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박승욱 “K3리그에서 ACL 결승까지, 꿈같던 한 해였죠”

[스포츠니어스|서귀포=김귀혁 기자] 매해 K리그에서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기리기 위해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진행한다. MVP를 시작으로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등 포지션별로 한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멋진 복장과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실 인상적이라 표현했지만 정확하게는 포지션별로 가장 잘했던 선수라고 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승을 경쟁했던 팀의 선수나 개인 기록 순위에서 높은 선수들이 매해 수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성적이라는 상수를 제외하고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였을까. 선정 기준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수를 떠올린다면 포항의 박승욱을 외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인생을 예측 불가능한 요소로서 바라본다면 ‘인생 역전’이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7월까지 세미프로 리그인 K3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불과 넉 달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았으니 말이다. 그런 박승욱을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찌 보면 꿈꾸던 프로 무대였지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을 법 했다. 이에 대해 박승욱은 이렇게 답했다. “프로 첫 전지훈련인데 운동이 너무 힘듭니다. 특히 피지컬 코치분들의 체계화 된 시스템에 놀랐고 그러다보니 피지컬 트레이닝이 가장 고됩니다. 보통 감독님들이 한 시즌 멤버를 구상할 때 동계 훈련을 토대로 구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기 벗어나지 않게 주전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연맹제공

전술했듯 박승욱은 원래 K3리그 선수였다. 양산중학교와 학성고등학교를 거쳐 동의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후 부산교통공사 축구단에서 2019시즌부터 활약하다 2021시즌 포항 스틸러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김기동 감독의 눈에 띄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해 7월 포항과의 연습 경기에서 박승욱은 부산교통공사 유니폼을 입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임했다. 그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 특별히 컨디션이 좋다거나 마음가짐을 굳게 먹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사이드백을 보던 형이 부상을 당해서 제가 그 위치를 보게 됐는데 사실상 주 포지션이 아니어서 큰 기대는 안 하고 그냥 ‘당장의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다짐만으로는 분명 어려울 수 있었다. 박승욱이 포항과의 연습경기에서 맞붙었던 상대는 리그 최정상급 날개 자원인 송민규와 팔라시오스였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에서 분명 부담될 수 있는 상대들이었다. 직접 그들을 겪어본 박승욱의 기분은 어땠을까. “K3리그에서 그 정도의 힘과 기술을 가진 선수가 많이 없어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경기 중에 최대한 ‘수비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주위에서 그런 부분을 장점으로 말씀해주셔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네요.”

연습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박승욱이지만 본인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보통 K3리그에는 미래를 꿈꾸는 유망한 선수들도 있는 반면 프로 무대에서의 경험 이후 활약하는 고참급 선수들도 제법 있다. 이들이 유망한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박승욱도 그런 멘토들의 조언을 받으며 K리그의 꿈을 키웠다. “형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아무래도 프로를 경험하고 온 형들은 운동에 대한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해 몸이 기억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것들을 배우고 따라 했던 것 같아요.”

또 박승욱 이전에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이강현도 부산교통공사 축구단 소속으로 프로에 직행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나이로는 박승욱이 한 살 많지만 프로라는 무대만 놓고 보면 선배뻘인 셈이다. 같은 팀 동생의 프로 무대 입성을 박승욱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강현이가 지난해 초에 프로 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선 팀의 일원으로서 축하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그곳 훈련 분위기부터 프로 무대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한 기억도 있습니다. 처음 경기를 뛰었을 때도 축하한다고 전해주니 강현이도 저한테 ‘얼른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서로 응원을 해줬어요.” 이강현은 지난해 4월 11일 성남FC와의 리그 11라운드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그렇게 팀 동료의 프로 무대 입성을 바라본 박승욱은 6개월 뒤 포항에 입단하며 사이드백에서 주로 활약했다. 김기동 감독의 선택을 받은 연습경기에서의 위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박승욱은 처음 포항에 왔을 때를 회상했다. “우선 감독님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면서 오른쪽 풀백이 가능한지 여쭤보셨습니다. 그래서 두말할 것도 없이 시켜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이후에 그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팀의 편집 영상을 저에게 주셨어요. 그것을 토대로 기회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프로축구연맹제공

꿈만 같았던 프로 무대였지만 박승욱은 풀백으로서 하기 힘든 득점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지난 시즌 K리그1 35라운드 강원FC와의 홈 경기에서 박승욱은 팀의 네 번째 골이자 자신의 프로 무대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득점 당시를 회상해 달라는 질문에 박승욱은 웃으며 대답했다.

“공을 찼는데 앞에서 굴절이 되면서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눈으로 봐도 이게 골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축하한다고 연락이 오면서부터 실감이 났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뭔가 울컥하기도 했고 여기에서 안주하지 말고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리그에서의 골도 분명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가장 백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을 것이다. 포항은 지난해 11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차한 킹 파드 이넡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알 힐랄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선수로서 분명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으나 박승욱은 이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아쉬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비단 팀의 패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 “사실 작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가기 전에 오른쪽 어깨가 탈구된 상황이었어요. 당시에 150%를 보여줘도 모자란 마당에 100%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보니 가장 아쉬웠습니다”

현재 부상 경과에 대해서도 물었다. “습관성 탈구로 전환된 상황인데 지금도 완전치 않아서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는데 그러면 1년을 통으로 쉬게 되는 거라 우선 수술을 보류 중입니다.” 박승욱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어렵게 잡은 프로 무대의 기회를 부상으로 반 시즌 만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다. 사이드백 뿐만 아니라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활용할 수 있는 ‘멀티자원’ 박승욱을 부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포항 구단 입장에서도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이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박승욱의 지난 한 해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부산교통공사 소속으로 치른 포항과의 연습 경기, 리그 데뷔골을 기록한 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치른 결승전 등을 예상했으나 박승욱은 울산 현대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라며 의외의 답변을 했다. 포항은 지난해 10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만났다.

“중립 구장에서 했었는데 라이벌 관계도 있고 기억에 남아요. 작년 FA컵 때 저는 없었지만 승부차기에서 울산에 졌던 순간을 떠올린 동료들도 있어서 승부욕이 불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작은 몸싸움도 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와중에 극적으로 동점 골을 넣으니까 저도 모르게 더 열심히 뛰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포항은 그랜트가 0:1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44분 극적인 동점 골을 집어넣었다. 이후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포항은 울산을 5:4로 누르며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박승욱은 그 경기로 ACL 4강 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승욱은 무슨 이유로 축구를 시작했을까. 옛날 이야기를 건네자 그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과 후에 학원을 가야 했는데 맨날 빠지고 친구들과 흙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어머니가 학교 운동장으로 잡으러 오시기도 했습니다. 하도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께서 바로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해 주셔서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박승욱은 본래 동산초등학교에 다니던 중 양산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단순히 축구가 좋다는 이유로 시작했기 때문에 후회할 순간도 있을법했다. 그런데 그 시기를 소위 ‘중2병’이라 일컫는 사춘기 시절이 아닌 대학생 시절부터라고 답했다. “동의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동계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왜 축구를 선택했지’라는 생각이 하루에 한 두 번은 들었습니다. 대학교 이후에도 매해 동계 훈련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연맹제공

너무나도 꿈꿔왔던 순간을 이뤄낸 박승욱. 앞으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팀으로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린 순위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FA컵 우승도 그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비수의 일원으로서 팀이 최소 실점을 기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K리그1을 떠올린다면 딱 연상되는 선수로 편들의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포항의 전통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빨리 적응을 해서 작년보다 조금 더 좋은 경기력과 순위로 팬분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습니다.”

박승욱은 이제 막 축구 인생에서 상승 궤도에 올랐다. 그 상승의 폭은 엄청나게 컸다. 세미프로 리그의 선수가 단번에 프로 무대 데뷔골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자칫 지나친 상승에 부작용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박승욱은 겸손한 태도로 전진할 준비를 한 채 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시즌 기적의 스토리를 연출한 박승욱은 이제 그 이야기를 장편 소설로 써 내려가려 한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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