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또 다시 ‘올스타전병’ 도진 K리그, 학습효과 없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토트넘이 한국에 온단다. 토트넘은 오는 7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전을 치른다. 그런데 그 상대가 황당하다. K리그 올스타다. 연맹은 “이번 경기는 K리그와 쿠팡플레이 간 협력관계 강화는 물론, K리그 대표 선수들과 토트넘의 맞대결을 기대해 온 국내 축구팬들을 위한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친선경기는 쿠팡플레이와 피치 인터내셔널이 주최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일환이다. 토트넘이 와서 자선 사업을 하건 축구를 하건 크게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7월에 K리그 올스타가 토트넘과 친선전을 한다는 건 반대다.

K리그 대표 선수들로 구성되는 선발팀을 편하게 ‘올스타’라고 부르지만 이번에도 연맹은 이 팀을 ‘팀K리그’라고 명명했다. 그런다고 올스타전이 올스타전이 아닌 건 아니다. 말만 ‘팀 K리그’지 ‘K리그 올스타’가 참석하는 경기다. 한창 K리그가 시즌 중인 상황에 K리그 올스타전이 열린다니 황당하다. 이 정도면 올스타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올스타전병’에 걸린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언제적 올스타전인가. 아직도 AC밀란을 초대해 국가대표 팀을 꾸려 상대하던 1990년대에서 발전한 게 없다.

 

ⓒ프로축구연맹

한 달에 7경기 해야하는 7월, 그 사이 친선전을 하겠다고?
일단 해외 프로팀을 초청하는데 K리그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올드한 발상이다. 해외에서 프로팀을 불렀으면 우리나라에서도 K리그 팀 중 한 팀이 나서는 게 맞다. 왜 K리그 전체가 그들의 축제에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가. 실력과 명성을 떠나 일개 프로팀이 내한한다고 K리그 전체가 그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해외 유명 팀들을 초청해 K리그 올스타가 나서 이득을 본 적이 있나. 결국 이런 경기에서 주인공은 K리그가 아니라 해외 초청 팀이었다. 이런 경기에서 ‘팀 K리그’는 들러리,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할 뿐이다.

‘팀 K리그’를 구성해 토트넘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사고일뿐더러 올 시즌 K리그 일정을 보면 이런 경기는 더더욱 환영할 수 없다. 토트넘이 방문하는 7월은 말그대로 살인적인 K리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7월의 푹푹 찌고 습한 그 날씨에 K리그 팀들은 한 달 동안 7경기씩을 치르는 강행군이다. 많은 선수들의 차출이 예상되는 울산과 전북을 예로 들어볼까. 울산은 7월 2일 포항 원정을 치른 뒤 5일 홈에서 강원전을 치르고 9일 대구로 가 경기를 펼친다. 그리고 17일 다시 홈에서 수원삼성과 대결하고 23일에는 제주로 내려가 경기를 한다. 26일에는 김천 원정, 29일에는 강원과의 홈 경기가 예정돼 있다.

전북은 어떨까. 2일 김천 원정을 시작으로 6일에는 서울에서 원정 경기를 펼친다. 9일에는 안방으로 돌아와 인천과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고 17일에는 안방에서 성남을 상대한다. 23일에는 포항과 홈 경기를 펼치고 26일 다시 수원으로 떠나 수원FC와 원정경기를 한다. 이틀을 쉬고 29일에는 안방에서 다시 제주와 맞붙는다. 두 팀만 그런 게 아니다. K리그1에 임하는 모든 팀들이 올 시즌 혹독한 일정 탓에 힘겨워하는 가운데 7월에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은 11월에 월드컵이 열리는 탓에 2월에 일찌감치 리그를 시작했다. 여기에 오는 9월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도 있다.

이 경기는 과연 좋은 이벤트인가
도저히 일정을 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7월 셋째 주가 K리그의 짧은 일주일 휴식이었지만 연맹은 이 기간에 토트넘과의 경기를 잡았다. 7월 달에 한 경기라도 덜하게 해주는 게 선수들을 위한 배려인데 연맹은 여기에 토트넘전을 끼워 넣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 이 일정은 무리다. 여기에 7월에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축구대회)도 예정돼 있다. 토트넘전은 그냥 친선전이지만 동아시안컵은 A매치다. 중요도로 따지면 훨씬 더 중요한 대회다. 개최지 중국이 개최를 포기해 한다, 만다 말이 많은 대회지만 EAFF는 한국이나 일본, 카타르 등에서 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은 유독 아킬레스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는 안타까운 선수들이 여럿 발생했다. FC서울 고요한을 비롯해 지언학(김천), 에드가(전 대구), 디노(강원) 등이 큰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다. 잔디가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선수들은 너무 이른 2월에 시즌이 개막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에 임한 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속된 말로 갈아 넣으면서 2월에 시즌을 시작했으면 한 여름에 조금이라도 휴식을 줘야하지 않을까. 도저히 선수들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정이 심각하다.

일개 프로 팀이 내한하는데 K리그 전체가 대표 선수를 선발해 경기를 하는 것도 황당하고 그게 7월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연맹은 이 경기를 잡으면서 “이번 경기는 K리그 대표 선수들과 토트넘의 맞대결을 기대해 온 국내 축구팬들을 위한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게 좋은 이벤트라는 건 어디까지나 지구 반대편 연고도 없는 런던의 축구팀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이 경기는 토트넘, 연맹, 쿠팡플레이에만 이득인 경기이지 K리그 구단과 팬, 그리고 리그 전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왜 남의 잔치에 자꾸 이렇게 K리그가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왜 과거 경험을 통해 학습하지 못하나?
토트넘이 와서 친선전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당연히 관중이 가득 들어찰 것이다.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고 해리 케인이 공을 잡으면 관중석에서 플래시가 터질 것이다. 이 경기는 토트넘이 한국에 사는 명예 영국인들에게 자신들을 제대로 홍보하고 알리는 경기가 될 것이다. 명예 영국인들이 언제 실제로 토트넘의 경기를 볼 수 있겠나. 그 사람들에게 토트넘이 홍보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티켓 수익을 얻는 연맹과 쿠팡플레이도 금전적으로 상당한 이득이다. 하지만 K리그는 얻는 게 없다. 유명 해외팀을 초청해 신규 팬 유입을 늘리자고? 그럴 거면 수원삼성과 바르셀로나가 격돌했을 때부터 팬들이 늘었어야 했다.

이런 식의 경기로 K리그가 홍보된다는 건 이미 여러 번 실패한 전례가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를 초청해 K리그 올스타와 맞대결한 경기에서 역사에 남은 건 리오넬 메시 뿐이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연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고 K리그는 바르셀로나와 리오넬 메시의 잔치에 들러리 역할만 했다. 2017년에는 K리그 올스타를 구성해 베트남 원정을 떠나 베트남 U-22 팀과 경기를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K리그 올스타는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0-1로 패하며 굴욕을 당했다.

당시에도 K리그는 한 여름에 빡빡한 경기를 치르고 베트남까지 날아가 올스타전에 임해야 했다. 2019년에는 그 유명한 ‘호날두 노쇼 참사’가 벌어졌다. 세상에 어떤 팀이 경기를 하는데 한 시간이나 지각을 해 만원 관중을 기다리게 하나. 간판 스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출전도 하지 않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K리그가 올스타를 구성해 얻은 이익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보자. 당장 유벤투스전만 봐도 호날두 노쇼만 화제가 되고 호날두의 플레이를 못 봤다고 돈 날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모든 화제는 상대팀이었다.

ⓒ프로축구연맹

토트넘전? 명예 영국인들을 위한 들러리
이런 올스타전이 K리그 홍보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통해 학습효과라는 게 있어야 한다. 물론 연맹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거다. 다만 엄청난 비판 속에서도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금전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꾸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안타깝고 화가 난다. K리그 올스타가 등장하는 경기는 또 상대팀이 주인공이 될 게 뻔하다. K리그 구단들은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선수가 ‘팀 K리그’에 뽑히면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 애초에 전구단의 동의를 받고 한 일도 아닌데 팬과 미디어가 뽑은 자랑스러운 K리그 대표선수(?)를 구단이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 번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더 이상 K리그 올스타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하프타임에 이어달리기를 하는 건 그냥 한 때의 추억으로 담아놓는 편이 낫다. 수원삼성과 FC서울 팬들이,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 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을 펼치는 K리그 잔치는 열릴 수가 없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는 ‘우리 함께 K리그를 즐겨봐요’라는 문구도 통하질 않는다. 이제는 그냥 각 팀이 격돌하는 전쟁일 뿐이다. 더더군다나 일개 해외 프로팀이 내한하는데 여기에 K리그 올스타를 구성해 K리그 잔치를 열고 홍보를 하겠다고? 여러 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게 될 리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우리가 또 다시 지구 반대편 명예 영국인들을 위한 들러리를 자처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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