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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수원=명재영 기자] 수원의 부러진 날개는 치유될 수 있을까.

수원삼성의 부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원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8라운드 전북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31분 김진규에게 결승 골을 허용하면서 0-1로 패배했다. 지난 2라운드에서 수원FC를 꺾은 후로 6경기 무승이다. 승리하지 못하는 동안 4번의 무승부로 승점 4점이라도 쌓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수원의 현 상황은 처참하다. 8경기에서 1승 4무 3패를 거뒀다. 득점은 경기당 1골에도 미치지 못하는 7골에 그쳤다. 그나마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승점 1점이라도 챙기는 경기가 많았다. 원인은 복잡하다. 제일 뼈아픈 것은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점이다. 김민우, 정상빈 등 지난 시즌의 핵심이 이적으로 빠져나간 것을 차치하더라도 내부 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중원의 핵심인 사리치는 개막전에서 5분 만에 부상으로 실려 나가 한 달 뒤에나 돌아올 수 있었다. 공격진의 중심인 김건희 또한 첫 경기 다이렉트 퇴장으로 흐름을 타지 못했다.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던 최성근도 4경기 만에 큰 부상으로 쓰러졌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매 경기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선수단 운영에 있어 불운이 크다. 그러나 수원의 부진은 이번 시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박건하 감독이 부임한 2020년 후반기부터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 힘차게 날아올랐던 수원은 지난 시즌 중간에 있었던 긴 휴식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추락했다.

이 흐름은 기록이 정확히 증명한다. 수원은 지난 시즌 5월까지 치른 리그 19경기에서 9승 6무 4패 승점 33점으로 선두 울산현대에 승점 4점 뒤진 리그 3위를 달리고 있었다. 5월 29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둔 후 두 달의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진 수원은 7월 20일 수원FC와의 수원 더비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수원은 휴식기 이후 리그 19경기에서 3승 4무 12패를 기록했다. 전반기에 벌어놓은 승점 덕분에 턱걸이로 파이널 A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파이널 라운드에서 수원은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이번 시즌까지 기록을 넓히면 수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현재까지 단 4승을 거둔 셈이다. 지난 시즌 12위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광주도 지난 시즌 후반기에만 6승을 거뒀다. 선수단 전력을 탓하기에는 기간과 내용 그리고 기록까지 모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임 초반보다도 떨어진 조직력과 기동력, 누구나 예측 가능한 3-5-2 전술 운영 등 박건하 감독의 팀 운영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2020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과 지난 시즌 전반기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분명 성과이지만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성과가 잊힐 만큼 악몽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수원에 더 아픈 것은 이러한 부진이 더 이상 리그 내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원 같은 빅클럽이 살아나야 한다'와 같은 이야기도 지난 10년의 세월 속에서 진부한 표현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의 목소리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이대로라면 강등에 대한 걱정도 무리가 아니다. 때마침 이번 시즌부터 승강 플레이오프가 리그 10위까지 확장됐다.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수원으로서는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험난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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