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자에서 적으로’ 안익수와의 맞대결 꿈꾸는 성남 신인 박지원

[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안익수 감독 애제자가 우리 팀에 있는 거 아세요?”

서귀포에서의 어느 날, 성남FC 구단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깜짝 놀랐다. 안익수 감독은 현재 FC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애제자라면 성남이 아닌 FC서울에 있어야 했다. 이유를 묻자 “성남의 우선지명 선수다”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신인인데 제법 잘한다. 정말 많이 뛰고 노력하는 선수다”라는 칭찬이 등장했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마침 ‘오직익수’의 선문대 시절도 궁금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성남 선수단 숙소에서 그 애제자를 만났다.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에 입단한 박지원이었다. 그에게 솔직하게 과거 시절을 물어봤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만나서 반갑다. 프로 입단 후 첫 동계훈련이다.
일단 설렌다. 많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좀 쉽게 이해하고 훈련하고 있다. 우리 팀에서 나보다 어린 선수는 딱 두 명이다. 아직까지는 눈치도 좀 보인다. 훈련할 때 뭔가 자신 없다고 해야 하나? 약간 그런 것도 있고 뭔가 빨리 공을 줘야 될 것 같은 그런 것도 있다. 그래도 눈치 안 보려고 좀 노력 중이긴 하다.

김남일 감독님은 일단 신인 선수다 보니까 자신 있게 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것들 많이 보여줘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팀에 도움 되는 선수로 발전하라고 말씀 많이 하신다. 프로에 와서 보니 형들이 먹는 것부터 눈에 보이더라. 좀 체계적으로 먹고 체중 관리도 확실하게 하시더라. 대학교 때와은 좀 많이 다르니까 그런 부분도 많이 따라하고 있다. 나도 조금씩 변해가는 중인 것 같다. (박)수일이 형이나 (권)순형이 형을 많이 보고 있고 많이 얘기도 듣고 있다.

권순형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한 열 몇살 차이 난다. 그래도 형이다. 김영광 선수도 형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형이라고 부른다.

김영광은 신인 입장에서 많이 무서울 것 같은데.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그래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김)영광이 형이 신인 선수들에게 다 같이 파이팅 있게 훈련하라고 강조하셨다.

사실 김영광 뿐만 아니라 성남에는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신 내 입장에서는 좀 가까이 가기 힘든 형들이었다. 막상 지내다 보니까 되게 다 착하시다. 그러다보니 형들에게 다가가기 좀 편했다.

구단 유스 출신이라고 들었다.
맞다. 성남FC 유소년 팀인 풍생고를 다녔다. 이후에 우선지명을 받은 채 선문대학교로 진학했고 올해 프로에 들어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문대라면 안익수 감독…?
맞다. 지금 FC서울에 계신 안익수 감독님 밑에 있었다.

선문대 시절 안익수 감독 훈련이 굉장히 빡세다고 들었다.
항상 듣던 질문이긴 하다. 생각보다 그렇게 훈련이 힘들기는 하다. 하하. 그래도 이제 훈련할 때 집중만 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훈련 시간이 좀 긴 것도 있긴 하다. 다른 팀들은 한 시간 반에서 길어야 두 시간 이런데 우리는 훈련이 짧아야 두 시간 또는 두 시간 반이다. 길면 세 시간까지 간다.

그런데 안익수 감독님이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다 알려주신다. 처음엔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지내다 보니까 익숙해진다. 그냥 훈련 하다보면 ‘이 정도 하는구나’라거나 ‘오늘은 이 정도 했네’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훈련했던 것 같다.

비디오 미팅도 굉장히 많이 했다. 우리는 항상 수요일과 목요일에 우리들끼리 비디오 미팅을 한다. 화요일과 수요일일 때도 있다. 두 번은 우리들끼리 하고 경기 전날에는 안익수 감독님과 한다. 감독님과 비디오 미팅을 하는데 하나하나 디테일한 것부터 다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너무 오래 하는 거다. 최소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괜찮아지긴 했다. 그런데 신기하긴 했다. 감독님과 하나하나 자세하게 비디오 미팅을 하고 경기장을 가보면 그 비디오 분석한 게 다 하나하나 나온다. 덕분에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면 많이 쉬웠던 것 같다.

만약 경기를 잘 못한다면?
그러면 그냥 그 날부터 다음 주 경기까지 이제 분위기는 최악인 거다. 하하.

왠지 산도 많이 탔을 것 같다. 성남일화 출신 감독들에게 갖는 일종의 편견이랄까?
우리는 뛰는 걸 많이 하지 않았다. 소문에 비해 뛰는 건 거의 없다. 어차피 공 가지고 훈련할 때 많이 힘들어서 뛰는 거 할 필요 없다. 안익수 감독님도 “공 가지고 할 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한다. 다만 그 훈련 때 잘 못하면 이제 공 치우고 뛰는 걸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안익수 감독님에 대한 소문은 나도 많이 들었다. 굉장히 무서운 감독님이라고 들었다. 진짜 말도 걸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나름 자신은 있었다. 고등학교 때 코치님이 굉장히 무서우셨다. 그런데 안익수 감독님은 그 코치님보다 100배는 무섭다고 하더라. 그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갔다. 하지만 감독님이 시키는 건 다 하게 되더라.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까 되게 웃음도 많으시고 지적이시다. 정말 많은 걸 알려주신다. 축구 외에도 인성이나 영어 공부 같은 것들도 많이 강조 하신다. 소문에 비하면 그냥 하나도 안 무서웠던 것 같다. 그냥 훈련이 조금 유독 빡센 감독님이다 정도? 숙소 생활에서는 아예 터치를 안 하신다. 물론 너무 지나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는 하시겠지만 웬만한 건 다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안익수 감독이 당신을 많이 아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선수에 비하면 나를 좀 많이 좋아하시긴 했던 것 같다. 내가 좀 편해지면 형들이나 감독님들에게 되게 귀여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약간 그런 걸 이용 하면서 감독님한테 장난도 치고 그랬다. 그리고 훈련 때 좀 다부지게 하니까 좋하셨던 것 같다.

안익수 감독에게 장난을 치는 선수는 당신이 유일한 것 같다.
공 돌리기 같은 훈련을 하면 감독님도 참여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하다보면 안익수 감독님이 패스를 잘못 주실 때도 있다. 그러면 내가 오히려 감독님에게 “지금 뭐하시는 거냐”면서 “얼른 수비 들어가세요”라고 한 소리를 하고 그랬다. 하하.

그게 된다고?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그렇게는 못할텐데…
처음에 나도 좀 무섭고 그랬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까 나와 감독님이 많이 친해져서 그렇다. 나도 만약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을 만났다면 또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나는 학생이어서 그런 것 같다. 좀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다른 선수들은 또 그렇게 못하더라…

그런데 나도 고생한 적은 있다. 지금 내 머리가 길다. 나는 머리를 기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대학교 때 한 세 번 정도 잘랐다. 감독님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머리 길어서 무슨 필요가 있는가. 축구하는데 긴 머리는 앞머리로 눈만 가릴 뿐이다. 자르라”고 하셔서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깔끔하게 잘랐다.

이제는 프로에 왔으니 한 번 길러볼 생각이다. 예수님 머리처럼 한 번 길러볼 생각이다. 김현 선수만큼도 괜찮다. 한 번 길러보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자르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하.

안익수 감독도 옛날에 머리가 많이 길었는데…
내게는 자르라고 하시더라.

당신에게 안익수 감독은 어떤 존재로 정의할 수 있을까?
제 2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역시 ‘오직익수’다.
나를 비롯한 선문대 선수들도 그런 말을 다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FC서울로 가시고 나는 한 6개월 정도 더 대학에 있었다. 그 때 ‘오직익수’부터 ‘넷플익수’ 등 감독님에 대한 신조어가 많이 등장했다. SNS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선수들이 다 찾아보고 알고 있었다. ‘역시 감독님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많이 웃었다.

감독님이 프로에 가시고 나서도 몇 번 연락을 하긴 했다. FC서울에 가셔서 첫 승을 거뒀을 때와 새해 인사도 드렸고 개인적으로 고민거리가 있으면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프로에 계셔서 바쁘실텐데도 제자들이 연락을 하면 다 답장을 주신다.

지금 FC서울 선수들은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열심히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 혹시 ‘안익수 마스터’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음… 사실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니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 그래도 작게나마 조언을 드린다면 감독님 말씀을 확실히 잘 새겨 듣고 훈련할 때 열외나 빼는 것 없이 다부지게 하면 될 것 같다. 감독님에게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를 좋아하신다. 열심히만 하면 예쁨을 받을 것이다.

만일 감독님이 100을 요구하다면 거의 100에 가깝게 해내야 한다.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축구 인생에서 정말 머리 터지게 했던 시기였고 3년 동안 정말 많은 훈련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선수들은 감독님이 요구하는 대로 다 하게 되어 있다. 정말 선수를 평가할 때는 냉정하시기 때문에 해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도 편하고 감독님도 편하다.

이제는 성남에서 김남일 감독과 함께해야 한다.
선문대에서는 안익수 감독님의 전술이 제법 어려웠다. 어렵지만 이해하면 확실히 좋은 전술이었다. 반면 김남일 감독님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전수를 해주신다. 훈련 중에도 각 포지션마다 세심하게 지적을 해주시고 도움을 주시는 스타일이다.

사실 김남일 감독님도 여기에 오기 전에 굉장히 무거우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만나뵙고 함께 생활하니까 정말 부드러우시다. 말씀도 인자하게 하신다. 아직까지 김남일 감독님이 무섭다고 생각한 부분은 없다.

다만 프로에 와서 포지션이 좀 달라졌다. 대학교 때까지는 계속해서 왼쪽 측면 공격수에 자리했다. 하지만 여기 프로에 와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다시 배치가 됐다. 내가 측면 공격수로 뛸 때는 공 없을 때의 움직임과 탈압박 능력을 많이 보여줬다. 그런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지금은 상당히 어려운 느낌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원래 내가 뛰던 포지션이 아니니까 어떻게 볼을 받아야 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요즘 많이 고민 중이다. 그래도 시야가 좀 넓어지는 것 같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경기를 하면서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도록 때려주는 방법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형들에게 어느 것이나 모르는 걸 물어보며 적응하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보면 당연히 좋은 선수로 더 성장하지 않을까. 일단 하나하나 차근차근 좀 경험과 배움을 쌓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일단 감독님이 다른 포지션을 하라고 시키신다면 노력해서 다른 포지션까지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프로필상 키가 166cm로 굉장히 작은 편이다. 그런데 이제는 2m가 넘는 뮬리치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과거 R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춰봤지만 이제는 아예 함께 팀에서 뛰면서 생활해야 한다. 사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조금씩 맞춰가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키가 작다고 한 번도 열등감을 느끼거나 콤플렉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키가 작아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피드나 순발력이 좀 남들보다 좋은 편이이라고 생각한다. 키가 작다면 그런 것으로 극복하면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탄력이 좋아서 나보다 키가 큰 선수들과도 헤더 경합을 할 수 있다.

키가 작아도 괜찮다. 작은 선수들도 충분히 노력하고 하다 보면 다른 선수들과 경쟁되니까 충분히 괜찮은 것 같다. 키가 작으면 다른 부분에서 더 뛰어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 프로에 입단했으니 데뷔전이라는 욕심이 날 것 같다.
분명 꿈이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데뷔전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단 올 시즌 목표는 15경기 이상 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욕심을 좀 부리자면 공격포인트 10개 이상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겸손한 것 같았는데 출전 욕심은 큰 것 같다.
처음에 꿈은 다 크게 가져야 하는 법이다. 내 꿈 중 하나가 마세라티를 타볼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마세라티? 외제차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마세라티를 꿈꿔왔다. 그래서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하려고 한다. 원래 내가 차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어릴 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그 차를 본 것이다. 그냥 어쩌다가 한 번 본 거다. 그런데 그 차에 대한 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에 찾아보니까 마세라티였다. 그 때부터 ‘나는 이 차 한 번 끌고 다녀봐야겠다, 얼마 운전 못해보더라도 저 차를 한 번 타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훌륭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어떤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가?
사실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훗날에 다른 어린 선수가 나를 롤 모델로 삼고 닮아가고 싶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성남 팬들께는 “작은 선수가 저 정도까지 해?”라는 말이 나오도록 보여드리고 싶다. 박지원이 이 정도라는 걸 각인시켜 드리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제 K리그1이 곧 개막한다. 어떤 팀과의 맞대결이 기대가 되는가?
역시 FC서울이다. 안익수 감독님 앞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 격하게 하면서 “저 이 정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보통 신인 선수를 처음 만나 인터뷰를 할 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지원은 신인 답지 않게 물 흐르듯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언변에 감탄하자 “평소 독서나 교양 등에 대해서도 많이 강조하신 안익수 감독님이 교육해준 덕분”이라고 웃는다.

이렇게 대학 시절 안익수 감독과 인연을 쌓았던 제자는 이제 자신을 키워준 또다른 인연인 성남의 엠블럼을 달고 스승과의 맞대결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정말 그가 말한 대로 FC서울전에서 골을 넣고 안익수 감독 앞에서 격한 세리머니를 하게 될까? 상상만 해도 제법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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