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강릉=김현회 기자] 하루 만에 또 다시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탄생했다.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남이 대구를 4-3으로 제압하고 FA컵 우승컵을 따낸 것이었다. 지난 1차전 홈 경기에서 0-1로 패해 우승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던 전남은 적지에서 대구를 잡아내며 감격적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주거니 받거니 골을 기록한 두 팀의 맞대결은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하루 뒤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강원FC는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 202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4-1 승리를 거뒀다. 지난 8일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강원은 이날 선제골을 내준 뒤 연이어 네 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강원은 K리그1 생존을 확정지었고 대전은 7년 만의 승격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두 팀 감독은 하루 전 열렸던 FA컵 결승 2차전 대구-전남전을 언급했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민성 감독은 “1차전을 이기고 2차전을 앞두고 조심해야 할 게 방심하지 말자는 것이다”라면서 “어제 FA컵에서 좋은 경기를 봤고 선수들도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다. 선수들이 잘하는 분석적인 축구를 하면서 상대를 압박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민성 감독은 “전남이 본인들 홈에서 0-1로 지고 2차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절함과 절실함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도 그걸 보면서 자칫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런 경각심을 나 스스로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1차전 원정 경기를 1-0으로 이기며 유리한 상황에서 2차전 홈 경기를 치르고도 우승컵을 놓친 대구처럼 되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이민성 감독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최용수 감독도 곧바로 FA컵 이야기를 꺼냈다. 최용수 감독은 “1차전에서 원정의 불리함을 안고 싸워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반의 반도 못했다”면서 “2차전에서도 우리가 불리한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어제 FA컵에서도 승패가 뒤집혔듯이 우리가 정상적인 경기만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최대 화두는 하루 전 FA컵 명승부였다. 강원은 전남이 되길 원했고 대전은 대구처럼 되지 않길 원했다.

가뜩이나 지난 1차전에서 한 골을 앞서 있던 대전으로서는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선제골을 뽑아내며 앞서 나갔다. 이 상황이라면 강원이 세 골을 넣어야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격력이 빈약한 강원이 대전을 상대로 세 골이나 넣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은 전반 25분부터 4분 동안 세 골을 뽑아내면서 믿을 수 없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전반 26분에는 상대 이지솔의 자책골로 한 골을 뽑아내더니 1분 뒤 임채민이 헤더로 역전에 성공했고 3분 뒤 한국영이 한 골을 더 보탰다.

기세를 탄 강원은 후반 종료 직전 황문기가 한 골을 더 뽑아내면서 명승부를 4-1로 마무리했다. 하루 전 대구-전남전 명승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짜릿한 승부였다. 경기 종료 후에도 양 팀의 설전은 이어졌다. 대전 이민성 감독은 “마음 아프지만 최용수 감독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지금은 이야기를 못 하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최용수 감독은 “1차전이 끝나고 마사가 2차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 친구의 실수였지 않나 싶다. 우리를 자극시켰다. 여러분들도 잘 알지만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마사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한 한국영 역시 “인생 걸고 승격하자”는 어록을 남긴 마사에 대해 “선수라면 밖에서 말하는 것 보다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래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도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벨기에전을 앞두고 축구 인생 걸고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는데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결과를 내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결국 말은 조용해 지고 잠잠해진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명승부가 펼쳐졌고 경기장 밖에서의 설전도 길이 남을 경기였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