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울산=김현회 기자] ‘K리그2 공무원’이라는 별명은 딱 그를 위한 것이다. 2014년 부산아이파크에 입단해 곧장 서른 경기에 출장하며 주전으로 도약한 닐손주니어는 2017년 부천으로 이적해 세 시즌 동안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했다. 부천에서 세 시즌 동안 부천에서만 3년 동안 99경기에 나서 15골 4도움을 기록했다. 특히나 2019년에는 37경기에 출장해 10골을 뽑아내며 공격 본능을 과시했다. 2020년 안양으로 이적한 뒤에도 두 시즌 동안 주전으로 활약했고 2021 시즌을 앞두고 다시 부천으로 복귀했다.

닐손주니어는 무려 9년 째 한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 9년 동안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 선수는 흔치 않다. 수 많은 선수들이 도전했다가 사라지는 프로 무대에서 닐손주니어는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 과연 그가 이렇게 오랜 시간 K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다시 부천에 돌아와 어떤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까. 울산에 위치한 부천FC의 동계 전지훈련장에서 닐손주니어를 직접 만났다. 한국 생활 9년차인 그는 테이블에 마주 앉으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방금 조성룡 기자가 요르만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막 파나마에서 한국으로 온 요르만은 한국 생활 ‘초짜’ 느낌이 물씬났는데 당신은 여유가 넘쳐보인다. 역시 한국 생활 9년차답다.

나는 한국에 오래 있기도 했고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한다. 이미 완벽하게 적응한 상황이다. 나의 이런 여유로운 모습은 당연한 일 아닐까.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최근에 팀에 합류한 뒤 일주일 정도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 강도를 정말 세게 했다. 이제는 연습경기에도 조금씩 나서고 있다. 컨디션은 좋다. 고질적인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훈련을 심하게 하면 근육이 아픈 정도다.

지난 시즌을 안양에서 마무리한 뒤 휴가 기간은 어떻게 지냈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뒤 가족들과도 여행을 갔다 왔다. 1년 중 친구나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소중한 시간은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도 가족들과 잘 보냈다. 내가 사는 브라질 헤시피라는 도시에는 ‘포르투 지 갈리냐스’라는 바닷가가 있는데 거기가 정말 예쁘다. 그곳에서 휴가를 만끽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쉽게 갈 수 없다. 당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

항상 휴가를 얻어 브라질에 가면 그 해변으로 간다. 한국으로 치면 광안리나 그런 곳이다. 차를 타고 20분만 이동하면 또 다른 유명한 해변이 나온다. 이런 곳들이 밀집된 지역이라 한 번 가면 많은 걸 즐길 수 있다.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안양으로 떠났다가 다시 부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에이전트를 통해 부천에서 나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안양에서의 지난 2년도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즐거운 기억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싶었고 그 순간 부천이 나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행복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친구들과 가족들도 내가 다시 부천에 간다는 걸 기뻐하더라.

3년 만에 다시 부천으로 돌아오니 어떤 게 달라져 있나.

선수들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팀 주장인 (조)수철, 부주장인 (송)홍민, 골키퍼 (최)철원 등을 빼면 다 바뀌었다. 그런데 전에 있던 동료들이 정말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사실과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부천에 돌아오니 너무 좋다. 잘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우리 같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그 사이 최철원은 군대에 다녀왔다. 혹시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처음에 부천에 왔을 때 최철원과는 아주 잠깐 같이 있었고 그 이후에 최철원은 군대로 떠났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최철원도 제대를 했다고 들었다. 나는 브라질 사람이어서 한국의 군대 제도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의아했다. 한국에서 운동선수들이나 직장인은 사회 생활을 하다가 군대에 가야한다. 브라질에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인데 한국에서는 가기 싫어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걸 처음 듣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왜 한국 사람들이 군대에 가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2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있다. K리그에서 9시즌 동안 뛰게 됐다.

9년 동안 한국에서 뛰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브라질과 한국은 정말 180도 다른 문화다. 처음에는 이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기회를 받고 사랑 받으며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열심히 했다. 한국에서의 모든 게 좋았다.

한국 생활이 9년째지만 그래도 이건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나.

9년 동안 젊은 선수들이 군대 문제로 힘들어 하는 걸 많이 봤다. 다른 문화는 다 이해하는데 아직은 군대 문제로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면 내가 실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9년 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 선수들을 봐 왔겠나. 그들 중 대부분은 군대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한국 선수들이 왜 군대에 가야하는지는 이제 알고 있지만 이걸 내가 직접 체감해 보지 않으니 완벽히 이해가는 건 어렵다.

반대로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어떤 점인가.

예절 문화가 좋다. 처음에는 이런 예절 문화가 어색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존중하는 게 잘 적응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나이 많으신 분을 어른으로 모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그런 걸 경험하고 있다.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 어른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대접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의 예절 문화는 아주 좋은 문화다.

파나마에서 갓 부천에 온 요르만에게 선배 외국인 선수로서 조언을 할 게 있다면.

요르만이 오자마자 내가 요르만에게 “한국에서는 감독님이나 코치님, 경험 있는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반문하지 말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반문할 게 있다면 모든 사람이 모여 있을 때 하지 말고 감정이 정리되고 자리가 마무리되면 나중에 직접 가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렇다고 말하라”고 전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조언을 했다.

혹시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

부산에서 뛰던 2014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운동장에서 감독님이 나한테 뭔가를 강하게 이야기했고 나는 당시엔 한국 문화를 잘 몰라서 곧바로 이를 반박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구단에서 나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돈을 내니까 딱 배우게 되더라. 2014년에 그런 상황을 한 번 겪고는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었다.

당시 부산 감독이 누구였나.

모른다.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안익수 감독? 조덕제 감독? 故조진호 감독? 당시의 감독이 누구였더라.

모른다. 모른다. (편집자주-당시 부산아이파크는 윤성효 감독이 맡고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별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으니 넘어가겠다. 요르만과는 대화가 잘 통하나.

나는 포르투갈어를 쓰고 요르만은 스페인어를 쓴다. 그런데 이 두 언어가 비슷해서 서로 섞어서 쓰면서 대화를 한다. 요르만도 포르투갈어를 꽤 하는 편이다. 둘이서 가족 이야기도 하고 훈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당신이 한국에서 많은 선행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로 방역용 마스크와 라면, 반찬, 생수 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일시적인 봉사가 아니라 줄곧 브라질과 한국에서 선행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들에게 각종 생필품을 제공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져 최근에는 이 일을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바로 그 분들에게 달려갈 생각이다. 브라질에서도 현재까지 150여 가정에 매달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한두 가정도 아니고 150가정? 정말 엄청난 봉사다.

내가 사는 브라질 도시에 생필품을 파는 상점이 있다. 내가 거기에다가 한 달에 한 번씩 150 가정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필요한 생필품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와서 그걸 받아간다. 냄새가 나거나 상하는 음식 말고 쌀과 브라질에서 자주 먹는 콩, 달걀, 그리고 스파게티 등이 그 분들에게 제공된다.

이렇게 열심히 선행을 하는 이유가 있나.

나도 어렸을 때 많이 힘들었는데 주변의 도움으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좋지 않은 길로 빠지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늘 “주변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나를 가르치셨다. 그래서 축구로 돈을 벌게 된 이후에는 주변에게 베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신은 K리그에서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어느 포지션이 더 편한가.

나는 중앙 수비수가 더 좋다. 아마 부천에서도 중앙 수비수로 뛰게 될 것 같다. 지금 부천에는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아서 나도 그 친구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뒤에서 수비를 하고 미드필더들에게 공을 전달하는 역할이 나에게는 더 잘 맞는다.

올 시즌 부천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 절대 내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잘할 수 있는 걸 항상 찾고 있다. 팀에 도움이 최는 축구를 하고 싶다. 안양에서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안양 구단에 감사를 드린다. 이제는 다시 부천 선수가 됐으니 부천을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FC안양 이우형 감독과 부천FC 이영민 감독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플레이는 어떻게 다른가. 궁금하다.

이우형 감독님은 커버링을 많이 강조하셨다. 전방으로 많이 올라가지 말고 공을 빼앗았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원에 연결을 잘 해달라고 하셨다. 반면 이영민 감독님은 미드필드 공간이 벌어지면 내가 더 공격적으로 가담해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신다.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적으로 올라가고 한 번씩은 중앙 수비수들도 공격에 가담하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나도 공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좋아해서 부천에 온 뒤 조금 더 자유롭게 플레이를 하고 있다. 물론 안양에서의 조직적인 플레이도 재미있었다.

이영민 감독이 현역 시절 이우형 감독의 제자였다는 걸 알고 있나.

처음 듣는 이야기다. 몰랐는데 흥미로운 소식이다.

부천FC에서 99경기를 뛴 뒤 안양으로 이적했다가 복귀했다. 이제 부천에서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한 팀에서 100경기를 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 부천을 떠날 때 한 경기만 부천에서 더 뛰면 100경기 출장을 달성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안양에서 한 번 나의 역대 K리그 기록을 정리할 일이 있어서 살펴보니 부천에서 내가 99경기를 소화했더라. 그때 알았다. K리그에서는 통산 277경기에 출장했다.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기록이지만 한 팀에서 100경기 출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에는 정말 많은 외국인 선수가 도전하는데 당신처럼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건 쉽지 않다. 비결이 있다면.

늘 감독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찾으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최대한 경기장에서 편하게 흥분하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쌓였고 이렇게 오랜 시간 K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대단한 비결이 있지 않다. 매 경기에 충실하면 된다.

부천에 돌아온 걸 환영하는 팬들이 많다. 당신을 기다린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내가 부천 복귀를 한다는 사실이 보도자료로 나간 이후 부천 팬들로부터 SNS로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환영해 주시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부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다. 최선을 다해서 시즌에 임할 것이다.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이제 막 한국 생활 2년차를 맞은 은나마니와 신입생 요르만에게 K리그 선배로서 조언을 전해준다면.

내가 항상 도와주려고 한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조언을 해줄 입장은 아니고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내가 한국 적응을 위해 항상 뒤에서 도와줄 테니 이 사실을 잊지 말고 그라운드에서나 한국 생활에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언제든 이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내가 돕겠다.

닐손주니어는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다.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통역과 함께 “거의 한국 사람인데?”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올 만큼 그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했다. 닐손주니어는 새해가 되자 이영민 감독과 코치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아갔다. 닐손주니어는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한 뒤에도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와 함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선수단의 저녁식사에 합류했다. 이날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