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 벨기에 거쳐 스승 품으로 돌아온 서울이랜드 이재익 이야기

[스포츠니어스|서귀포=김귀혁 기자] 역대 국가대표 대회에서 가장 임팩트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2019 FIFA U-20 월드컵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FIFA 주관 대회 첫 결승 진출이자 당시 비교적 낮은 전력으로 평가받은 가운데 일궈낸 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모든 경기 선발 출장하여 활약한 수비수가 있다. 이후 약 3년이 지난 사이 그 수비수는 많은 경험을 거치며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생애 첫 국가대표에 승선 되기도 했으며 카타르와 벨기에 리그까지 경험했다. 어찌 보면 이제 곧 핵심으로 도약해야 할 선수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그 와중에 국내로 복귀할 당시에는 U-20 월드컵 때 본인을 기용했던 감독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위 이야기의 당사자와 제주도 서귀포의 서울이랜드 전지훈련장에서 만났다. 이재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사실 서울이랜드에 작년 여름에 들어와서 시즌 전에 하는 첫 번째 전지훈련인데 어떠신가요?
저도 벌써 프로 5년 차가 됐는데 사실 4년 동안 이렇게 한 팀에서 한꺼번에 동계훈련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때는 계속 대표팀을 오갔고 해외 생활 할 때도 도중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하게 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도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호흡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리셨을 것 같아요. 동계훈련하면서 그런 부분은 잘 준비가 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일단 작년보다 더 디테일하게 훈련에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선수들도 열정적이고 코칭 스태프 선생님들 역시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십니다. 그래서 이런 노력이 쌓여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초반에 좋은 성적이었다가 후반부 접어들수록 아쉬운 모습이었거든요. 이재익 선수는 도중에 합류하긴 했지만 선수단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각오가 잘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저는 여름에 합류해서 그런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는데 다 같이 뭉쳐서 하나 된 마음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코칭 스태프 선생님들이나 저희도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물은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고, 작년에 ‘초반에 분위기가 어땠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정용 감독님하고는 U-20 대표팀에서 만나고 두 번째인데 처음에 만나시자마자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오기 전에 전화를 한 번 하긴 했는데 “네가 잘해야 하고 못하면 그만큼 두 배로 욕을 먹을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처음 운동장에서 뵀을 때도 “네가 잘해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있고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민 선수하고 호흡이 되게 잘 맞는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잘 맞던가요.
일단 제가 합류할 때 (이)상민이 형이 올림픽 대표팀으로 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같이 뛰어보니까 수비가 좀 더 견고해지고 경기를 하다 보면 ‘골을 안 먹을 수 있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생기는데 이런 것들이 상민이 형과 뛰면서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합류하고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합류해서 아쉬웠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반대로 보면 동계훈련부터 함께 다지면서 아무래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중간에 들어가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번에는 몸을 만들거나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실 중학교까지는 앞선 공격지역에서 활동하던 선수였는데 어떤 이유로 수비수로 전향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포철 중학교 때까지는 공격수를 하다가 포철고 진학에 실패하고 보인고로 진학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여러 포지션을 보던 와중에 감독님께서 “수비를 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때 감독님이 누구셨죠?
안익수 감독님이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안익수 감독님은 어떠셨나요?
일단 처음 들어갔을 때 운동 강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안익수 감독님이 이끄는 연령별 대표팀에 어린 나이임에도 뽑혔었는데 사실 프로에서 두 살 정도면 차이점이 크게 없는데 반해 고등학교 때 18살과 20살은 꽤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그때는 형들도 높게 보였고 거기에서 오는 수준 차이도 제법 느꼈습니다. 감독님 전술도 수비 전술 위주라서 그때 수비에 대한 디테일을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안익수 감독님이 FC서울로 가셨다고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선문대학교에서 감독님이 계실 때 좋은 전술과 함께 정말 많은 변화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됐습니다. 그래서 FC서울에서도 어떤 축구를 보여주실까 봤는데 정말 다른 축구를 하고 계셔서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비수로 전향하면서 연령별 대표팀에도 뽑혔고 마지막에는 U-20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면서 활약을 하셨어요. 그래서 대회 자체가 상당히 기억에 남으실 것 같아요.
당연히 제 기억 속에서는 최고의 순간이었고 사실 지금 3년 정도 된 상황인데 과거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순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저 자신이 더 노력해서 발전해야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기억 속에서 성인 대표팀까지 승선을 하셨어요. 사실 이재익 선수 입장에서는 많은 선배들이 있었을 텐데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 궁금해요.
제가 처음 성인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아무래도 수비 쪽이다 보니까 (김)영권이 형이나 (권)경원이 형, (김)민재 형, (박)지수 형 등이 많이 챙겨주셨고 그때 형들이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 해야 하고 여기에서 치고 나가야 더 좋은 선수가 된다”이런 식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 해외 경험도 있으시니까 생활에 있어서 힘든 점도 공유하면서 좀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도 재밌게 장난쳤던 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들어가기도 했고 막내이다 보니까 조용히 있어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또 대표팀에 처음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정말 무거워서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부분도 있었고,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오는 거라 시차 적응을 해야 해서 각자 컨디션 관리하기도 바쁜 분위기로 기억합니다.

그때 룸메이트는 누구였나요?
(이)동경이 형이었는데 이전부터 봤던 사이라서 불편함은 없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카타르로 넘어가서는 구자철 선수나 남태희 선수가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도움을 줬나요.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가장 도움받았던 부분이 해외 생활에 대한 조언이었습니다. 또 거기서는 외국인이다 보니까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남)태희 형이 전화해서 자기 집에 와서 같이 밥먹자고 한 기억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항상 형들한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종종 연락도 드리고 있습니다.

카타르에 계시다가 벨기에 리그에 가셨는데 우여곡절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코로나19 때문이었죠. 임대 제안을 받고 기회가 생겨서 팀에 요청을 하고 가게 됐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방역 정책이 바뀌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벨기에에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벨기에 정부에서는 안 된다고 입국 금지하고 출입 자체를 허용 안 하면서 비자 자체가 안 나왔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세 번 정도를 왔다 갔다 했던 어려움 속에 팀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컨디션 관리하기 참 힘드셨을 것 같아요.
몸이 거의 프리시즌 느낌으로 돌아왔고 이미 그 전에 6개월 동안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됐건 그 전부터 가계약은 다 된 상황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넘어가게 됐습니다.

벨기에 무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관중분들이 들어오는걸 딱 한 번밖에 못 봤습니다. 그때도 제한이 있어서 4~5천 명 정도 와주셨는데 팬분들이 정말 열정적이셨고 결국 이런 팬들하고 같이 경기를 하는 것이 축구 선수들한테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간혹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감사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재익 선수는 힘을 받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홈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이라 너무 아쉽기도 한데 어찌 됐건 스포츠 선수는 팬이 있어야 하는 존재고 경기장에 그런 팬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그래서 한국에도 지금의 성원은 감사하지만 문화적으로도 더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좋은 경험을 갖고 서울이랜드에 입단하면서 다시 국내로 복귀 하셨어요. 서울 이랜드로 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감독님 때문인 거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기도 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다른 이적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독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거기에 마음이 움직인 경우가 있는데 정정용 감독님이 직접 연락을 해주셨나요?
이미 서울이랜드와 이야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감독님께 제가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었더니 오게 되면 정말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선택했습니다.

서울이랜드에서 반 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대전과의 경기였습니다. 서울이랜드에 와서 처음 뛰었던 경기였기도 했고 김희호 코치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의 경기여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 닮고 싶은 롤모델 같은 선수가 있을까요?
맨체스터시티의 라포르테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 스타일을 갖고 있고 특히 왼발 빌드업이나 모든 부분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재익 선수도 라포르테와 같은 왼발잡이에 좋은 기술을 가진 수비수로서 팬들이 평가해주는데요. 이런 것들이 중학교 시절에 앞선에서 플레이했던 경험에서 온 것으로 봐도 될까요?
그런 것들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학교 때 있던 스승님이 기본기 같은 것들을 정말 잘 가르쳐 주셔서 그런 부분을 중학교 때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아직도 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니까 소위 ‘남친짤’이라 불리는 사진들이 있더라고요. 본인 패션에 대한 비결이나 철학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제가 옷을 그렇게 잘 입는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사실 친한 형이 옷 매장을 해서 거기에서 가져오는 게 많습니다. 이런 옷들을 가지고 입는거라 저 스스로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축구 외에 남는 시간이 있을 건데 주로 어떤 것을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지금 같은 동계 훈련 기간에는 자면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딱히 취미는 없어서 몸 관리에 열중하는 편입니다. 가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기도 하는데 몸에 지장을 갈 정도는 아니고 즐기는 선에서 하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게임을 즐겨하시나요?
웬만한 게임은 다 하는데 주로 하는 게임은 롤입니다.

즐겨하는 챔피언은 무엇이고 티어는 어느 정도 인가요?
고등학교 때는 리븐이라는 챔프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한 챔피언을 하기보다 여러 챔피언들을 돌아가면서 즐기고자 합니다. 티어는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고 골드 정도? 그런데 사실 앉아 있으면 근육에 좋은 편은 아니고 따로 개인 운동도 해야 해서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팀 내에서 같이 롤을 하는 선수가 있나요?
(박)태준이와 가끔 합니다.

그러면 누가 버스를 태우나요?
태준이도 잘하긴 하는데 제가 조금 더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유튜브도 보신다고 했는데 즐겨보는 채널이 있는지 아니면 알고리즘에 따라 보시는지도 궁금해요.
그냥 알고리즘에 따라서 보는 것 같은데 게임방송이나 드라마 모음집 위주로 많이 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꾸준하게 보는 성격은 아니라 주로 하이라이트 위주로 봅니다.

그러면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서도 최근에 즐겨봤던 콘텐츠가 있나요?
최근에 공유 씨가 나오는 ‘고유의 바다’를 재밌게 봤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렇군요. 저는 올시즌 이재익 선수와 서울이랜드의 경기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이랜드 팬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일단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회할 방법은 이번 연도에 좋은 경기력과 결과 그리고 좋은 성적을 갖고 와야 팬분들이 행복하실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저희가 응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최대한 동계 훈련 때 열심히 하면서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혹은 팀으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는 우선 제 기량이 성장했으면 좋겠고 팀으로서는 당연히 1위를 하면서 승격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보통 어린 선수라면 축구 외에 다른 부분에 관심사가 생길 수 있다. 이재익 역시 그런 부분에서 유혹이 있을 법했다. 그러나 인터뷰 과정에서 느낀 축구에 대한 그의 진솔함은 놀라웠다. 그 흔한 게임에 대한 유혹에도 몸에 지장이 갈 수 있다는 우려에 자제하고 있었고 벨기에 시절에 느낀 팬에 대한 소중함을 안고 시즌을 준비중이었다. 카타르와 벨기에를 거쳐 다시 스승의 품으로 돌아온 이재익의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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