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활자 한계 뛰어넘은 성남 온라인 매거진,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구단 매거진이 종이 활자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주관하는 축구산업 아카데미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27일 성남FC와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경기가 열리던 탄천종합운동장에는 특이한 포스터 두 장이 걸려 있었다. 성남 마스코트 ‘까오’의 사진 위쪽에 ‘성남 KING 너희들 나 못 이겨’라는 문구와 대형 QR코드가 박혀 있었다. 다른 포스터가 더 흥미롭다. 해당 포스터에는 ‘Q 권경원 마킹 유니폼 받는 방법은?’이라는 문구와 함께 QR코드를 배치해놨다. 성남 팬이라면 당장 휴대폰을 들어서 QR코드를 통해 웹페이지로 들어가고 싶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다.

직접 휴대폰을 통해 QR코드를 찍어보니 곧바로 성남FC의 매치데이 매거진으로 연결됐다. (페이지 바로가기) 그동안 종이 활자 매체로 국한됐던 매치데이 매거진이 온라인 웹페이지로 확장된 것이다. 단순히 매체만 변했다면 그저 그런 시도였을 수도 있다. 이날 성남이 발행한 온라인 매치데이 매거진에는 종이 활자의 한계를 뚫고 온라인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종이 활자 매체와 가장 큰 차이점은 실시간으로 구단과 양방향 소통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존 종이 활자에서는 구단에서 소비자들에게 단방향으로 정보가 제공됐지만 성남의 온라인 매거진은 이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존 종이 활자에서 제공하던 경기정보, 입장 안내로 국한되지 않고 ‘킥오프 카운트다운’, ‘오늘의 탄천 날씨’ 등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 다양한 이벤트를 외부 링크 없이 직접 댓글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퀴즈를 맞히거나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도 준다. 온라인 매체답게 텍스트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는 독점 인터뷰 영상을 제공하면서 접근성과 가독성을 늘렸다.

한편으로는 구단 내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날 발행된 온라인 매거진에는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밸런스 게임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혼자 집들이에 가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는 ‘김남일 감독 집에 야구 배트 사들고 가기’ vs ‘마상훈 선수 집에 고데기 사들고 가기’라는 재치 있는 문항이 주어졌다. 팬들은 원하는 선택지에 체크할 수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취합한다면 구단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기존 단방향 종이 활자 매체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장치다.

구단 매거진이 종이 인쇄물에서 온라인으로 공간을 옮기면서 파생되는 효과는 더욱 의미가 깊다. 기존 인쇄물의 경우 인쇄 제작에 필요한 금전적 비용과 인력 비용을 비롯해 쓰레기 배출, 재고 소진에 대한 어려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를 온라인 매거진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에 대한 적극적인 운동이 번지고 있어 환경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K리그에서도 탄소 중립리그 캠페인 ‘그린킥오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맹 측 캠페인과도 맞물리는 작업이다.

경기장 곳곳에 붙어있는 QR코드 포스터 ⓒ 스포츠니어스

사실 해당 온라인 매거진은 성남FC 구단에서 온전히 기획한 것은 아니다. 연맹에서 주관하는 축구산업 아카데미 16기에 참여한 디자인 씽킹 프로젝트 6조 수강생들(정성범, 정채현, 조영욱, 최재혁, 최재현 이상 5명)이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연맹은 축구산업에서 활동할 인재육성을 위해 2013년부터 축구산업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15기까지 509명의 수료생을 배출, 현재 각 구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원은 16기다. 성남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FC안양, 서울이랜드 등 다른 구단에서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온라인 매거진 이벤트를 기획한 아카데미 수강생 측의 정성범 씨는 “위드코로나와 맞물려서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게 됐다. 경기 외적으로도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 관련된 걸 찾아보다가 매거진을 생각했는데 기존 종이 인쇄물은 일방적인 정보전달밖에 안 되더라. 팬들과 소통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온라인 형태의 매거진을 만들었다”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5명은 26세부터 30대 초반까지 MZ세대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정 씨는 온라인 매거진이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는 “중장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SNS같은 경우는 따로 온라인 계정이 필요하고 아무래도 중장년층이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QR코드로 연결하는 웹페이지는 다로 계정이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접속이 가능하다. 댓글을 남길 때도 로그인 절차를 제외했다. 실제로 중장년층 팬들도 많이 참여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연맹의 축구산업 아카데미 담당자 하재엽 프로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기존에 이뤄지던 수강 위주 교육에서 실무 교육을 접목하면서 더욱 현실적인 이벤트가 탄생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하 프로는 ‘고객 중심 기획’을 수강생들에게 강조했다. 하 프로는 “사람 중심 접근 방법으로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단순히 수강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고객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치게 했다”라며 기획 과정을 설명했다.

K리그는 ‘그린 킥오프 캠페인’을 통해 환경 운동을 진행중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기획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팬들의 참여가 없다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범 씨를 비롯한 5명 조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팬들의 설문을 받았고 이를 수치화하면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수강생들이 제공한 보고서에 의하면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은 유료관중은 모두 1,525명이었는데 이날 집계된 매거진 조회수는 828건으로 54.3%의 도달률을 달성했다. 보고서에는 “기대 도달률 30%보다 24% 증가한 54%의 도달률을 달성했다”라며 만족했다.

세부적인 집계를 살펴보면 팬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 매거진을 둘러본 성남 팬 71명이 웹페이지에 있는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남성이 77.5%였고 여성은 21.1%였으며 이 중 20대 참여율이 40.8%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25.4%, 40대 또한 23.9%를 기록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온라인 매거진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 중 70~80%에 해당하는 인원은 온라인 매거진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우며, 참신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향후 온라인 매거진을 재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매거진의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역시 환경 측면이다. 응답자 중 84.3%의 인원이 “쓰레기 배출 문제 개선에 매우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홈 경기 온라인 매거진 발행 총 집행 예산은 7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경제적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하재엽 프로는 “구단과 팬들의 니즈를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매거진 필요성을 파악했다. 수강생들에겐 큰 실적보다 작은 성공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수강생들이 K리그 구단의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차후 구단과 스포츠 산업 진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가 지향하는 고객 중심 사고 관점까지 더해 이전보다 확실히 이해도가 크게 늘었다”라며 수강생들의 소기 실적을 평가했다. 또한 “이 효과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효과 분석을 통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보다 구단에서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발전 가능성도 제시했다.

각 K리그 구단은 SNS 채널 등으로 팬들에게 다양한 경기 정보를 제공하지만 대형 SNS 플랫폼에도 쌍방향 소통엔 어느 정도 한계점이 있다. 때문에 구단들은 SNS와 함께 잡지 형태의 ‘매치데이 매거진’을 따로 판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종이 활자 매체 자체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드는 추세다.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팬들이 즐겨 보던 구단 발행 매거진은 온라인 형태로 점점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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