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울산=조성룡 기자] 경기 전부터 경기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울산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 전 벌써부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수원FC와 전북현대의 경기 때문이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는 오후 2시에 시작했고 울산과 제주의 경기는 오후 4시 반 킥오프다. 전북의 경기 결과가 나온 뒤 울산 경기가 시작된다.

1위 전북과 2위 울산의 승점 차는 3점이다. 울산이 남은 세 경기에서 순위를 뒤집기 위해서는 전북이 한 번 이상 미끄러져야 한다. 울산은 다득점에서도 부족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많이 이기고 전북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경기가 전북과 수원FC의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기자회견실을 비롯한 경기장 곳곳에서는 전북의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들도 울산 관계자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와중에 2-0으로 앞서고 있던 수원FC가 2-2로 따라잡히자 "전북 경기가 끝난 뒤 울산 홍명보 감독이 사전 기자회견에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왔다. 전북의 경기 결과에 따라 질문의 내용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규정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울산 홍명보 감독은 전북과 수원FC의 경기 중에 사전 기자회견을 들어왔다. 홍 감독은 "전북 경기를 보지 않았다"라면서 "우리에 더 신경쓰려고 한다"라고 말했지만 그 순간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조용한 술렁임이 일었다. 수원FC의 세 번째 득점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문수축구경기장의 관중석에서도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미리 경기장에 도착한 울산 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수원FC의 경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원FC의 결승골 주인공은 2016년부터 2019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정재용이었다. 이보다 짜릿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전 기자회견이 끝나고 홍 감독에게 "수원FC가 3-2로 이기고 있다"라고 전하자 홍 감독은 "수원FC가 이겼다고?"라고 되물었다. "아직 경기 중이지만 곧 끝난다. 이길 것 같다"라고 말하자 홍 감독은 "우리는 비기기 1초 전에 골 먹혀서 지기도 했다"라면서 씩 웃었다.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국 수원FC가 끝까지 결승골을 지켜내면서 3-2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러자 문수축구경기장에서는 다시 한 번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울산 관계자들도 "수원이 이겼대요"라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제 울산이 제주를 꺾으면 K리그1 우승 레이스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겨야 가능하다. '설레발'은 금물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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