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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홍인택 기자] 울산현대 홍명보 감독이 경기 종료 직전 팬들의 힘찬 응원에 "뭉클하고 죄송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현대는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구F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설영우와 오세훈의 득점으로 대구에 2-0 승리를 거뒀지만 동시간대 열린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이 승리하면서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울산은 전방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통해 대구를 압도했다. 전반부터 대구를 몰아치더니 설영우가 맹활약하면서 1골 1도움을 기록, 2-0으로 전반을 마치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후반전에는 김태환이 에드가의 두 번째 경고까지 이끌어내며 수적 우위를 점했으나 추가골에는 실패했다. 울산은 승리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거두게 됐다.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단을 응원했다. 다음은 울산현대 홍명보 감독 기자회견 전문.

경기 총평.

오늘로 마무리가 됐다. 올해도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오진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울산은 예년과는 달랐다. 모든 면에서 울산현대는 리그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 타이틀을 가져오진 못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나와 함께 1년을 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자부심도 느꼈다.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위기를 넘기면서 시즌 막바지까지 왔다. 오늘 경기 전 선수들과 얘기한 한가지는 지키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선수단을 성원해준 팬 여러분께 마지막 홈 경기 승리를 안겨드린 것에 만족하겠다. 이제 시즌이 끝났다. 1년 동안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할 부분도 내년을 위해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동계훈련떄부터 어렵게 시작한 시즌이었는데 2위로 마무리했다. 시즌을 돌아보자면.

시작 단계가 조금 어려웠다. 부임하면서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팀을 떠나려고 하는 마음도 있었고 선수들을 한 마음으로 묶는 게 쉽지 않았다. 동계훈련도 못했고 부족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A매치 기간도 활용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간이 이어졌다. 시작점부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과 조금씩 소통하면서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공유했고 부족한 점에 대해 소통했다. 그런 측면에서는 내 생각보다 우리 팀은 탄탄해졌다. 그 점을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팬들이 염원하던 우승은 다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일단은 우리가 부족했다. 지난해 전북을 상대로 항상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훨씬 좋은 경기 내용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지난해와는 다르게 좋은 걸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대라는 게 처음 시작을 하면서 어려웠던 시기가 올 수 있었는데 잘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9월과 10월 ACL 경기 등 종합적으로 상황이 찾아왔다. FA컵도 지고 ACL도 졌는데 당장 선수들이 이겨내는 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뛰지 못한 건 있었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경기까지 와서 항상 경우의 수를 만들게 됐다. 우리가 좀 더 잘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다. 우리가 조금 부족했다.

김영권 영입 상황은?

구단에서 정리를 한다면 발표가 될 거 같다. 당장 내년을 생각한다면 조금 쉬고 싶다. 내년을 준비하기 보다 올해 지나온 시즌을 다시 복기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할 거 같다.

K리그 사령탑은 처음이었는데 본인을 평가하자면?

모든 울산 팬들이 바라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점수를 주기엔 어렵다.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인 거 같다. 실패도 예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인 거 같다. 예전엔 실패는 하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도전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것이다. 이번 시즌을 다시 돌아보고 내년에는 앞서 나갈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할 거 같다.

설영우의 발전이 놀랍다. 

처음 오면서 선수들과 시작하고 시즌 끝났을 때 성장세를 본다면 설영우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 경기 운영과 멀티플레이어 능력 면에서 설영우가 가장 많은 성장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기 종료 직전 팬들이 크게 응원해줬다.

마음이 뭉클했다.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 홈 경기였고 그 분들을 위해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일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도 모두 인지하고 오늘 경기를 치렀다. 프로 구단은 팬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관중 제한이 되면서 울산 축구에는 아쉬움이 컸다. 올 한해 최고의 구단으로 매 경기 많은 팬들을 운동장에 모셔놓고 좋은 경기를 치렀으면 했다. 나뿐만 아니라 팬들도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라커룸 공개를 결심한 이유는?

그런 계획이 있다는 것을 부임하면서 설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팬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점을 우리가 어떻게 충족시켜줄지에 대해서 예전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부터 라커룸을 공개했고 미국에서 경험했을 때도 거기는 우리 카메라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나면 많은 분들이 들어와서 선수들과 얘기하고 인터뷰하는 걸 보면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우리 팀을 좋아하는 분들이 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수 있다고 한다면 팬들은 더욱 팀과 선수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정이 어렵진 않았다.

쉬면서 어떤 걸 가장 먼저 하고 싶나?

일단 울산을 처음 내려와서 생활하게 됐다. 울산이 내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처럼 생각하고 있다. 서울로 가지 않고 울산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면서 정리도 할 계획이다.

1년 동안 고생 많으셨다. 결과를 내지 못해서 대표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년에도 또 성적을 못낼 지도 모른다. 그래도 강한 팀과 좋은 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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