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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귀포=김현회 기자] 포항스틸러스 ‘영건’ 4인방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은 색다른 모습이었다.

포항스틸러스는 지난 3일부터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시즌보다 빠른 2월에 올 시즌 K리그가 개막하는 탓에 전지훈련도 예년보다 일찍 열렸다. 팀과 올 시즌에도 동행하기로 결정된 국내 선수들이 3일에 맞춰 팀에 합류했고 그랜트도 며칠 뒤 제주도로 날아왔다. 콜롬비아에서 휴가를 보낸 팔라시오스도 15일 입국해 열흘 간의 자가격리 후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의 ‘영건’ 4인방은 이번 훈련에서 빠지게 됐다. 3일 포항의 전지훈련지인 서귀포 칼호텔에 합류해 일주일간 땀 흘린 이호재와 김륜성, 이수빈, 고영준 등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돼 포항 선수단을 떠나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올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U-23 아시안컵 본선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이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포항 4인방’은 짐을 싸서 포항 선수단을 빠져 나와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잘하고 돌아오라”는 응원보다는 “풉”하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떠나는데 호텔 로비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주는 동료도 없었다. 이유가 있다. 포항 선수단과 황선홍호의 숙소가 같기 때문이다. 포항은 칼호텔 2층을 쓰고 황선홍호는 이 호텔의 7층을 사용한다. ‘포항 4인방’은 2층에서 짐을 정리해 7층으로 올라갔다. 소속팀에서 대표팀으로의 이동은 이렇게 간단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무리했다.

‘포항 4인방’은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만 휴식 시간이 되면 잠깐 원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이들은 저녁 시간에 2층으로 내려와 팀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치료실에도 놀러온다. 최근 포항이 훈련 후 호텔을 벗어나 저녁식사를 외부에서 한다는 소식에 ‘포항 4인방’은 “우리도 껴달라”고 농담을 건넸지만 구단에서는 “너희는 대표팀 신분이니 오지 말라”고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했다. 2층과 7층을 오가는 ‘포항 4인방’은 그 누구보다도 편하게 2중 생활을 하고 있다.

황선홍호에는 포항과 익숙한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김일진 골키퍼 코치다. 포항에서 1993년 데뷔해 활약했던 김일진 코치는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에서 골키퍼 코치로 일했다. 누구보다도 포항을 잘 아는 김일진 코치도 숙소에서 포항 스태프나 선수들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포항의 라이벌인 울산 소속의 김민준도 현재 칼호텔에서 황선홍호와 함께하고 있고 정상빈(수원삼성)과 이한범, 이태석(이상 FC서울) 등도 함께하고 있다. 매일 이곳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29일까지 소집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에는 각자 소속팀으로 향해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포항은 올 시즌 개막까지 제주에서 전지훈련에 임하기로 했다. 대표팀이 해산하면 ‘포항 4인방’은 그대로 짐을 싸서 칼호텔 7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면 된다. 포항스틸러스 ‘영건’ 4인방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은 색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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