이다”라면서 “이렇게 잔디 밀도가 높은 경기장을 찾기가 어렵다. 경기 전날 잔디를 깎으면 다음 날 미세하게 자라난 잔디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피로도를 느낄 정도로 잔디 밀도가 높다. 그래서 경기 당일 아침에 잔디를 깎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은군청 스포츠산업과에서 철저하게 잔디를 관리하고 있는 덕분에 보은공설운동장은 최상의 잔디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보은공설운동장은 지붕이 관중석만을 덮고 있어 채광이 완벽하고 여기에 통풍도 전혀 문제가 없다. 탁 트인 구조라 잔디 생육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WK리그 보은상무 홈 경기를 제외하면 이 경기장을 쓰는 팀이 없어 잔디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대전B팀은 보은공설운동장 바로 옆 보은스포츠파크 천연잔디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훈련을 하고 보은공설운동장에서 K4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다. K3리그 청주FC도 보은스포츠파크에서 꾸준히 훈련을 하고 있다. 인근에 보은스포츠파크 잔디구장이 있어 공식 경기를 제외하고는 보은공설운동장은 잔디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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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이렇게 축구 인프라에 진심인 건 스포츠 산업을 통한 수익 증대의 효과를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은군은 현재 WK리그를 비롯해 전지훈련과 엘리트 대회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보은공설운동장 바로 옆에 천연잔디 구장 하나를 더 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대전B 관계자는 “이 경기장 스프링클러도 전국에서 가장 수압이 좋다”면서 “더 많은 축구팬들이 알아야 할 경기장이다”라고 웃었다. 경기장의 촘촘하고도 푸른 잔디는 이 경기장 환경이 K리그보다도 좋다는 걸 확실히 눈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대전B는 다음 경기까지만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치른 뒤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으로 복귀한다.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잔디가 이제는 날이 풀리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했고 대한축구협회 규정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는 K3리그와 K4리그에 “홈 경기의 30%만 연고지 외에서 치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전B는 규정상 다섯 경기만을 연고지를 벗어나 치를 수 있고 보은에서 다섯 경기를 채운 뒤 안방으로 돌아간다. 이후부터는 대전한국철도와 격주로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협회의 이 규정은 하부리그에서도 연고지 개념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FC서울도 B팀을 운영해 K4리그에 참가하는 방안을 고민했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 FC서울은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K4리그 홈 경기를 정기적으로 치르려고 했지만 클럽하우스 주소지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라는 이유로 다섯 경기 이상 치를 수 없었다. 결국 FC서울은 홈 경기장 문제로 올 시즌 K4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전B는 임시로 다섯 경기만 보은에서 치르고 대전으로 돌아간다. 대전은 임시로 보은에 둥지를 틀었지만 인프라에는 대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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