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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주=조성룡 기자] 전북현대 홍정호가 이동국의 합류를 기원했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홈팀 전북은 후반전에 터진 한교원과 송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제주를 2-0으로 꺾고 K리그1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패배한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을 4위로 마감했다.

전북의 주장 홍정호는 한 시즌 팀을 이끌면서 결국 우승까지 이끌었다. 올 시즌 리그 36경기에 출전한 홍정호는 팀의 수비를 이끌면서 든든한 모습을 보였고 K리그1 MVP 후보까지 올랐다. 특히 홍정호는 경기가 종료된 이후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전북 홍정호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우선 일주일 동안 잠을 잘 못잔 것 같다. 많이 부담도 됐고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잠도 설치면서 경기를 준비했던 것 같다. 선수들이 이제 다같이 우승을 하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준비하면서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고 훈련도 잘 임해줬다.

감독님도 경기 전에 "이번주 준비를 너무 잘했기 때문에 별 다른 말 안해도 잘할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부담은 있었지만 이길 자신은 있었다. 결과가 잘 나와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동국에 이어 주장을 맡아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올 시즌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과 스태프와 선수들의 투표로 내가 주장이 됐다. 그 전 이동국 형이 주장 역할을 엄청 잘했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부담이 있었다. 또 선수들과 감독님이 뽑아주신 만큼 올 시즌 잘하고 싶었다. 매 경기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실 주장 하면서 "동국이 형 반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은 (최)철순이 형 등 고참들이 잘 잡아줬다. 첫 시즌 주장치고는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용과 최철순이 고참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사실 동국이 형의 역할이 너무 컸다. 팀에 있으면 안정이 되는 면이 있었다. 올해 내가 주장을 하면서 팀 전체를 보며 시즌을 같이 하다보니 내가 못본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두 명이 그런 장면을 딱딱 잡아주면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단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다. 나도 많이 배웠다.

중간에 철순이 형이 경기장에서 투지 있는 모습으로 경기를 하며 선수들에게 자극이 많이 됐다. 그런 경기를 통해 고참 형들이 경기장에서 머리 박고 넘어지며 끝까지 경기를 뛰는데 동생들이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자극을 줬기 때문에 고참 형들에게 고맙다.

경기 끝나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의미는?

모르겠다. 감독님 얼굴을 보니까 갑자기 울컥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었고 주장으로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 중반에 고비가 있었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우승을 할 수 있어서 부담을 좀 떨쳐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K리그 MVP 후보에 올라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멋지게 차려입고 시상식 가겠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했던 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모든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고 인생 수비도 나왔다. 팀에서 MVP 후보로 올려줘 좋은 기회인 만큼 꼭 받고 싶은 상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비 순간은?

아무래도 울산 원정에서 마지막 헤더를 클리어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만일 실점했다면 안됐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그 장면을 통해 우승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본인을 제외하고 수훈 선수 한 명을 꼽는다면?

모든 선수가 다 잘해줬는데 그래도 꼽자면 백승호를 꼽겠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는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백승호가 그리고 점차 우리 팀의 주축 자리를 잡으면서 부상자가 빠진 중원을 잘 메워줬다. 가운데에서 잘 지켜줬기 때문에 공수에서 다른 선수들이 잘 역할을 해낸 것 같다.

한 해씩 지나면서 우승을 하는 방법이 쌓일 것 같다. 전북의 우승 DNA가 뭔가?

모르겠다. 우승을 해본 선수들이 많다. 이번 경기도 사실 부담이 많이 됐다. 2년 전에 울산과 반대로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 울산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준비했던 것 같다. '잘못 되면 어떻게 되나'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승 해본 선수들이 많아 어떻게 해야 경기를 이기는지 알고 있었다. 이런 게 하나하나 모이다보니 큰 힘이 된 것 같다.

지난 울산전에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시즌 중반 반등의 계기는?

중간에 우리가 3연패를 한 적이 있다. 성남FC 원정에서 구스타보가 네 골을 넣고 대승을 거두면서 AFC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 그 계기로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ACL에서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해 리그까지 잘 이어졌다. 아무래도 구스타보가 성남전 이후로 본인의 역할을 잘 해줬기 때문에 마지막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동국이 세 번 전주에 방문해 큰 힘이 되준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경기장에 도착하고나서 각자 준비하면서 어느 경기와 다르게 다들 진지했고 조용했다. 그 때 동국이 형이 라커룸에 들어오면서 "형이 왔다, 승리의 요정이 왔다, 우승 미리 축하한다"라면서 분위기를 많이 이끌어줬다. 그게 나도 갑자기 마음이 그냥 안정되면서 좀 편해졌다. 선수들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셔서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몸 풀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항상 이렇게 경기장을 찾아 와주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스타라서. 그래도 중요한 경기에 와주셔서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빨리 우리 팀에 합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자리든 동국이 형이 팀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없다. 감독님과 사이도 좋은 만큼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너무 잘나간다. 방송을 많이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오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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