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수원삼성 염기훈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양 팀은 90분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수원삼성은 마지막 홈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고 울산은 1위 전북과의 승점 차가 2점으로 벌어졌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경기를 뛰지 않은 염기훈이었다. 그는 수원삼성 소속으로 최다 출전의 기록을 지난 대구FC전에서 세웠다. 391경기다. 이날 수원삼성 구단은 염기훈의 기념식을 진행하면서 이를 축하했다. 다음은 수원삼성 염기훈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수원에서 11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나는 빅버드에서 첫 경기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2010년에 입단했을 때 부상 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데뷔전을 늦게 했다. 그 데뷔전을 AFC챔피언스리그로 출전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수원삼성에서 391경기나 뛸 줄 알았는가?

전혀 생각 못했다. 이 팀에 오래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돌아보면 정말로 내가 이적할 수 있는 상황도 있었지만 그 때 가지 않고 남았던 것이 당시에는 아쉽지만 돌아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터닝포인트도 됐다. 내게는 어디 안떠나고 오래 있었던 것이 큰 기록을 만들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원클럽맨이 아니지만 그만큼의 사랑을 받는다. 이유가 있다면?

나도 많은 팬들이 내게 많은 사랑을 주신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서 사랑 받은 것은 아니다. 그냥 팬들과 내 마음이 비슷했던 것 같다.

나도 수원이라는 팀에 오래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 팀이 좋아졌고 이 팀이 이겼으면 좋겠고 내가 애정을 갖다보니 내가 뭔가 보여주는 것보다 좋아하는 팀을 향해 했던 모습들이 팬들께서 진심을 느끼셨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 때문에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신 것 같다.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았던 것이 의리기 때문에 더욱 응원해주신 것 같다고 생각한다.

1년씩 계약한다. 재계약 협상은?

시작은 하지 않았다.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구단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마 시즌이 끝나고 나서 결정될 것 같다. 구단이 아예 말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다.

만일 은퇴와 이적의 기로에 놓인다면?

아직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도 어떻게 보면 현역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으로 준비하지 않은 것은 맞다. 나도 내가 올해도 내년에도 욕심이 좀 더 생기는 것 같다. 80-80 기록이 많은 논란이 있지만 내 통산 기록이기 때문에 꼭 이루고 싶다. 다른 때는 욕심을 내려놓았는데 80-80에 욕심이 있어 구단과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SNS에 "이제 시작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대환 골키퍼 코치님이 나와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분이다. 주위에서 다들 내게 '축하한다'라고 할 때 나는 그저 오래 뛰다보니 이런 기록을 세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대환 코치님이 "이제서야 수원 선수들의 기록을 넘었으니 이제 시작이다"라고 하시더라. 이런 메시지는 처음 들어봤다. 다른 사람이 세운 기록을 이제야 깼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생각하지 못해 새로웠다. 그 축하 메시지가 기억이 남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SNS 댓글로 아내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던데…

가족들과 내가 현역 연장을 하고 싶다는 것은 상의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무작정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아내는 내 뒷바라지를 오래 하다보니까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항상 외부에 나와있고 떨어져서 그렇다.

이동국과 같은 선수 생활 마지막을 꿈꿀 것 같다.

축구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동국 같은 은퇴식을 바랄 것이다. 한 번 우승이 아니라 두 번 우승을 경험하면서 그 해에 최고의 위치에 있을 때 은퇴했다. 정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많이 부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은퇴한다면 정말로 기쁠 것 같다. 내년에는 정말로 내가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도 우리 팀의 우승을 보고 은퇴하고 싶다. 이동국 형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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