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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포항=홍인택 기자] 포항스틸러스 오범석이 은퇴식을 치렀다. 팬들 앞에서 눈물을 참아가며 어렵게 인사를 나눴던 오범석이 "꿈꿔왔던 은퇴식"이라며 포항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오범석은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날 오범석은 전반전 선발로 경기에 나섰고 30분만에 교체되어 나왔다. 교체되어 나오는 순간 상대 선수들의 박수와 포옹을 받고 팬들에게도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팀은 아쉽게 1-2로 패배했다. 오범석은 경기 후 펼쳐진 은퇴식에서 눈물을 참고 울먹이며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은퇴식을 치른 포항스틸러스 오범석 기자회견 전문.

은퇴 경기를 치른 소감은?

일단 져서 너무 아쉽다. 선수들이 날 위해서 이겨준다고 했는데 결과에서 져서 그게 가장 아쉽다. 나도 이제 30분 정도 뛴다고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으로 뛸지 고민을 했다. 나쁘지 않게 한 거 같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하다.

교체 아웃 당시 동료와 상대팀 선수들도 박수를 보냈다. 당시 느꼈던 기분이 궁금하다.

나는 이런 걸 외국에서나 봤다. 내가 꿈꾸던 은퇴식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신 포항 구단에 너무 감사를 드린다. 너무 영광스러운 은퇴식이었다.

은퇴를 결심한 시기는?

여름부터였던 거 같다. 부상을 한번 당하고 나서 SNS에 썼듯이 ACL 조별리그 첫 경기를 뛰고나서 종아리 부상이 한번 더왔는데 그때 이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이런 부상을 갖고 90분을 뛸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런 몸으로 원하는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축구를 못하는 게 싫었다. 지금 나이에도 잘하고 싶었다. 그런 게 은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던 거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하나 꼽자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국가대표가 된 순간이다. 어릴 때였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는 꿈을 이뤘다는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은퇴 결심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우리 아들이 3~4학년 때쯤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6학년때까지만 해달라"고 하더라. 어쩌다 보니 그 약속을 지켰다. 본인도 중학교 갈 때 내가 딱 그만두게 됐다. 와이프는 나와 5년 정도 떨어져 살고 있다. 너무 오래 떨어져 살고 있는데 은퇴를 해서 내심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선수로 뛸 수 없다는 거에 대해서 서운함도 있는 거 같다. 아들도 아빠가 집에 있으면 좋아하겠지.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까진 없다. 집에 가서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생각중이다.

팬들 앞에서 울먹거리던데.

나는 포항 유스 출신이라 나는 항상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보면서 컸다. '나도 저기서 언젠가는 뛰어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아이가 19년이 지난 지금 포항에서 은퇴를 한다. 19년 동안 축구를 해왔던 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그런 게 굉장히 울컥하게 했다.

미리 은퇴한 선배들은 뭐라고 하던가?

정조국과 이동국이 "울 거다. 안 울수가 없다.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라"고 얘길 많이 하더라. 진짜 안 울려고 마음 먹고 들어갔는데 가족들도 있고 하니까 나이 먹어서 그런지 감수성이 예민해진 거 같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열심히 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는 당연히 포함이 된다. 프로는 잘해야 한다.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축구를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는데 팀을 떠나면 누가 해야할까?

신광훈과 신진호가 있다. 그 두 친구가 내년에는 팀 중심을 잡아서 해야할 거 같다. 그 친구들도 포항 유스 출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포항이 전통을 지키면서 내년을 준비할지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다. 두 친구한테 맡겨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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