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퇴장 그 후…대구 홍정운 붙잡은 조광래 사장의 한 마디

[스포츠니어스|남해=조성룡 기자] 그 때 그 이후로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모든 대구 팬들은 2021 FA컵 결승 2차전을 기억할 것이다.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난타전이 벌어졌고 3-4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경기 초반 황당했던 홍정운의 퇴장 또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 퇴장은 경기의 흐름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그 결승전을 직접 지켜본 이후 ‘언젠가 홍정운에게 그 사건을 물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제법 빨리 찾아왔다. <스포츠니어스>는 경상남도 남해의 대구FC 전지훈련장에서 홍정운을 만났다. 그리고 그 장면을 정말 솔직하게 다 물어봤다. 홍정운은 놀랍게도 그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만나서 반갑다. 대구는 항상 여기서 만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가마 감독님이 새로 오시다 보니까 팀 내에서 긴장감이 좀 많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감독님이 최대한 편하게 해주시려고 한다. 분위기 좋게 막 커피 내기도 하면서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매년 오는 것 같다. 내가 여기를 7~8년 째 온다. 생각해보니 대학 시절에도 여기서 훈련했다. 심지어 대학생 때 전지훈련을 지금 대구가 있는 펜션으로 왔다. 그러니 거의 10년을 이 펜션에서 매년 지낸 거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커피 내기를 하려고 하면 상주면에 ‘남주농산3rd’라는 유일한 카페가 있다. 여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몇 년 전에 생긴 거다. 이 카페가 없을 때는 점심 먹으면 커피 한 잔 할 수도 없어 그냥 잤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운동 간다.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다 이 카페가 생겨 점심 먹고 카페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거 빼고 여기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냥 매년마다 가보면 카페가 하나 생기고 그 다음 해에 중국집이 하나 생기는 정도다. 이 정도 말고는 정말 다른 게 하나도 없다. 목욕탕도 똑같고 헬스장도 똑같다. 매년 ‘내년에는 다른 곳을 가려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그 정도면 여기에 땅을 사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그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은퇴할 때까지 돈을 모아서 내가 여기에 펜션 같은 것을 차려서 운동선수들이 올 만한 시설을 만들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가장 문제는 내가 돈이 없어서 땅 살 돈이 없다.

지금 당신이 있는 펜션같은 시설을 새롭게 크게 차리면 돈 많이 벌 것 같다.
그 생각도 안한 건 아니다. 그런데 여기 사장님과 너무나도 정이 들어서… 영업권을 침해하면 안된다. 이 펜션 사장님이 더욱 잘되시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당신이 또다시 대구 유니폼을 입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대구와 조광래 사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FA컵 결승전에서 퇴장을 당해서…
아…내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님마다 그 얘기를 하더라.

솔직히 나는 현장에서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홍정운이 왜?
일단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 FA컵 결승전에서 내가 퇴장 당한 장면은 내가 잘못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억울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 당시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설명해드리는 것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게 아직도 꿈이었다고 믿고 싶다. 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번도 퇴장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 때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뭔가 씌인 것 같았다. 내가 하지 않던 행동을 나도 모르게 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날 뭔가 이상했다. 내 퇴장을 만들어낸 상대 선수는 전남드래곤즈의 황기욱이었다. 황기욱과는 연령별 대표팀이나 올림픽 대표팀에서 몇 번 만났던 선수이자 친구다. 그런데 FA컵 결승 2차전에서는 결승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서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필 이 경기에서 내 맨투맨 상대가 (황)기욱이었다. 그리고 그 코너킥 상황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나는 내 나름대로 주심에게 “그 전 상황도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코너킥 상황에서 서로 치고받고 하다가 그 장면이 나온 것이었다. 나도 기욱이에게 몇 대 맞기도 했다. 그 상황만 딱 잘라서 본다면 내게 불리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상황을 본다면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다. 상황 설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판정은 나의 퇴장이었다. 정말 내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그 이후에 나는 라커룸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경기 중계를 지켜봤다. 그 날 따라 경기가 엎치락 뒤치락 했다. 눈물도 났다가 안도도 했다가 그랬다. 기쁨의 감정은 없었다. 그날 내가 가장 긍정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안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중계를 보다보면 현장보다는 시간이 느릴 수 밖에 없다. 관중의 함성 소리가 스마트폰보다 빠르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관중의 함성 소리와 함께 장내 아나운서의 “골~!”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안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밖이 조용해지고 소수의 사람들만 소리를 지르면 불안해졌다. ‘제발 실점이 아니라 우리 팀이 좋은 기회를 놓친 거여라’고 빌었다.

솔직히 정말 그 날은 우리 팀도 뭐에 씌인 것 같았다. 우리 팀이 그렇게 네 골이나 실점할 팀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량 실점을 했다. 대구 팬들께 너무나도 죄송했다. 다들 우승컵을 기대하고 컵을 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경기장에 오셨을텐데 우리가 그러지 못했다.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에 나는 FA컵 준우승 메달도 받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을 할 때 나가서 준우승 메달을 받아야 하는데 내가 그라운드에 나가지를 못하겠더라. 너무나도 죄송스러워서 팬들 볼 낯이 없었다. 내가 퇴장을 당해놓고 어떻게 그라운드에 나가서 메달을 받겠는가.

그 이후에도 이제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그 날 따라 구단 버스 앞에 팬들께서 정말 많이 몰려오셨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무서워서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나가니 팬들께서 제 이름을 막 불러주시면서 사인을 요청하셨다. 당시 내가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몇 분은 해드리고 버스에 탑승했다.

SNS에서도 정말 많은 비판 메시지가 왔다. 80% 정도가 욕이었다. 하지만 욕 먹을 짓을 한 것은 나였다. 다 받아들여야 했다. 그나마 20% 정도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있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 격려와 응원을 보면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사실 결승전 끝나고 며칠 동안은 잠도 자지 못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리고 시즌 끝나고 사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돌아보면 AFC 챔피언스리그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집에 거의 가질 못했다. 지난해 6월에 아내가 출산을 했지만 해외 경기에 격리로 인해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미리 예매했다.

그런데 그렇게 경기를 망쳤으니… 계획한 것을 취소할 수는 없어 비시즌에 제주도를 갔지만 이게 여행이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틀어박혀 있었다. 이후 이번 동계 전지훈련에 합류할 때도 팀 동료들을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웠다.

어쨌든 올 시즌을 위해서는 이 악몽같은 기억을 털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조광래 사장님의 전화가 있어서 털어낼 수 있었다. 조광래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네가 일부러 그랬을 사람이 아니다. 그 퇴장과 준우승 너 때문에 그런 것 아니다”라고 말씀 해주셨다. 내 편에 서서 말씀을 해주시니니 한결 마음이 나아질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FA 자격을 얻었다가 대구와 재계약을 했다. 그러자 욕이 80%였던 SNS 메시지가 모두 응원으로 바뀌었다. 팬들께서 “그건 실수였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대구에 남았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그 덕분에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었다.

사실 당신이 대구에 남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워낙 ‘핫’한 FA선수 아니었는가.
내가 FA가 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나는 대구가 싫다는 생각은 절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대구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인 구단이었다. 그래서 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내 미래를 생각했을 때 고민이 됐다. 사실 나는 대구에만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팀에 아는 선수들도 없고 지도자 선생님들도 잘 모른다.

은퇴 후의 삶을 생각했을 때 ‘대구에만 있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다른 팀에 가서 한 번쯤 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조광래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니 구단 빨리 들어오래이”라고 하시더라. 내가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있을 때였다.

그 때 조광래 사장님이 “니 이렇게 가면 안된데이”라고 하시면서 “니 그래 가면 니 팬들에게 오해 받아”라고 하시더라. 그 전화를 받고 정신이 들었다. 대구에는 6년 동안 내게 사랑을 준 팬들이 계셨고 또 나를 이렇게 만들어 주신 조광래 사장님이 있었다. 그래서 재계약을 했다.

당신에게 조광래 사장은 어떤 존재인가?
축구의 아버지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식이 옳은 방향으로 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조광래 사장님이 딱 그렇다. 축구계에서 나를 키워주신 분이다. 내가 프로에 올 때부터 조광래 사장님이 나를 정말 많이 믿고 키워주셨다. 내가 못할 때도 믿음을 주셨다.

선수 중에는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잘 못해도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잘하는 선수가 있고 잘해도 질타를 해야 성장하는 선수가 있다. 나는 전자였다. 만약 사장님이 내게 질타만 했다면 이렇게 프로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 군대에 갔다와서 다른 몸 쓰는 일을 했을 것이다.

조광래 사장님이 내가 못할 때도 계속해서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 덕분에 내가 아직까지 홍정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조광래 사장님은 내게 감사한 분이다.

재계약 이후 팀 동료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신기하게 재계약하고 나오니 바로 기사가 뜨면서 소식이 전해지더라. 그걸 보고 (이)근호 형이 내게 전화를 했다. 근호 형이 “어딜 가려고 했느냐”라면서 “그냥 넌 대구에 딱 맞아. 잘했어”라고 하더라.

사실 시즌 중에도 근호 형을 비롯해 (김)진혁이 형 등이 “너는 진짜 그냥 대구야. 대구에 제일 잘 맞는 선수가 너고 너도 팀이 대구였기 때문에 이렇게 컸어. 너는 대구에 딱 맞아”라고 말해왔다. 아니 다들 대구에 딱 맞는 선수들인데 유독 내게는 대구가 딱 맞는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하하.

이제 당신은 대구에서의 새로운 시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훈련이 힘들다. 정말 힘들다. 이게 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가마 감독님이 훈련에 대해서는 참 독특하다. 다른 감독님의 경우는 그렇다. 힘든 훈련을 하는 날이면 이 훈련이 어떤 훈련이고 얼마나 힘든지 알고 훈련에 임한다. 어느 정도 예고가 된 셈이다. 그런데 가마 감독님은 훈련 프로그램이 같은 게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솔직히 매를 맞더라도 알고 맞는 것보다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맞는 게 더 아프다. 지금이 그렇다. 계속 훈련 프로그램이 다르니까 뭘 하는지 모르고 나가서 힘들게 훈련하고 있다.

특히 예를 들어 오전에 운동을 한 두시간 반 정도 힘들게 한다고 치자. 그러면 오전에 엄청 힘들게 훈련을 했으니까 오후에는 조금 훈련 강도가 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후에도 비슷한 강도에 두시간 넘는 시간 동안 훈련을 한다. 이러니까 선수들 입장에서는 훈련이 힘들다.

정말 가마 감독님이 다채롭게 패는(?) 것 같다.
그래도 훈련 요령이 생겼다. 훈련 양이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훈련 프로그램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그 그림이 나와야 해당 훈련 세션이 끝나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대구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센 강도의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팀들은 이 시기면 힘든 훈련을 좀 줄이고 전술 훈련에 집중한다.
우리 대구는 전술 훈련을 힘들게 한다.

이게 다 K리그1 우승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전북현대와 울산현대만 항상 우승을 외쳐왔다. 그런데 뭔가 대구라는 팀에서 우승을 외치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구가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1에서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 이적 시장을 본다면 알겠지만 예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홍정운의 재계약도 영입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아…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효과를 봤으면 좋겠다. 다시는 팔꿈치 쓰고 퇴장 당하지 않도록 깁스를 하고 뛰어야 하나… 제발 그런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

대구가 우승권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제일 필요할 것 같다. 매 경기마다 노력해야 한다. 전북과 울산이 항상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 경기마다 승리하거나 못해도 무승부를 챙기면서 승점을 쌓아왔다.

대구의 지난 시즌을 보면 시즌 중반까지만 보면 상당히 잘했다. 2위에도 있었다. 1위와 승점 2점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힘들 때 주춤하는 경향이 많았다. 힘들 때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구 또한 전북과 울산에 충분히 경쟁할 만한 팀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고 리저브 팀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기량만 조금 더 좋아지면 된다. 물론 우리의 우승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마 감독님의 풍부한 우승 경험이 대구에 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당신은 그동안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보여왔다. 그런데 올 시즌은 얌전하게 가는 것인가?
사실 지난 시즌에도 얌전한 스타일이었다. 내가 이런 거에 핑계를 대면 안되지만 사실 머리를 탈색한 해에 꼭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다. 그게 2019년과 2020년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머리에다가 장난 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다시는 머리로 장난치지 마라. 가만히 냅둬라”고 하더라.

그런데 내 성격 어디로 가겠는가. 지난 2021시즌에도 부상 없이 경기를 좀 뛰니까 한 번씩 탈색을 하고 싶어졌다. 물론 탈색을 하고나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탈색을 하고나서 경기에 뛰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탈색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실 내가 탈색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내가 좋은 수비를 하거나 공을 걷어내면 중계진들은 “대구 수비가 걷어냈다”라고 표현하지 “홍정운이 걷어냈다”라고 하지 않는다. 홍정호 선배님 등 이름 있는 수비수들에게는 이름이 불리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탈색을 하면 내가 걷어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됐다.

탈색하면 머리가 굉장히 상하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탈색했을 때 십자인대로 굉장히 고생 많이 했지만 머리로도 고생을 많이 했다. 빗질을 한 번 하면 빗 크기 만큼 머리카락이 같이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도 아직 숱은 풍성한 편이다. 유전이어서 그런가…

탈색하고 건강하게 뛰는 모습을 기대해보겠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목표를 묻고 싶다.
내 작년 목표는 간단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운동장에 끝까지 남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뛰었던 것 같다. 솔직히 다치치 말자는 생각과 함께 10경기 정도 뛰는 게 목표였다. 십자인대 부상을 두 번이나 당하다보니 그랬다. 그런데 30경기를 넘게 뛰었다. 정말 FA컵만 아니었다면 만족할 만한 해였다.

지난 시즌 내가 33경기를 뛰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팀이 목표하는 우승에 일조해서 팀의 역사에 남는 것이 꿈이다. FA컵은 한 번 해봤으니 팀이 외치는 것처럼 나도 리그 우승을 선수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크다.

어쨌든 홍정운은 ‘그 사건’ 이후 다시 대구와 함께하겠다는 선택을 내렸다. 그에게 올 겨울은 너무나도 혹독했다.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항상 함께 해왔던 대구와 말이다. 정말 시리게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그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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