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울산=조성룡 기자] 동물도 K리그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울산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까마귀다. 수백마리에 달하는 까마귀들은 전반 10분쯤부터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하늘 위에 가득 날고 있었다. 좀처럼 보지 못하는 진풍경이다.

까마귀들은 제법 오래 경기장에 머물렀다.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하늘 위를 까맣게 덮고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이나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없을 때는 그라운드에 까마귀들의 "까악 까악"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문수축구경기장의 지붕에서 쉬다가 때가 되면 다시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일부 사람들은 굉장히 신기한 듯 까마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들이 경기장에 찾아온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울산에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2000년 무렵부터 매년 울산에 3~5만 마리의 까마귀떼가 집단을 이뤄 월동한다고.

특히 울산 태화강 지역에는 더욱 많은 까마귀가 겨울을 보내 또다른 생태관광 자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울산에 편안한 잠자리와 풍부한 먹이 등 까마귀가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을 따라 있는 삼호대숲은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까지 하면서 더욱 월동에 좋은 환경을 만든다.

게다가 문수축구경기장 주변에는 옥동저수지 등 수자원이 풍부하고 근방에 울산대공원 또한 있다. 까마귀들이 먹이 구하기에 비교적 적합한 자연 환경이 갖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까마귀들이 월동을 위한 활동을 하던 중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까마귀가 배설물을 그라운드에 떨어뜨리거나 경기장에 난입하는 등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까마귀들 또한 경기장 지붕 위를 배회했을 뿐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는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새가 날아다니는 친환경적 분위기에서 울산과 제주의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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