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볼보이 논란’에 가려진 승강PO의 ‘여러 이야기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가 막을 내렸다. 특히나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역사에 남을 결과를 내며 마무리됐다. 이 경기를 통해 강원FC는 1부리그 생존을 확정지었고 대전하나시티즌은 내년 시즌에도 2부리그에 남게 됐다. 승강 플레이오프 1,2차전 두 경기를 통해 나온 이 결과는 누구에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결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엄청난 승부였고 그 결과 또한 흥미로웠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남은 건 볼보이 논란 뿐이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강원FC 유소년 선수들로 구성된 볼보이들이 심각한 경기 지연 플레이를 하면서 논란이 됐다. 승리한 강원FC도 온전히 이 생존의 기쁨을 누릴 수 없고 패한 대전 측에서도 공식적인 말은 아끼고 있지만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해당 볼보이들의 플레이는 페어플레이에 위배되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분명하다. 대전 선수들에게 공을 반대로 굴려주거나 아예 건네주지도 않는 건 직무유기다. 이건 홈 어드벤티지의 ‘적당한 수준’을 넘어섰다. 여기에 이영표 대표의 실언이 기름을 부었다.

아쉬운 건 볼보이 논란 하나로 이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전부 뒤덮였다는 점이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에 관한 보도는 온통 볼보이 뿐이다. 워낙 민감하고 자극적인 주제이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경기에 나오지 않은 이가 이 어마어마한 명승부의 주인공처럼 비춰지고 있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1,2차전을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 이 경기는 볼보이 논란 외에도 우리가 흥미롭게 바라볼만한 다양한 스토리가 내재돼 있었다. 훗날 2021년 승강 플레이오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 볼보이가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정도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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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경기에서 한국영의 투혼이 덜 조명받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한국영 자체로도 이번 경기는 엄청난 스토리였다. 지난 시즌 뇌진탕으로 큰 부상을 입은 뒤 후유증에 시달리며 은퇴까지 고민했던 한국영은 올 여름에는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안고도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고통을 줄여주는 주사를 맞으며 경기에 나섰고 더 이상 이 주사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하지만 이날 한국영은 또 다시 선발 출장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뽑아내는 드라마를 썼다. 한국영은 경기가 끝난 뒤 그 동안의 힘들었던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경기 전후 양 팀의 설전도 대단했다. 평소 점잖던 K리그에서의 감독 모습과는 달랐다. 볼보이 논란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황당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나는 이번 경기를 전후로 펼쳐진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 전 대전 이민성 감독은 “이제 최용수 감독도 2부리그를 경험해 봤으면 한다”고 했고 최용수 감독은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자 “나도 감독으로서 상대팀 감독을 흔들어보고 다 해봤는데 결국 내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경험 많은 지도자로서 초보 감독에게 한 방 먹이기도 했다.

마사의 스토리는 또 어떤가. 대전의 일본인 미드필더 마사는 올 시즌 한국어 인터뷰를 통해 “승격, 인생 걸고 합시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후 대전은 파죽지세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는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뒤 “2차전에서는 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강원을 이기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다. 재미있는 건 마사의 원소속팀이 강원FC라는 점이다. 올 시즌 강원FC에서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한 마사는 여름 추가이적 시장을 통해 대전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런 그가 마지막 관문에서 원소속팀을 만났고 여기에 도발에 가까운 멘트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스토리다. 그의 도움으로 골을 넣은 선수 역시 강원에서 넘어온 이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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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직전 만난 최용수 감독은 마사의 발언에 굉장히 불쾌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치고받고 빼앗고 뺏기는 게 축구다. 모 선수가 이야기하는 압도적인 경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마사’라는 이름도 꺼내지 않고 ‘모 선수’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최용수 감독에게는 마사의 발언이 계속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생존이 확정된 후 기자회견장에서도 “1차전이 끝나고 마사가 2차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 친구의 실수였지 않나 싶다. 우리를 자극시켰다. 여러분들도 잘 알지만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마사와 강원의 관계, 그리고 여기에 최용수 감독의 반응까지 우리는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단지 볼보이 논란 하나 만으로 이번 승부가 온통 먹물 투성이가 되는 것 같아 아쉽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영 역시 마사를 의식한 듯 이런 말을 했다. “선수라면 밖에서 말하는 것 보다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 마사가 인생 걸고 승격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나도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벨기에전을 앞두고 축구 인생 걸고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는데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결과를 내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결국 말은 조용해 지고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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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 문제는 해당 볼보이들과 강원FC가 잘못한 게 맞다. 여기에는 그 어떤 옹호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가 볼보이 논란만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안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설전과 스토리가 있다. 2차전이 끝난 뒤 승격에 실패한 이민성 감독은 “마음 아프지만 최용수 감독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머뭇거리다 한숨을 쉰 뒤 “지금은 이야기를 못 하겠다”면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이지만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는 이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흥미롭다. 그런데 온통 이 경기에 대한 리뷰에 볼보이로만 향하니 아쉽다.

대전은 비록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역사적인 도전에 멋지게 임했다. 패했지만 누구도 대전이 못했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폭적인 투자를 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강원은 1차전에서 패한 팀은 100% 강등이라는 역사를 끊어냈다. 원정 1차전을 0-1로 패한 뒤 홈 2차전에서도 선취골을 내주고도 연이어 네 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은 건 역사에 길이 길이 남을만한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대전도 박수를 받아야 하고 볼보이 논란과 이영표 대표의 실언 등을 제외한다면 강원 선수단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900명의 대규모 원정단을 꾸린 대전 팬들의 이야기도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대전이 4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소문에 강원FC의 반응도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최용수 감독이 골키퍼로 이광연을 내세운 이유도 흥미로웠다. 최용수 감독은 상대 공격수 바이오가 키는 크지만 직접적인 슈팅보다는 동료들에게 떨궈주는 플레이를 주로 해 순발력이 좋은 이광연을 선발로 기용해 대박을 쳤다. 하나 하나가 다 이슈가 될만한 스토리인데 우리는 너무 지금 그라운드 밖 볼보이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명승부가 볼보이 논란 하나로 막장 경기인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아쉽다. 볼보이 논란과는 별개로 이 경기에 숨겨져 있던 스토리를 하나씩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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