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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김현회 기자] 울산현대가 안전과 방역 수칙을 지키며 성공적으로 ‘유니폼 이벤트’를 진행했다.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울산현대와 수원FC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은 전반 이른 시간에 수원FC 김승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전반 김민준의 득점과 후반 바코의 역전골에 힘입어 홈에서의 첫 승을 이뤄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지난 성남FC와의 경기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리그 선두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반면 수원FC는 개막 후 3연패에 빠지며 이날도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 하루 전인 지난 달 28일 울산현대 김태환은 자신의 SNS에 스토리를 게시했다. ‘2022년 서포터즈석 팬증대 공약’이었다. 김태환은 “울산 빅크라운의 서포터즈석을 가득 채워주세요! 홈 경기 승리 때마다 팬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서포터즈석에 해당 경기 제 실착 유니폼을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김태환은 팀 동료 김영권의 계정을 태그했다. 김영권도 곧바로 화답했다. 김영권은 김태환의 계정을 태그한 뒤 ‘together’라는 문구와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김태환이 스스로 낸 아이디어였다. 구단 관계자는 “어제(28일) 저녁 김태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면서 “‘서포터즈석 팬 증대 공약’을 내걸고 싶다. 이 캠페인을 진행해도 괜찮겠느냐고 문의를 해와 ‘너무 좋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구단이 강요한 이벤트가 아니라 선수 스스로가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한 끝에 구단에 먼저 제안한 이벤트였다. 팬들에게 전달하는 실착 유니폼은 모두 선수의 자비로 부담한다.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선수들은 통상적으로 구단으로부터 2~3벌의 유니폼을 지원받고 나머지 유니폼은 자비로 부담한다. 마킹과 패치 등을 모두 포함하면 한 벌당 158,000원이다.

구단 관계자는 “홈에서 올 시즌 기본적으로 18경기를 한다”면서 “그래도 홈 승률이 70%는 되는데 그러면 유니폼이 아무리 못해도 12벌 이상은 필요하다. 선수가 자비로 180여만 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렇게 팬들을 생각하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웃었다. 김태환은 이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동료들에게도 전파할 예정이다. 첫 번째 캠페인 상대로 김영권을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환은 앞으로도 경기가 열릴 때마다 동료들과 함께 ‘서포터즈석 팬 증대 공약’ 이벤트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환과 김영권은 경기 후 약속을 지켰다. 경기 종료 후 울산현대 선수단은 관중석을 돌며 승리 세리머니를 했고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과거 울산에서 뛰었던 박주호와 김건웅, 김승준, 정재용이 인사를 하러 왔다. 이후 김태환과 김영권은 다시 홈 관중석으로 다가왔고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에 따라 유니폼 전달식을 이어나갔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도 혼잡하지 않게 안전하게 유니폼을 전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수의 땀이 묻은 유니폼이 관중석으로 날아간다는 건 방역에도 어긋나는 일이었고 이를 잡기 위해 관중이 뒤엉킬 경우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하지만 울산현대는 묘책을 냈다. 울산은 미리 사인볼을 준비했고 김태환과 김영권이 이를 순서대로 관중석으로 찼다. 이 공을 잡은 관중에게 선수들의 실착 유니폼을 따로 전달하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사인볼이 곧 유니폼 교환권이 되는 것이었다. 이 둘은 소감과 함께 차례대로 관중석으로 사인볼을 찼다. 김태환은 “우리 안방에서는 그 누구도 기를 펴지 못하도록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고 관중은 환호했다.

그가 찬 사인볼은 관중석으로 날아간 한 팬에게 안겼고 이 팬은 김태환 실착 유니폼 교환권을 대신하는 이 사인볼을 옆에 있는 어린 관중에게 전달했다. 이 관중은 안전요원을 거쳐 김태환 실착 유니폼을 관중석 하단에서 전달받았다. 안전과 방역 수칙을 모두 준수하면서 실착 유니폼이 관중에게 전달되는 생생한 과정이었다. 김태환이 유니폼을 벗어 전달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전과 방역 수칙 모두 잡은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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