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김귀혁 기자] 성남 뮬리치가 성공적인 한 시즌을 소회했다.

뮬리치는 지난 시즌 13골로 팀 내 득점 1위, 리그에서도 득점으로 다섯 손가락에 들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실력 외에 뮬리치는 여러 방면에서 화제성을 얻었다. 203cm의 신장으로 K리그 역대 최장신 선수라는 칭호와 함께 입성한 뮬리치는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에서 탄성의 대상이었다. 어마어마한 체격의 선수가 공을 잡은 것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그의 세밀한 발기술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득점의 대부분 역시 헤딩보다는 빠른 스피드와 발밑, 심지어는 프리킥 득점까지 성공하며 반전의 면모를 뽐냈다.

광주FC와의 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는 두 골을 폭발시킨 가운데 두 번째 골에서 흥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상의 탈의하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웃픈 사연도 있다. 이미 경고를 받았던 터라 뮬리치 역시 탈의 후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다른 의미로의 인생 경기를 펼친 뮬리치에게 팬들은 K리그의 '갤주'가 나타났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뮬리치는 시즌을 마친 후 성남이 완전 영입에 성공하며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전지훈련지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훈련에 임한 뮬리치는 통역과 함께 인터뷰 현장에 도착했다. 목을 위로 꺾으며 그를 바라본 <스포츠니어스>는 지난 시즌에 대한 소회부터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각오, 한국 생활 전반에 대한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만나서 반가워요. 우선 지난 시즌에 팀 득점 1위, 물론 항간에는 2위(마상훈-6골)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쨌든 지난 시즌에 대한 소감 먼저 듣고 싶어요.

작년은 개인적으로도 흡족한 시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첫해이기도 한데 큰 탈 없이 잘 보냈고 팀 입장에서도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습니다. 이어서 이번 시즌에 대해 이야기하면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좀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고 감독님이나 코치진분들, 새로운 선수들도 그런 부분이 느껴져서 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처음에 뮬리치 선수가 온다고 했을 때 큰 키 때문에 헤더나 포스트 플레이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일단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팬분들이 봤을 때 키도 크고 하니까 아무래도 포스트 플레이나 헤딩을 많이 하지 않냐는 생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켜봐 주셔서 알겠지만 제 장점은 오히려 스피드와 발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아무래도 성남의 스타일이 크로스 상황보다는 상대 뒷공간을 이용한 공격이 많아서 그런 부분이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어떤 걸까요?

굳이 하나를 뽑자면 아무래도 수원 삼성과 했었을 때 득점이었습니다. 그때 팀이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끝나기 전에 이스칸데로프가 패스해서 때린 것이 그대로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기에 하나를 더 뽑아보자면 인천전에서 기록한 프리킥 골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전술적으로 잘 맞아서 많은 골을 기록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지난 시즌 성남에서의 득점이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골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것도 설명해주신다면요.

아무래도 예전에 있던 팀들에서는 풀타임 출전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회도 적었고 벤치에 머물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후 보스니아 리그에서 출전 기회가 제법 있어서 골을 꽤 넣었고 작년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경기 속도 자체가 빨라서 적응에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부분은 문제없이 이겨냈고 적응해서 결과적으로도 많은 골을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기 수 자체도 많이 가져가면서 적응하는데 더 쉬웠고 그런 부분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일상 성남이라는 팀이 잘 맞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감독님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뮬리치 선수의 파트너 영입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셨어요. 본인은 원톱과 투톱 중 어느 시스템을 더 선호하고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사실 어디에서 어떻게 뛰든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서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혼자 했을 때보다는 두 명이 뛰었을 때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팀이 수비적인 상황에서 함께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서 파트너와 하게 되면 좀 더 편했기 때문인데 사실 팀 특성상 그런 것들을 크게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뽑자면 두 명이 하는 것이 좀 더 강점이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작년에 가장 잘 맞았던 파트너는 어떤 선수였나요?

부쉬나 박용지, 강재우, 홍시후 등 많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박용지와 가장 많이 뛰어봐서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하고 부쉬도 언어가 통하다 보니까 잘 맞았습니다.

호흡 적인 면을 물어보면서 생각난 건데 아까 전지 훈련장에 가보니 마상훈 선수랑 많이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팬들 사이에 마상훈 선수와 닮은 것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비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되게 좋아하는 농담입니다. 팬분들께서 마상훈 사진을 보여주면서 '누가 뮬리치야' 이런 장난도 많이 하고 저 역시도 그런 것들을 즐깁니다. 또 마지막 강원전에서 마상훈이 마지막에 공격진으로 올라오면서 두 명이 같이 뛰었었는데 경기 끝나고 정경호 코치님이 "너희 다음 시즌에도 그렇게 뛸 거야"라고 농담했던 것도 너무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팀 내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놀리는 동료들도 있을 것 같은데 누가 제일 짓궂게 놀리나요?

안진범이요! 친하기도 해서 서로 놀리기도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도 이번에 안진범 머리 스타일이 조금 바뀌어서 그걸 놀렸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상훈도 세르비아에서 쉬고 있을 때 결혼을 했는데 "그때 왜 결혼식 안 왔냐"고 농담했던 기억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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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가 내륙 국가더라고요. 그래서 바다를 잘 못 보셨을 텐데 제주도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해요.

너무 좋았습니다. 말씀대로 세르비아는 내륙이라 바다를 보기가 정말 어려운데 제주에 왔었을 때 너무 예뻐서 가족들한테 사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점심 먹고 잠시 쉬는 동안 드라이브하면서 제주 바다를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냈고 제주도 해시 태그를 안 하면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의 스테판 무고사 선수와 친해 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TSV 1860 뮌헨 시절에 한솥밥을 먹기도 했고 처음 K리그 왔을 때도 한국 문화나 적응하는 법에 대해서 무고사가 많이 알려줬습니다. 각자 인천하고 성남에 살다 보니까 거리도 가까워서 휴일에는 제가 인천에 가서 무고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무고사가 성남에 오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무고사 뿐만 아니라 가족들하고도 친형제처럼 잘 지냅니다.

이번에는 뮬리치 선수의 체격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체격 조건이 남달랐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국 나이로 15살 정도에 1년 동안 키가 갑자기 엄청나게 컸습니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갑자기 커졌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키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혹시 농구나 배구에 대한 제안은 없었나요.

제안이 있긴 했는데 사실 그쪽으로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워낙 남다른 사이즈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사진이 있는데요. 패딩 조끼를 입고 인터뷰를 했는데 꽉 맞는 사이즈더라고요. 사이즈 때문에 구단에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작년에도 3XL 사이즈의 옷을 구단에서 준비해줬는데 기장이 짧았습니다. 위에는 그래도 얼추 맞는데 다리 기장이 짧았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같은 3XL 사이즈임에도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한 번에 키가 엄청나게 자랐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뮬리치 선수만의 키 크는 비결 같은 것은 없었을까요.

사실 어떻게 컸는지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키가 컸습니다. 어렸을 때 턱걸이를 많이 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이라고는 말을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 역시 뮬리치 선수만큼 체격이 큰가요.

형제들 중에 키가 191cm인 사람도 있고 전반적으로 큰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너무 작아서 맨날 작다고 말합니다.

최근에 뮬리치 선수가 시즌 끝나고 세르비아에서 휴가를 보낼 때 가족들 사진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어요. 뭐 일각에서는 갱단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강렬했는데 순서대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왼쪽부터) 큰 형, 큰형의 형수님, 어머니, 아버지, 동생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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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족분들 중에 스포츠 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있나요.

축구도 같이 하고 축구 선수도 잠시 했었는데 잘 안 됐고 지금은 각자 일을 하면서 일반인으로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사진을 봐서 생각난 건데 사실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여기 없으니까 많이 그리운데 사진을 보니까 더욱 생각납니다.

장거리 연애일 텐데 많이 힘들겠어요.

정신적인 사랑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보고 싶어서 조금 애교를 부리기도 해서 제 사진을 자주 보내주기도 합니다.

자가격리하는 동안 많이 연락했을 것 같아요. 격리 기간에 무엇을 하며 버텼나요.

개인 홈트레이닝 하면서 보냈고 영화 채널을 통해서 영화도 자주 봤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2주씩 두 번이나 했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열흘 정도라 조금은 쉽게 보낸 것 같습니다. 손흥민 선수 역대 경기나 스페셜 등도 격리 기간 동안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손흥민 선수 말씀 나온 김에 혹시 K리그에서 인상적인 선수는 누가 있었나요

전북이나 울산, 서울 등의 클럽에 인상적인 선수가 많았습니다. 기성용도 기억에 남고 젊은 선수 중에는 울산의 이동준이 정말 잘한다고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특히 미드필드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가 많다고 느낍니다.

무슬림이다 보니까 먹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음식을 먹나요.

통역사가 배달 어플을 통해 샐러드나 치킨 등을 시켜주는데 특히 교촌치킨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외에 김치를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이번 연도에 김치의 맵기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해서 그런지 특히 더 많이 먹습니다. 코치님들도 김치를 담는 제 모습을 보고 놀라운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반찬이 없어도 쌀밥에 김치 정도만 해서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럽식 쌀이 있고 한국식 쌀이 있는데 한국 쌀밥을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 어머니께 "한국 쌀이 더 맛있으니 구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듣고는 어머니가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유럽식 쌀과 비교해 한국식 쌀이 어떤 부분에서 더 맛있었나요.

조금 탄력이 있으면서도 작고 아기자기해서 한국 쌀이 더 맛있습니다. 그래서 김치에는 당연히 한국식 쌀밥이 있어야 하고 다른 쌀로 지은 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식 쌀을 좋아합니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질문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경력을 유럽에서 보내다가 지난 시즌부터 처음으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요. 가족들한테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한번 한국에 같이 가자고 가볍게 제안한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각자 삶이 거기에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았고 그런 부분을 다 이해하기 때문에 저 역시도 아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도 그렇고 저 역시도 서로의 삶을 이해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고국인 세르비아는 좋은 축구 선수들이 많은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와 앞으로 유망한 선수는 누가 있나요.

일단 요즘 주목하는 선수는 피오렌티나에서 뛰는 블라호비치입니다. 벌써 유명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이미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역대 최고의 선수로는 두산 타디치를 꼽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우상 혹은 좋아하는 선수도 있을까요.

어떤 선수를 선호하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제 플레이와 비슷한 선수를 꼽아보자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데 또 사람으로서는 거만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제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축구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는 것인가요.

전체적으로는 겸손함을 유지하되 경기장에서 만큼은 자신감이 더 중요합니다. 격하게 이야기하면 다 씹어 먹을 정도로 임해야 그게 선수고 팀을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혼자서 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만약 룸메이트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와 함께 지내고 싶으신가요.

작년에는 이스칸데로프가 같은 무슬림이라 함께 사용하기는 했는데 만약에 올해 고르라고 한다면 마상훈과 지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같이 쓰게 되면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할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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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즌을 앞두고 각오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작년에는 강등을 면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다른 느낌으로 선수들도 많이 바뀌면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팀에 이바지하면서 작년보다 더 좋은 시즌을 보내고 싶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선수들이 많이 없어야 합니다. 부상이 없는 팀이 어떻게 본다면 강한 팀이 될 것이고 저 역시도 많이 뛰게 된다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뮬리치는 높은 신장 대비 포스트플레이 보다는 빠른 스피드와 발밑을 활용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인터뷰 역시 그러했다. 높은 신장이지만 자만하지 않고 항상 축구에 진지하게 임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뮬리치에게도 고국인 세르비아나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김치를 제일 좋아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 적응도 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의 높은 신장 만큼 뮬리치는 작년보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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