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전주=조성룡 기자] 포항만큼 전북도 제법 진심인 것 같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홈팀 전북은 후반전에 터진 한교원과 송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제주를 2-0으로 꺾고 K리그1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패배한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을 4위로 마감했다.

사실 전반전의 전북은 불안했다. 일찌감치 득점을 하지 못하며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전북 팬들도 믿음을 보내면서 한 켠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화장실에 줄 서있던 한 팬은 "불안한데?"라는 한 마디로 느낌을 표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지인이 "비겨도 다득점으로 우리가 우승한다"라면서 굳게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의 불안감은 일찍 사라졌다. 후반 9분 한교원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기 시작했고 약 20분 뒤에 송민규가 한 골을 더 추가하면서 우승의 '9.5부능선'을 넘었다. 이 때부터 전북 관중들의 표정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여유가 넘쳤다. 약 15분 넘는 시간 동안 관중석에서는 소소하게 우승을 미리 축하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가자마자 전북의 응원석에서는 갑자기 준비한 걸개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K리그1 2위인 울산을 놀리는 내용이었다. 우는 호랑이 그림의 '울상 호랑이'부터 '준(우승) 3연패'라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상대는 제주였지만 원정석에 울산 팬들이 있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35분 이후였다. 두 명의 전북 팬은 경기장에 제법 정성 들인 걸개를 가져왔다. 중국집 쿠폰을 패러디한 이 걸개는 '전주성'이라는 이름 아래 울산의 엠블럼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고 한 쪽 구석에 '10회 준우승 모으면 탕수육 서비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전북 팬들은 관중석의 사람들에게 이 걸개를 보여주며 천천히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서측 관중석에 이 걸개를 보여주며 호응을 유도했다. 어김없이 서측의 관중들 또한 이들에게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전북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되자 이들의 걸개는 다시 한 번 총출동했다. 전북은 K리그1 9연패를 달성한 기쁨도 크지만 그만큼 이번에도 또다시 우승 경쟁 상대인 울산을 제쳤다는 기쁨도 제법 커보였다. 전북은 3년 동안의 우승 경쟁에서 모두 웃으면서 K리그1 5연패의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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