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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홍인택 기자] 0-2로 지고 있는 대구 팬들이 경기 중 갑자기 환호성을 터뜨렸다.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울산현대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시즌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울산과 대구의 경기는 울산이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으면서 앞서 나갔다. 울산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고 전북이 패배하면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다. 거기다가 마지막 홈 경기였기 때문에 공격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울산이 두 골을 넣으며 희망을 안고 전반전을 마친 가운데 1위 경쟁을 펼치는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는 0-0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설영우와 오세훈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실시간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상황도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심기일전으로 다시 돌입한 후반전 10분경, 경기와 상관 없는 상황에서 "우와아아"하는 환호성이 들렸다. 하지만 환호성은 울산 응원석이 아닌 대구 응원석에서 들렸다. 우승 경쟁에 시선이 맞춰져 있었기에 대구 측에서 환호성이 터진 건 다소 의아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대구는 0-2로 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대구는 경기 시작 전부터 AFC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를 위해 베스트 멤버를 꾸렸다. 울산도 전북의 경기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대구도 제주의 경기를 주시했다. 최소한 리그 3위를 차지해야 ACL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 3위 자리를 두고 대구와 제주가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주는 전북과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대구 팬들이 환호성을 지른 이유는 전북의 한교원이 득점에 성공해서다. 이어 후반 25분에도 송민규의 득점이 터지면서 대구 응원석은 다시 한번 들썩였다. 대구는 아직도 FA컵 우승이라는 높은 가능성이 있지만 만에 하나 대구가 패배하고 4위를 차지할 경우 ACL에 진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북이 제주를 상대로 득점하면서 대구는 3위 자리를 되찾았고 안정적으로 최소 ACL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쥐게 됐다.

대구 팬들이 환호하는 동안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대구 팬들의 두 번째 환호가 들릴 때는 울산 응원석에서 아주 작게나마 야유 소리도 함께 들렸다. 대구와 울산 팬들 모두 각자의 이유로 희망을 안고 경기를 지켜봤으나 결과는 전북의 우승과 대구의 3위 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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