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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홍인택 기자] 10번째 준우승이다. 아쉬운 결과다. 그래도 문수 구장을 찾은 울산 팬들은 팀과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울산현대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시즌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홈 팀 울산은 이날 반드시 승리하고 전북이 패배해야만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에 앞서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울산 팬들도 기적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장에 직접 찾아왔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울산문수축구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축구장 입장을 위해 수많은 팬들이 길게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렸다. 남측 광장에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울산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장을 안내하는 보안 요원들은 확성기를 통해 "대기하시는 동안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를 준비해달라"라며 관객들에게 안내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울산 팬들은 우승을 향한 염원을 나타냈다. 우승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단 한가지지만 아예 없는 가능성은 아니기에 선수들이 싸워주길 원하고 있었다. 팬들은 걸개를 통해 선수들에게 먼저 메시지를 전했다. "포기 안하는 놈이 이긴다"라는 문구다.

해당 문구는 경기 시작과 함께 내려갔지만 "강한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한 것이다", "낙관은 낙담이 아닌 분발을 위한 것", "우리의 믿음을 결과로 보여줘"라는 문구는 경기 내내 걸려있었다. 울산의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울산 팬들의 우승 염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울산은 공교롭게도 리그에서 가장 많이 준우승을 거둔 팀이다. 1988년부터 총 9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결코 나쁜 성적표는 아니지만 아쉽게 1위를 놓친 기억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쉬움이 쌓이고 쌓여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 없이 커졌다. 특히 최근 울산의 이적 시장 행보에도 우승 열망이 담겨 있었다. 울산은 최근 이청용과 함께 이동준, 윤일록까지 여입하면서 공격 전력을 강화했다. 시즌 막바지에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자 신형민까지 영입하면서 구단의 기강과 정신까지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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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은 울산의 분위기였다. 울산이 먼저 두 골을 넣으면서 앞서 나갔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과 제주가 팽팽한 0-0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울산 팬들이 아닌 대구 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전북이 골을 넣고 앞서간다는 의미였다.

이때부터 울산의 홈 경기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좌절감,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기대감이 뒤섞이며 경기가 이어졌다. 울산 선수들은 경기장 분위기와 관계 없이 최선을 다했다. 아니, 대구 팬들의 환호성이 터지자 울산 선수들은 더욱 대구를 몰아부쳤다. 이에 팬들도 북소리와 박수로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

하지만 다시 한번 전북의 골 소식이 들렸다. 잠시 뒤 경기 종료 직전에 전북의 우승 소식을 알리는 대구 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자 울산 장내 아나운서는 "이번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기장은 박수와 함께 울산현대를 외치는 큰 응원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울산의 이번 시즌 여정은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팬들의 응원에 "뭉클하고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울산은 지난 AFC챔피언스리그 4강전 포항전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면서 굳게 지켜왔던 1위 자리를 전북에 내줬다. 전북현대와의 맞대결에서도 종료 직전 실점하며 승점을 내줬고 지난 수원삼성전에서는 승점 1점을 따는 데 그쳤다. 시즌 막판에 힘이 빠지며 1위를 지키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결국 울산의 우승은 또다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홍명보 감독 또한 "이번 시즌은 점수를 매기기 보단 성공과 실패로 나눠야 할 거 같다. 결과적으론 실패"라고 평가하면서도 "예전엔 실패를 하면 안된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도전 과정에서 얻는 실패라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홍명보 감독 부임 당시 주축 선수들의 이탈 움직임이 있었고 클럽 월드컵 참가 때문에 동계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조직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A매치 기간에는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으로 차출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리그를 시작했다. 팬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팀의 어려움을 잘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준우승이었지만 다른 해보다도 뜨거운 응원으로 선수들과 마지막 홈 경기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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