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김귀혁 기자] 이제는 제주 현지인이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가 됐다.

제주유나이티드의 최근 몇 년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2016 시즌 리그 3위에 이어 그다음 시즌에는 2위까지 기록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하며 2016년부터 3년 연속으로 출전했고 16강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팀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리그에서 최하위로 강등의 수모까지 겪었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왔던 팀이 불과 1년여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된 것이다.

다행히 부진의 터널은 길지 않았다. 남기일 감독이 부임한 2020년 바로 K리그2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부 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재미난 점은 승격 이후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였다. 한때 12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강등권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제주는 언론에서 좋지 않은 소식까지 보도되며 다시금 악몽이 도래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반등의 후반기를 보내며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이 걸린 3위에 1점 모자라는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창민은 이런 모든 과정을 겪으며 어느덧 제주에서 7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 사이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으며 본인만의 자리를 구축했다. 당장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K리그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 선정됐으며 프로 통산 출장 수만 215경기에 달한다.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이제는 팀의 어엿한 중견급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입대 직전 마지막 시즌을 앞둔 이창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만나서 반가워요. 우선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현재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요?

거의 90% 정도 다 나은 상태고 조심하면서 재활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정확히 어떤 부위에 부상이 왔던 건가요?

햄스트링이 15cm 정도 찢어졌습니다. 그런데 수술은 안 하고 한두 달 정도 푹 쉬기로 예정이 되어있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빨랐습니다. 원래 지금쯤 재활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재활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기도 해서 우선은 시즌 개막할 때쯤에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34경기를 뛰셨더라고요. 한 시즌 개인 최다 경기였는데 혹시 후반기로 갈수록 쉬고 싶은 생각은 크게 안 드셨나요?

그런 생각은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후반기 갈수록 더 좋아졌고 몸이 처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축구를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즌 중에 특별히 몸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 건가요?

많이 잡니다. 일찍 자고 푹 자는 편인 것 같은데 저녁 10시나 11시 정도에 자면 아침 9시쯤 일어나니까 최소 8시간 이상은 숙면에 취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숙면하면 몸이 더 좋아지는 게 느껴지던가요?

경기하고 나서 이틀 정도 푹 자면 금방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우선으로 해서 특별한 몸 관리를 하는 편은 아닙니다.

원기 회복을 위해 드시는 음식은 따로 있나요?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프로축구연맹제공

그렇게 몸 관리를 하면서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하셨는데 사실 중간에 주장직을 내려놓으셨어요. 일종의 부담감 때문이었나요?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주장으로서 부담감을 안고 하다가 내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제 플레이도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주장 완장이 있고 없고 차이도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는데 주장으로서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이게 팀을 위한 것인지 먼저 묻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많이 미쳤던 것 같습니다.

사실 남기일 감독이 그렇게 유한 캐릭터는 아니신데 주장직을 내려놓으실 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초반에 시키실 때부터 정중하게 고사하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제안을 받아 주시지 않으면서 1년 정도 주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에 지난 시즌 직전에도 주장직을 고사하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결국 그 제안을 받아주신 것 같습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감독님께서 시즌 중반에 경기 마치고 훈련장 소집 사건이 한 번 있었어요. 그때 주장으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셨을 것 같은데 그때 선수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궁금해요.

우선 그때는 힘들게 경기하고 왔는데 다시 훈련을 나오라고 하시니까 감독님께 조금 섭섭한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그것 관련해서 감독님을 찾아가서 말씀드렸고 감독님도 그때 당시에는 너무 화가 나고 승부욕이 있다 보니까 그러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심각하게 부각했는데 사실 저희는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사가 나오고 나서 더 심각했었는데 그래도 마무리가 잘 됐습니다.

주장으로서 감독님과 선수 간에 조율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고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선 선수단의 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없지는 않았는데 사실 선수단 편에 서서 이야기한 적이 많아서 감독님이 많이 애먹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4위라는 성적이 아쉬웠던 전반기를 떠올리면 만족하실 수도 있으셨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 것 같아요. 선수들 입장에서 4위라는 성적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 궁금해요.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아주 아쉬웠습니다. 시즌 중간에 인터뷰할 때도 3위 안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는데 팬분들께 그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3위와 승점 차도 많이 안 나서 찝찝한 마음이 있었기도 한데 돌이켜 보면 한 경기 한 경기가 비기거나 졌던 경기들이 떠 올라서 더욱 더 아쉬웠습니다.

무슨 경기가 제일 아까웠나요?

수원 삼성전 2-3으로 역전패한 경기입니다. 초반에 경기력이 좋았는데 후반전에 완전 다른 경기 내용을 저희가 보여줬었습니다. 전반에 두 골을 먼저 넣고 뒤집혀서 아쉬웠던 것 같고 만약에 그 경기를 지켰다면 그때부터 탄력을 받고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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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으로 제주 선수들은 FA컵 결승을 봤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많거든요.

웬만하면 다 봤을 겁니다. 대구가 제 고향이기도 해서 열심히 응원했는데... 끝나고 전남에 있는 김현욱 선수한테 전화해서 "고맙다! 축하한다" 이렇게만 하고 끊었습니다. 이후에 연락 와서 김현욱 선수가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는데 저희도 나가야죠"라고 해서 재밌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잘했으면 대구 경기까지 안 봐도 되는 거라서 다 저희 탓인 거죠.

그래도 경기 자체는 박진감이 넘쳐서 재미있게 보셨을 것 같아요.

대구 선수들한테 장난삼아 욕도 하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중원 지역에서 다양한 파트너들하고 호흡을 맞춰보셨는데 그 선수들이 나간 대신 윤빛가람이나 최영준 선수가 합류하면서 또 다른 기대감이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재미있게 공을 찰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다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어서 팀에 금방 녹아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명이 한 팀에서 같이 한 적은 없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일각에서는 이창민-윤빛가람-최영준이 K리그 꿈의 중원 조합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실 부담됩니다. 저희 세 명이 다 뛰면 좋겠지만 못 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몸이 안 좋아서 못 뛸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할 수도 있는 거라 저희 셋의 출전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 세 명이 무조건 주전이라고 하는 말씀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윤빛가람 선수가 벌써 제주 입단만 네 번째 정도 인데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걸까요?

역마살이 있는지 정착했으면 괜찮았는데 괜히 나가서 참... 와서 힘들게 이사도 몇 번이나 해야 할 텐데 이해를 못 했습니다.

윤빛가람 선수 오신다고 했을 때 어떤 말씀을 건네셨나요?

(윤)빛가람형이 여기저기 이적에 관해 이야기했었고 저한테도 전화가 와서 제주에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저한테 "가면 뭐하냐 너 군대 갈 거잖아" 이렇게 대답을 해서 제가 형 오면 안 간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진짜 와버렸습니다.

미담으로 윤빛가람을 만나기 위해서 군대에 가지 않은 것으로 표현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그러면 이창민 선수는 윤빛가람 선수의 입단을 몇 번 정도 보신 건가요?

일단 2017년도에는 형이 중국 사람이 돼서 제주에 왔었습니다. 그리고 군대 가셨다가 다시 2019년도에는 군인이 돼서 왔고 이번에는 애 아빠가 돼서 왔습니다. 정리하면 중국 사람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군인이 됐다가 다시 애 아빠가 돼서 올 시즌에 왔습니다.

이 정도면 윤빛가람의 축구 인생에서 꽤 많은 것들을 보셨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경남 1년 차라서 그때부터 봤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였다 보니까 그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 팀에서 오랜 시간 같이 해 본 적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2017년도에 6개월, 2019년도에 6개월, 그리고 이제 한 시즌인데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을 가장 길게 보낼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최영준 선수에 대해서는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수비적인 부분에서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최)영준이형이 많이 뛰어주고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다 보니까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빛가람, 최영준 선수를 포함해서 올 시즌 제주의 영입 소식이 상당해요. 제주 7년 차로서 영입의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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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주도는 선수들 입장에서 심심한 동네라서 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창민 선수가 영업이라도 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고 거의 도장 찍기 직전에 선수들이 제주 생활에 관해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서울처럼 두 시간씩 차 타고 다닐 필요도 없이 클럽 하우스도 5분이면 간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래서 사실 제주 생활에 대해 선수들이 불안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저는 여가 생활할 것도 많고 괜찮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특히 가족들과 같이 오게 되면 좋은 맛집도 많다면서 이야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창민 선수는 제주도라는 곳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휴가 때는 친한 사람들과 골프도 치고 맛집을 많이 갑니다. 사실 지금은 단골집들만 가게 되는데 그전까지만 해도 새로 생긴다고 하면 여러 군데 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먹는 것을 되게 좋아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식당에 이창민 선수 사인이 있다면 맛집으로 봐도 되는 걸까요?

웬만하면 그럴 수 있는데 그냥 해달라고하는 집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외지인 입장에서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연돈' 예약 성공하신 적 있으신가요?

다 똑같은 돈가스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약간 제주 도민만의 자존심으로 봐도 될까요?

초창기 때 잠깐 갔다가 저녁에 줄이 있어서 똑같이 줄 서면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게 다음날 점심 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못 먹겠구나 싶어서 포기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주의 영입 소식이 많아서 K리그에서 "전북 울산 양강 체제에 제주가 꼈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아요.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작년부터 경기하면서 전북이나 울산이라는 팀도 우리를 껄끄러워하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성적도 그렇고 경기를 하면서 우리를 쉽게 이기지 못하는 느낌도 들었고 저희도 그런 평가대로 하려고 많이 노력 중입니다. 사실 지금 리그가 너무 치우쳐있는 상황이라서 이를 깨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제주의 최근 몇 년은 굉장히 롤러코스터였어요. 맨 밑에까지 가면서 강등을 당했다가 직후에 바로 우승하고 승격 이후에는 4위까지 기록하기도 했고요. 이런 것들을 겪어보신 입장에서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강등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도차를 겪으면서 세상에 추락만하는 법은 없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강등도 해보고 우승도 하면서 다시 K리그1에 복귀했는데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잘 나가다가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다시 상승했던 점에서 더욱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웁니다.

강등은 너무 싫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K리그2 우승했을 때는 너무 좋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것보다는 K리그1에서 우승컵을 한 번 들어 올리고 싶습니다.

전북, 울산과 함께 3강에 들어가려면 제주가 무엇을 좀 더 해야 할까요?

하위권에 있는 팀들한테 잡히거나 비기는, 그리고 중위권 팀과의 경기도 그렇고 이길 팀들한테는 확실히 잡고 가야 우승 경쟁이라는 구도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전북이나 울산과 경기를 하면 선수들 마음가짐도 다릅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다른 팀들하고 할 때도 가지고 간다면 우승 경쟁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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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욕심도 많이 나실 것 같아요.

'ACL을 뛰고 싶다' 이런 느낌보다는 그 무대에 나가게 되면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또 수준 높은 팀들하고 맞붙게 되니까 많은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한테 이런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군대에) 가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상무는 이번에 내려놓고 '갈 때 되면 가자'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ACL에 나가셨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우선 좋았던 순간은 감바오사카 경기였고 반대로 좋지 않은 기억은 많은 분들이 우라와로 예상하실 것 같은데 사실은 호주 원정과 태국 부리람 원정이었습니다. 이동 경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었고 제가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7년 동안 있어서 놀랍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비행기 타기를 싫어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너무 싫습니다. 비행기가 너무 무서워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휴가나 외박을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지인을 만나거나 행사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육지로는 웬만하면 가지 않으려 합니다.

비행기 공포증이 조금 있는 건가요?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자려고 눈을 감을 때 그대로 자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이륙하자마자 눈이 떠져서 미치겠습니다. 그래서 경기의 절반이 원정이라 비행기를 타야 되기 때문에 그게 너무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도 제주에 꽤 오랜 기간 활약하고 계시는데 제주라는 지역에 매력을 느껴서 그런 건가요?

여유로움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게을러진다는 느낌보다는 심적으로 사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 우선 들고 서울에는 옆 사람이 워낙 바쁘니까 같이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서 매력적이라고 느낍니다.

이렇게 오래 계실 줄은 예상하셨나요?

전혀 못 했습니다. 사실 2~3년 정도 잡았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제주에서 활약하면서 이창민 선수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은 것이 중거리 슈팅인데요. 이 슈팅에 비법 같은 것이 있을까요?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공 바구니를 들고나와서 여러 가지 자세로 때려보면서 했던 부분들이 지금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습할 요소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필 중거리 슈팅 연습을 많이 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게 별다른 생각은 없었는데 사실 슈팅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습니다. 훈련할 때만큼은 즐겁고 행복해서 비유하자면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만 계속 먹게 되듯이 좋아하는 쪽으로 계속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문득 궁금해지는데 요즘 제주는 한라산 안 가나요?

2월 4일인가 5일쯤에 일정이 잡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재활 때문에 열외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일단 제 생각은 무조건 열외인데 감독님 생각에는 무조건 합류로 되어 있었습니다. 또 감독님이 산을 좋아하셔서 더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바다도 좋아하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제주에 7년 동안 계시면서 얼마나 한라산을 오르내리셨나요?

못 셀 것 같습니다. 연례행사로 1년에 한 번 이상은 무조건 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몇 번씩 갑니다. 또 지인분들이 새해맞이로 제주도에 오는데 굳이 한라산에서 해를 보자고 말씀하셔서 안 갈 수도 없고 난처했습니다.

축구 선수는 백록담까지 얼마나 걸려요?

두 시간이면 다 올라갈 것 같습니다. 걸어서는 못 갈 것 같고 뛰다가 걷다가 반복하면서 빨리 가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여유로운 도시에서 너무 급하신 거 아닌가요?

축구가 90분을 뛰니까 그 시간 즈음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습관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지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합니다.

정말 제주에서 뛰면 한라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아요.

그냥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제주 선수들이 낚시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선수들뿐만 아니라 제주도 사는 일반 지인분들도 낚시에 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는 게 밤낚시이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 그분들이 물고기 잡았다고 사진 찍어서 올리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만약에 3~4일 정도 쉬는 일정이 생긴다면 밤에 나가서 한 번쯤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제주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도 오히려 많이 뭉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다른 팀에서는 그냥 퇴근하면 끼리끼리 모이는 정도로 아는데 여기는 많이 모이는 편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한 선수들은 집에 가서 밥도 얻어먹을 수 있지만 총각 선수들은 식사 해결하기가 어려워서 삼삼오오 같이 모여서 먹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리그가 2월 개막이라서 패턴도 많이 바뀔 거고 선수들 루틴에도 영향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인지도 궁금해요.

일단은 최대한 첫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제일 우선인 것 같습니다. 또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가서 팀원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 그 전까지 많이 준비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7월에 일정이 많이 몰려있는 것 같아서 미리미리 잘 먹기도 하고 근력 운동도 성실히 하면서 준비하고자 합니다.

팀 목표는 우승을 전제로 최대한 높은 곳을 바라볼 텐데 이창민 선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해요.

항상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것을 매년 목표로 설정합니다. 제가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평가도 작년보다 좀 더 좋아졌다는 평을 듣는 것을 매해 새 시즌 목표로 잡아둡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일단 코로나19 상황이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개막전 때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고 제주 날씨가 4월까지 추워서 경기장 오실 때 감기 안 걸리시게 따뜻하게 입고 나와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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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은 최근 몇 년간 제주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입단 후 2년간 상위권으로 발돋움했으나 2019년 강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도 묵묵히 이창민은 본인의 역할을 하며 곧바로 K리그2에서의 우승으로 승격을 이뤄냈고 지난 시즌 부침 속에서도 4위라는 인상적인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창민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런 순위에 대해 아쉬움이 더욱 묻어나 보였다. 그리고 팀에 들어온 좋은 자원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전북과 울산의 양강 체제에 대한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의 농익은 제주 생활만큼 한층 노련한 플레이로 리그 판도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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