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제주유나이티드와 불투이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최근 K리그 내에서의 이적설이 뜨거운 가운데 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적을 추측한다. 그 중 하나가 '인스타 피셜'이다. 구단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소속 선수들만 팔로우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 또한 소속 구단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어느 정도 이적설을 추측한다.

얼마 전 이 '인스타 피셜'의 중심은 불투이스였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울산현대와의 계약이 만료된 불투이스는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불투이스가 K리그 여러 구단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K리그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다"라는 추측이 등장했다. 불투이스는 수원삼성을 시작으로 강원FC, 수원FC, 제주유나이티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그런데 여기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제주 구단의 공식 인스타그램이 불투이스의 계정과 '맞팔'을 한 것이다. 특히 제주 구단의 경우 소속 선수나 곧 영입될 선수 만을 팔로우하고 있어 팬들에게 "인스타 피셜 하나는 확실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제주가 불투이스와 '맞팔'이라니 순식간에 불투이스의 제주 이적설이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 구단이 불투이스의 계정을 언팔로우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구단을 놓고 벌어진 '불투이스 게임'에서 제주는 빠지게 됐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한 번 알아봤더니 제법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제주 구단에 등장한 신기한 계정

항상 열심히 일하는 제주 구단 홍보 관계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구단 공식 계정을 로그인하고 다닌다.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뿐만 아니라 구단의 계정에서도 전해지는 알림을 스마트폰으로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홍보 관계자의 스마트폰에는 희한한 알림이 떴다. '@davebulthuis14 님이 팔로우한다'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누군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구단 관계자는 직접 그 계정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제주와는 인연이 없었던 불투이스였기 때문이다.

구단의 공식 계정은 이렇게 직원의 손으로 운영된다 ⓒ 스포츠니어스 유튜브

구단 관계자는 "불투이스가 왜 우리 계정을 팔로우했는지 모르겠다"라면서도 "그래도 처음 보는 계정이었기에 불투이스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게시물을 조금 구경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 관계자는 인스타그램과 스마트폰을 껐다. 그저 '불투이스가 우리 구단을 팔로우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이 관계자는 그날 할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미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제주가 불투이스와 맞팔이다"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빠르게 이적설이 퍼지고 있었다.

한밤중에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

그날 밤 10시였다. 구단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제주 선수 안현범이었다. 사실 선수가 밤에 관계자에게 전화해 업무 상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관계자도 의아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안현범은 대뜸 그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형, 우리 불투이스 와요?"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받은 관계자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구단 내부에 공유되지 않은 이적을 본인 혼자 알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그는 "도대체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현범은 "지금 구단 인스타그램이 불투이스와 맞팔을 해서 난리가 났다. 나한테도 연락이 엄청 온다"라고 전했다.

그제서야 구단 관계자는 다시 한 번 구단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했다. 실제로 구단 계정으로 불투이스가 팔로우되어 있었다. 깜짝 놀란 그는 곧바로 불투이스의 계정을 언팔로우 했다. 관계자는 "누군지 모르는 계정이라 불투이스 계정에 들어간 사이에 내가 실수로 팔로우를 누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스타 피셜, 한 번 제대로 해볼까요?"

제주 구단이 불투이스와 맞팔을 하고 언팔로우까지 하는 과정은 몇 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이미 제주는 불투이스 이적설로 뜨거웠다. 심지어 언팔로우 하는 상황까지 팬들에게 전달되며 "제주가 불투이스 영입전에서 빠진 것 같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해당 사건의 주인공(?)인 제주 구단 관계자도 "내가 잘못 눌러서 생긴 실수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만일 안현범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불투이스의 제주 이적설은 사건 다음날까지 이어졌을 수도 있다. 다행히 안현범의 투철한 제보 정신으로 잠깐의 해프닝에 그쳤다.

그만큼 K리그 팬들이 선수들의 이적 소식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주 관계자 또한 웃으면서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적어도 공식 발표하기 30분 전에 영입 선수 인스타그램 계정을 먼저 팔로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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