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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5일 K리그 팬들의 눈은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문수경기장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FC와 수원삼성의 수원더비는 우승과 상관이 없음에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 경기를 앞두고 수원FC는 13승 9무 15패 승점 48점으로 5위를 기록 중이고 수원삼성은 12승 10무 15패 승점 46점으로 6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5위와 6위가 바뀔 수는 있지만 리그 판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 경기는 규정상 수원FC 홈 경기였다. 올 시즌 후반기 잔디 보수 공사 문제로 수원종합운동장이 아닌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임시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수원FC는 이날 수원삼성을 안방(?)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이하 빅버드)으로 초대해 경기를 치렀다. 수원FC는 올 시즌 빅버드에서 경기를 하면서 원래 주인인 수원삼성을 존중하는 의미로 홈 응원 구역인 N석 대신 원정 응원 구역인 S석에서 응원을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수원FC 서포터스는 수원삼성 팬들에게 N석을 내주고 S석에서 응원을 진행했다.

이날 수원FC는 홈 자격임에도 원정 라커룸을 썼다. 빅버드 임시 홈 경기 내내 홈 라커를 썼지만 이날 만큼은 수원삼성이 홈 라커를 쓰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홈과 원정 구분이 애매해 지면서 동선이 복잡해졌다. 수원FC는 원정 라커룸을 썼지만 선수단 입장 시에는 홈 팀 기준인 왼쪽에 서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벤치 역시 수원FC가 홈 팀인 왼쪽, 수원삼성이 원정 팀인 오른쪽이었다. 수원FC는 그라운드 좌측에서, 수원삼성은 그라운드 우측에서 기념 촬영까지 마쳤다. 그리고는 서로 홈과 원정을 바꿔 양 팀 선수들이 단체로 움직여 진영을 짰다. 양 팀 선수단이 하프라인을 건너 ‘민족 대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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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드의 경기 전 하이라이트는 수원삼성 선수 소개다. 경험 많은 장내 아나운서가 수원삼성 선수들을 웅장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이날은 수원FC 홈 경기였고 원정팀인 수원삼성 선수들은 차분히 소개됐다. 그리고는 수원삼성 선수단의 소개가 끝나자 장내 아나운서가 웅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위풍당당 수원FC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빅버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었다. 수원FC 팬들은 ‘캐슬파크만이 우리의 집’이라는 걸개를 내걸며 수원종합운동장으로의 복귀를 기다리는 듯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자 수원삼성 팬들은 ‘REAL SUWON IS BLUE’라는 걸개로 ‘진짜 수원은 우리다’라고 대응했다.

대다수 축구팬들의 눈은 전주와 울산으로 향해 있었지만 이날 수원더비도 치열했다. 수원삼성 공격수 정상빈과 수원FC 잭슨은 몇 차례 공과 상관없는 상황에서 충돌하기도 했고 전반 41분 수원삼성 팬들의 야유가 터져 나오는 상황도 연출됐다. 수원FC 이영재가 선취골을 넣은 뒤 수원FC 선수들이 대거 수원삼성 서포터스 앞에서 도발로 보이는 듯한 골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이영재와 라스, 무릴로는 득점 이후 나란히 팔짱을 끼고 수원삼성 서포터스를 바라보며 득점의 기쁨을 누렸고 수원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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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관계자는 이 모습을 보며 논란을 예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딱히 수원삼성에 나쁜 감정이랄 게 없는데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영재는 이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그 세리머니는 수원삼성 팬분들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딱히 도발을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고 내가 올 시즌이 끝나고 군대에 갈 수 도 있는데 라스, 무릴로와 추억으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었다. 경기 전날 ‘골을 넣으면 함께 기념 촬영 세리머니를 하자’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세리머니를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후반 들어서 양 팀의 경기는 더 치열해졌다. 수원FC 정재용이 후반 10분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엠블럼을 부여잡는 세리머니를 하면서 구단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후 거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수원삼성 팬들의 야유는 커졌다. 장내 아나운서도 수 차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육성 응원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경기는 수원FC가 수원삼성을 상대로 2-0으로 이겼다. 경기 종료 후 홈 팀 자격인 수원FC는 장내 아나운서의 주도로 “한 시즌 동안 수원을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시즌 마무리 행사를 했고 수원삼성 팬들은 경기 내내 참아왔던 육성 응원을 하며 ‘수원’을 외쳤다.

두 팀이 외친 건 ‘수원’이었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경기장 한 켠에는 수원삼성을 상징하는 ‘축구수도’라는 걸개와 함께 수원FC 마스코트 장안장군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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