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FC서울 오스마르 “다른팀 선수들에게도 롤모델 되고 싶어”

[스포츠니어스 | 영덕=김귀혁 기자] K리그에서 외국인의 존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팀의 전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존재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K리그를 교두보 삼아 유럽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선수는 반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태국 타이리그1의 부리람유나이티드를 거쳐 한국에 입성했다. 독특한 이력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벌써 한국에서 8시즌 째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국적도 K리그에서는 흔치 않은 스페인 출신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위 이력의 주인공인 오스마르를 FC서울의 전지훈련지인 경북 영덕에서 직접 만났다. 저녁 메뉴로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먹고 왔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 돼야해”

지난해 서울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시즌 초반 기성용을 필두로 리그 선두권에 안착했으나 이후 부진의 터널이 길어졌다. 한때 리그 순위표 맨 아래 자리하기도 했다.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갔던 2018년의 동시간대와 비교하여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 서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안익수 감독이었다. 짧은 시간에 강한 응집력으로 팀을 재정비시켰다. 부임 이후 리그에서 1패만을 기록하며 팀에 위닝멘탈리티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런 안익수 감독의 지도 철학 중 하나가 바로 강한 훈련이다. 안익수 감독의 동계훈련을 처음 맛 본 오스마르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스마르는 “우리가 좋은 길을 가고 있음을 느낀다”라며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팀의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안익수 감독의 특별 배려에 감명을 느꼈다고 전하며 “감독님께서 항상 나를 챙겨주신다. 피로도가 많이 쌓이지 않도록 항상 훈련 강도에 대해 물어보신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 덕에 불만을 표출하기는 어렵다”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선수들에게는 강도가 조금 센 것 같긴 하다”라며 특유의 지도 스타일은 아직 살아있음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안익수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강한 훈련량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전 연령별 대표팀에서 안익수 감독을 겪었던 조영욱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오스마르도 과연 그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는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라며 운을 뗀 뒤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라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부분을 최대한 이행하면서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며 훈련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음을 밝혔다.

한국 생활 8년차, 35세의 베테랑 오스마르

오스마르는 한국 나이로 어느덧 35살이다. 훈련량 많기로 유명한 안익수 감독도 오스마르 만큼은 절충하며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개인의 몸 관리도 철저히 할 때이다. 이에 오스마르는 “지금 내 나이 정도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컨디션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쉬는 시간에 스트레칭과 같은 추가적인 개인 훈련도 해야한다. 그 외에 식습관도 신경 쓰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몸상태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만큼 몸 관리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 같다. 항상 완벽한 상태에 근접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본인만의 비결을 밝혔다.

ⓒ오스마르 개인 SNS

한국에서 8년을 보낸 오스마르. 이미 한식에 익숙해져 있을 연차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자가격리를 했을 시기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식에 대한 애정을 밝힌 바 있다. 오스마르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지 못해서 구단에서 도시락을 제공해줬다. 그러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식 위주일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한식이 살찌기 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당분이나 소스가 들어간 것들은 최대한 자제한다”라며 “적절한 탄수화물과 함께 최대한 많은 단백질을 먹는다. 어떤 음식들이 몸에 안 좋은지 알기 때문에 나만의 가이드라인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오스마르는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한국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자가격리는 쉽지 않다. 특히 시즌을 마치고 고향에 갔다 오면 격리 과정은 필수로 거쳐야 한다. 오스마르도 이에 어려움을 표하며 “첫 번째 주는 휴식 개념으로 괜찮은 것 같다. 그냥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나흘은 훌쩍 지나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1주일이 지나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내가 게으름에 이렇게 쉽게 빠지는지 놀라게 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날 필요 없이 휴대폰만 보다 보면 이미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게을러지는 부분이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벗어나기 위해 매시간 알람을 맞춰 그 스케줄에 따른다고 덧붙였다.

“네임밸류 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어”

지난 시즌 오스마르는 K리그 통산 200경기의 위업을 달성했다. 분명 축하받아야 할 일이었지만 팀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어찌 보면 오스마르가 서울에서 보낸 7시즌 중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오스마르도 그 말에 공감하며 “감독님이 바뀌기 전에도 정말 많은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그러다 감독님이 바뀌시고 우리의 마인드를 바꿔놨다”라며 “왜 서울이 이런 순위에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강조를 하셨다. FC서울은 항상 선두권에 있어야 하는 구단임에도 그때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특히 최근 2~3년은 FC서울 유니폼을 입으면서 많은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님이 들어오시고 그런 정신적인 빈곤이 해소가 됐다”라고 답했다.

오스마르의 말처럼 FC서울의 최근 몇 년은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2018년에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치기도 했으며 전북현대와 울산현대가 만든 선두권 라인에 좀처럼 들어가지 못했다. 서울에서만 8시즌을 보내는 오스마르에게 과거와 지금의 서울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해 오스마르는 “승리에 대한 믿음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라고 말하며 “기성용, 나상호, 고요한 등의 네임벨류 만으로는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 모두가 열심히 해야 그라운드에서 무슨 일이든지 일어난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장ㆍ단기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오스마르가 처음 데뷔했을 때와 지금의 K리그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오스마르는 놀랍게도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예전에는 경기에서 부담감을 느꼈다. 다행히 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얻고 나아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추가로 그는 “경험을 하다 보니 나만의 루틴이 생긴 것 같다”라며 “그 루틴을 바탕으로 다른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들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 항상 내 몸을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런 준비가 바탕이 되다 보니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마르 개인 SNS

롤러코스터 같았던 FC서울에서의 8년

2014년에 K리그에 입성한 오스마르에게 가장 황금기는 언제였을까. 대부분의 팬들은 FC서울의 마지막 리그 우승인 2016년을 예상한다. 최근 오스마르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자 개인 인스타그램에 당시 우승 사진을 업로드했다. 이 사진을 올린 의도를 묻자 오스마르는 “그때 시즌 중반에 감독의 교체가 있었음에도 반등해서 우승한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를 회상하니 선수들이 받았던 압박감이 떠오른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즐거움을 느꼈던 감정이었다. 모든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지 않나. 그 예전 감정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사진을 올렸다”고 밝혔다. 선수 경력 황혼기로 향하는 시점에서 오스마르는 우승했던 그때의 감정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우승을 목표로 하는 오스마르에게 지난 시즌은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후반기에 좋았던 분위기를 언급하자 그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특히 35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는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 함축한 경기였다. 내리 3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결국 4-3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이 경기 이후로 서울은 더욱 탄력을 받으며 잔류를 확정 짓고 파이널B 가장 높은 순위표에 자리했다. 당시 운동장에 있던 오스마르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이에 오스마르는 “그때 경기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었다”라며 “사실 광주와의 경기 이전에 계속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 실점을 할 때도 괜찮다고 외치며 극복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이후에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장인 기성용은 근육에 이상을 느껴 교체했어야 했다”며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후 0-3으로 끌려갔던 상황을 묻자 그는 “팀의 주장마저 경기장에 없어 안 좋은 감정을 느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그럼에도 우리가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 다시 할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기성용의 부재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서로 믿어주면서 경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두 번째 골을 넣은 이후에는 ‘그래 이제 좀 해보자(Let’s go)’라는 정신을 가졌다. 결국 이런 긍정적인 믿음이 좋은 결과를 이끌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그는 “우리는 이런 경기를 기억해야 한다. 모든 경기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런 식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다른팀 선수들에게도 롤모델 되고 싶어”

입성한 지 얼마 안 된 외국인 선수들에게 라이벌 경기의 의미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서울에서만 8년을 보낸 오스마르는 이런 감정을 한국 선수들만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꼭 잡고 싶은 팀에 대해 물었다. 라이벌인 수원삼성 혹은 선두 경쟁권인 전북현대나 울산현대일 것이라는 답변을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오스마르는 “딱히 그런 팀은 없다”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훈련장에서 준비해 놓는다면 어떤 경기든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팀들을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실수다. 매 경기마다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FC서울 제공

그렇다면 K리그에서 오스마르는 어떤 선수로 남기를 원할까. 오스마르는 “나는 공격수가 아니다. 골로서는 기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팀 선수들이 상대팀 이상의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그러면서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나와 함께 했던 팀원들도 훗날 좋은 팀원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다시 FC서울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서 항상 몸 관리에 신경 쓰며 최대한 많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 그것이 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며 각오를 전했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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