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밀양=김귀혁 기자] 올 시즌 K리그는 11월에 개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의 여파로 종전보다 이른 2월 19일 개막한다. 역대 가장 빠른 개막일인 탓에 모든 팀이 분주하다.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강원FC도 이 대열에 합류하며 경남 밀양에서 전지훈련을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스포츠니어스>는 그 현장에서 강원 생활 2년 째를 맞이하는 김대원을 만났다.

강원은 지난 시즌 김병수 감독의 후임으로 최용수 감독을 선임했다. 시즌 막바지에 교체됐기 때문에 당시에는 급한 불을 끄기 바빴다. 이번 동계 훈련이 사실상 처음으로 최용수 감독의 전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간이다. 김대원 역시 그 차이를 실감했다. 작년과의 비교를 묻는 말에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기를 강조하신다"라고 운을 뗀 그는 "작년과 비교하면 훈련 강도나 횟수가 늘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의 철학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라며 웃음 지었다.

김대원은 올해 터키 안탈리아에서 치러진 A대표팀 친선전 명단에 생애 처음으로 발탁됐다. 각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지만 성인 대표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김대원은 과연 대표팀 발탁을 예상했을까. 그 질문에 김대원은 "전혀 기대도 없었고 생각조차 못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대원은 "기분이 좋기보다 떨떠름했던 기억뿐이다. 처음에 알게 된 것도 팬분들이 SNS를 통해 명단에 나를 태그해줘서 알게 됐다"라며 전혀 기대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연령별 대표팀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김대원은 "연령별 대표팀은 또래가 많아서 분위기가 편하다. 반면에 A대표팀은 형들이 많아서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더라"라고 답했다.

생애 첫 발탁된 대표팀이었지만 환경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밖으로의 외출은 물론 방역 수칙으로 여러 제한이 많았다. 김대원도 그 질문에 공감하며 "대부분 호텔 안에만 있었다. 심지어 초반에는 호텔 카페에서조차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래도 방역 상황 때문에 초반에는 여러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며칠 지난 후 괜찮다고 판단이 돼서 로비에 있는 카페는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제공

지난 시즌 김대원의 강원 이적은 예상 밖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16년 곧바로 대구FC와 자유 계약으로 입단한 김대원은 줄곧 대구에서 뛰었다. 그 과정에서 구단의 창단 첫 FA컵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에 큰 이바지를 했다. 대구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통산 102경기를 출전한 기록만 봐도 전 소속팀에서 그의 입지를 알 수 있다. 유니폼 판매량에서도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직후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시기에 세징야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강원으로의 이적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김대원은 "5년 동안 한 팀에서 한 가지 스타일의 축구만 했다"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많다. 그런데 같은 스타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에 안주하게 되지 않나. 결국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며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징야나 에드가 같은 좋은 공격수들이 많았다"면서 "나도 모르게 '그 선수들이 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징야는 김대원의 프로 데뷔 시즌인 2016년부터 대구FC에서 활약했다. 에드가 역시 2018년 여름에 팀에 합류해 지금까지 대구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다.

이렇듯 김대원이 대구를 떠난 지는 1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대구 시절을 회상한 김대원은 "2018년은 축구 선수 김대원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해였다"라면서 "당시 대구는 강팀의 이미지가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팀이 FA컵 결승전을 치르고 우승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대구가 우승을?' 이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라고 추억했다. 당시 울산현대와의 FA컵 결승전에서 김대원은 팀의 선제골을 기록하며 우승에 일조했다.

그다음 시즌인 2019년도 김대원에게는 뜻깊었다. FA컵 우승으로 이뤄낸 ACL 무대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김대원도 당시의 특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ACL이라는 대회는 K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경험을 못 하는 선수들이 많다"면서 "당시 대구가 FA컵 우승을 하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간 것 아닌가. TV에서만 보던 외국인 선수들과 같이 뛴다는 사실이 신기했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며 소회했다. 이에 더해 그는 광저우에버그란데와의 홈경기를 떠올리며 "그 팀은 ACL에서 잔뼈가 굵은 팀이었다. 반면에 대구는 처음 나간 해였는데 그런 팀을 잡아서 경기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경기에서 김대원은 1골 1도움으로 대구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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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김대원의 인상적인 활약은 강원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김대원은 강원에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11골-5도움)를 기록했다. 반면 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많은 기대 대비 경기 내외적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ACL 티켓을 목표로 했지만 승강플레이오프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시즌 막바지에는 김병수 감독이 경질되고 최용수 감독이 선임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김대원에게 작년은 어떤 시즌이었을까.

김대원은 "최용수 감독님이 처음 오시고 선수단에 의지를 일깨우고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운을 뗸 그는 "강등을 원하시지 않고 1부리그에 잔류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강조하셨다. 사실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빠르게 선수단을 잡은 느낌이었다.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흔들리는 부분은 크게 없었다"라고 밝혔다.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이후의 마음가짐으로는 "강등이 정말 코앞까지 와서 현실임을 체감했다. 그래도 아직 한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결과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당시 강원은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0-1로 패배했다.

그런 김대원의 바람이 이뤄진 걸까. 2차전에서 강원은 4-1로 대전을 잠재우며 잔류에 성공했다. 특히 선제골을 허용한 뒤 5분 만에 세 골을 연달아 넣으며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김대원도 그 경기에서 자책골 유도와 1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워낙 감격스러운 상황 탓에 김대원도 그때를 떠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안에서 경기를 뛰고 있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라며 "당시 5분 만에 세 골이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한 골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일어났다. 첫 번째 골을 넣고 빨리 더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서 그런 상황이 연출됐던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강원의 잔류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대원이지만 사실 대구 시절 별명은 '강원킬러'였다. 잠시 부진하다가도 강원FC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대구 소속으로 리그에서 11골 중 무려 5골을 강원 상대로 집어넣었다. K리그1 데뷔골도 강원 상대로의 득점이었다. 이에 대해 김대원은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분들이 내가 미웠다고 하더라"라며 "그래도 내가 강원에 오니까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특별히 마음가짐을 달리 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강원만 만나면 잘 되더라. 항상 골을 넣으면 거의 강원 상대였다"며 웃었다.

김대원은 대구에서만 6년을 보냈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와 무더운 날씨가 이미 익숙해 있을 연차다. 반면에 그가 이적해 온 강원도는 한국에서 가장 척박한 땅으로 유명하다. 강원도에서의 군 생활이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만큼 지리와 지형이 변화무쌍하다. 강원 생활 1년 차였던 지난해의 김대원도 그 위력을 실감했다. 김대원은 "겨울은 확실히 춥다. 작년에도 개막전을 치르고 왔는데 강설이 내리더라. 차가 눈에 박혀서 못 움직였다. 그래서 겨우 클럽하우스에 갔던 기억이 있다"라며 일화를 이야기했다. 당시 강원은 울산현대와의 개막전을 치른 뒤 강원의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며 6시간을 버스에 갇혀있었다. 김대원도 "사실 눈이 그렇게 많이 올 때가 아니었다. 대구에서는 눈을 구경조차 못 했다. 그때 강원도에 왔음을 실감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대원은 강원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본인의 성향과 관련 있었다. 김대원은 "대구에서도 쉴 때는 주로 카페에 갔다. 사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즐겨 가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한 뒤 "아무래도 대구는 강릉에 비해 큰 도시에 속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도 많고 할 것도 많다. 반면에 강릉은 도시 자체가 여유롭다. 어떤 도시가 좋다기 보다는 각자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강릉의 여유로운 분위기 덕에 1년 동안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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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상황이 꽤 다르다. K리그1 잔류에 성공했지만 세간의 기대치가 많이 내려가 있다. 김대원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작년에는 강원을 K리그2로 내려갈 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별로 없었다"라며 "사실 지난해에는 ACL에 나갈 전력이라고 들었는데 결국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반대로 보면 현재의 평가가 오히려 부담 없이 우리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빨리 습득해서 경기장에서 최대한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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