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합운동장에서 A매치가 자주 열리는 ‘웃픈 사연’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고양종합운동장 잔디를 선수들이 가장 좋아해요.”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이 2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신세계 이마트 초청 여자 축구대표팀 평가전’ 뉴질랜드와의 맞대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상대 자책골과 임선주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경기에는 1천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여자축구 대표팀을 응원했다.

최근 고양종합운동장이 남녀 대표팀의 새로운 홈 경기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주로 열렸던 A매치가 최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며 새로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코스타리카와의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 국가대표팀 데뷔 경기가 열린 곳도 고양종합운동장이었고 올 들어 열린 A매치의 상당수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제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게 생소하지 않다.

올 들어 지난 4월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예선 중국전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고 6월에는 카타르월드컵 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 스리랑카전, 레바논전이 모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러졌다. 지난 11일 벌어진 아랍에미리트와의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역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경기는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무려 30,152명의 관중이 들어찬 의미있는 승부였다. 27일 여자 대표팀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은 물론 사흘 뒤 뉴질랜드와의 2차전도 이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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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요건이 맞물리며 고양종합운동장이 ‘A매치 경기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단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보수 공사 문제로 경기를 열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고양종합운동장이 그 대안으로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까다롭게 경기 개최지를 따진다. 국제공항에서 150km내에 있고 차량으로 두 시간 이내에 위치한 경기장에서만 경기를 열 수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문제로 경기를 열 수 없는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경기도권 내에서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면서 “고양이나 용인, 안산, 수원 정도가 후보지다. 여기에 FIFA에서는 조도를 비롯해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더 따진다. 고양은 최근 조명도 새롭게 설치해 이 기준도 큰 문제없이 통과한다. 또한 대표팀 선수들이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다가 이동하기에도 가까운 거리다. 고양종합운동장이 여러 모로 A매치가 자주 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A매치를 유치하려는 움직임 역시 개최지를 고려할 때 반영된다.

FIFA나 AFC가 주관하는 대회가 아닐 경우라면 고양종합운동장이 아닌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양종합운동장은 가장 인기가 좋다. 이유는 잔디 때문이다. 여기에는 ‘웃픈’ 사연이 있다. 안산이나 수원 등은 프로팀이 경기장을 쓰고 있어 지속적인 경기를 하다보면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대표팀 경기를 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잔디를 관리하고 보호할 수가 없다. 특히나 혹서기 등에는 한 번 경기장을 사용하면 속된 말로 잔디가 다 뒤집어질 정도로 잔디 생육이 어렵다.

하지만 고양종합운동장은 그럴 걱정이 없다. 쓰고 있는 프로팀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이따금씩 열리는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고는 ‘개점 휴업’ 상태다. 최근에 열린 경기가 지난 11일 남자 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전이었고 그 다음 경기가 오늘(27일)이었다. 잔디가 생기 있게 복구 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나마 이번 달에야 경기가 몰려 있을 뿐 이전에는 몇 달에 한 번씩 경기가 열렸다. 잔디 상태가 매우 우수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뛰는 걸 가장 좋아한다”면서 “여기보다 잔디가 좋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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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종합운동장은 여러 모로 대표팀이 가장 선호하는 경기장이 됐다. 뉴질랜드전을 하루 앞두고 여자대표팀은 파주에서 훈련을 했지만 뉴질랜드는 경기장 적응을 위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임했다. 뉴질랜드 측도 훈련을 한 뒤 “잔디가 너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열리는 경기수가 극히 적어 고양종합운동장은 늘 최고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고양시가 대표팀 경기 개최로 톡톡히 재미를 봐 대표팀 경기를 위해 더더욱 잔디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A매치가 열릴 때마다 여러 도시를 고려하고 있지만 고양시가 유리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가올 내년 3월 이란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어디에서 열릴까.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4만석 규모의 고양종합운동장보다는 6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더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가 되면 서울월드컵경기장도 하이브리드형 잔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의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거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여러 이유로 A매치를 치를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는 지리적, 환경적 장점을 앞세운 고양종합운동장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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