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수원삼성 팬들의 ‘대팍 원정기’

ⓒ'빌라웍스'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원삼성 원정팬들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 대구=김현회 기자] 수원삼성 팬들의 구매력은 어마어마했다.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는 대구FC와 수원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경기가 열렸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두 팀의 맞대결이라 김이 빠진 경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DGB대구은행파크에 처음으로 100% 관중을 받을 수 있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대구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뿐 아니었다. 수원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관중도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프로축구연맹이 원정팬 입장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실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 원정 관중 열기였다. 수원삼성 팬들은 경기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으로 모였다. ‘레전드’ 염기훈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부터 최근 가장 핫한 정상빈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이들까지 넘실댔다. 하늘색 대구 유니폼을 입은 홈 팬들도 경기장 근처로 몰렸다.

수원삼성 팬들의 구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근처 카페 주인의 인터뷰도 화제였다. 지난해 5월 경기장 ‘대팍’ 근처 카페 주인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홈팬, 원정팬 할 것 없이 줄을 섰을 텐데…”라면서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수원삼성 원정 팬들이 특히 그립다”고 말한 바 있다. 장거리 원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로 움직이는 수원삼성 팬들의 위력은 코로나19 여파 이후 더 크게 느껴졌다.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이라는 표현은 수원삼성 팬들의 남다른 구매력을 표현하는 문구가 됐다.

유관중으로 진행되고 원정팬도 받을 수 있는 대구FC-수원삼성전을 맞아 <스포츠니어스>는 당시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던 해당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카페는 현재 폐업한 상황이었다. 이 장소에는 새로운 식당이 생겨났고 유관중 경기를 맞아 손님으로 가득찼다. 홈 팀 대구FC 팬은 물론이고 구매력이 좋기로 유명한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수원삼성 원정 팬들답게 이들은 이 식당 안에서 경기 전부터 지갑을 열었다.

‘빌리웍스’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원삼성 원정팬들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해당 카페는 폐업을 했지만 이날 수원삼성 원정팬들의 구매력으로 DGB대구은행파크는 들썩였다. 특히나 수원삼성 팬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경기장 뒤편 카페 ‘빌리웍스’에도 푸른 물결이 넘쳐났다. ‘빌리웍스’는 원정 응원이 가능했던 2년 전부터도 ‘대팍’을 찾는 원정 팬들에게는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음료 외에도 크루아상과 바게트 등을 판다. 원정 응원석 바로 앞에 위치한 터라 대구 홈 팬들보다 원정 팬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빌리웍스’는 입소문까지 타고 ‘대팍’ 원정팬들에게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 됐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빌리웍스’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넘쳐났다.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구매력 좋은 수원삼성 팬들다웠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수원팬 김현용(33세)씨는 “2년 전 대구 원정을 왔을 때도 왔던 곳”이라면서 “꼭 여기가 맛집이어서 찾는다기보다는 ‘대팍’을 오면 의례적으로 들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만에 원정 응원을 와서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지 않은 이들 중에도 수원삼성 머플러나 트레이닝 자켓, 굿즈 등으로 멋을 낸 이들이 많았다.

축구 커뮤니티 ‘펨코’에는 ‘김현회 기자가 빌리웍스에 들어왔다’라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정도였다.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수원 팬 누군가의 게시글이었지만 워낙 수원팬이 많은 곳이라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빌리웍스’는 특히나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이 탄 곳이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축구팬들도 많다. 이곳에서 만난 한 수원 팬은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지만 같은 수원 유니폼을 입은 손님을 마주하면 동지애 같은 게 있다”고 웃었다.

카페에 있는 손님 중 절반은 수원삼성 팬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수원삼성 팬은 “친구들과 어제 오후에 대구에 왔다”면서 “곱창 골목에 가 곱창도 먹고 동성로에도 다녀왔다. 대구 원정을 오면 이 카페에는 꼭 들른다”고 했다. “혹시 동성로에서 그 핫하다는 헌팅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말없이 웃었다. 이 카페를 찾은 또 다른 수원팬 커플은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대팍’에 오면 ‘빌리웍스’에 꼭 와봐야 한다는 글을 봤다”면서 “정말로 이곳에 오니 원정 온 수원 팬들이 넘친다. 수원삼성 팬들의 ‘구매력’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비싼 음료만 시켰다”고 말했다.

‘대팍’의 명소 ‘이디야’를 찾은 수원삼성 팬이 조광래 대표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니어스

해당 카페 매니저는 “코로나19 여파를 받기 전에는 대구FC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각 지역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이 찾아오셨다”면서 “코로나19 이후 한 동안 발길이 끊겼었는데 다시 활기를 찾게됐다. 특히나 오늘은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다.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대구FC와 수원삼성이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카페에는 커피를 포장해 가는 수원삼성 팬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경기장 앞 카페 ‘이디야’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대구FC의 명소(?)로 꼽힌다. 대구FC 시절 조현우와 조광래 대표가 면담을 했던 바로 그 카페다. 이곳 역시 경기를 앞두고 수원삼성 팬들로 가득찼다. 매장 1층과 2층 할 것 없이 만석이었다. 가족과 함께 이 카페를 찾은 수원삼성 팬은 “대구에 어제 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명소도 들렀다”면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대한 명소는 여기 ‘이디야’였다. 바로 저 자리가 조광래 대표가 앉았던 그 자리인데 아까부터 저 자리 손님이 안 나가고 있다. 저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하나 남겨야 하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이곳 카페에도 여기저기 수원삼성 팬들로 가득찼다. 해당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이제 일한지 석 달이 조금 넘었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너무 많다”면서 “주말인 걸 감안해도 다른 주말보다 손님이 70% 이상 많아졌다. 그리고 오는 손님들마다 창가 구석 특정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디야’에는 수원삼성 팬 뿐 아니라 대구FC 팬들 역시 많았다. 취재를 하는 잠깐 사이에도 수원삼성 유니폼과 트레이닝 자켓을 입은 손님이 카페로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다는 점원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팍’ 1층 식당가에서는 수원FC와 전북현대의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로 넘쳐났다. ⓒ스포츠니어스

‘이디야’ 바로 옆 삼겹살집 ‘석삼’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이곳은 경기가 끝나면 조광래 대표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대구 팬들에게도 맛집으로 유명하다. ‘석삼’ 관계자는 “우리는 어차피 저녁 장사다”라면서 “경기가 끝나면 대구 팬과 수원삼성 팬 모두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여유 있게 웃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지만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수원FC와 전북현대전이 틀어져 있었다. K리그 팬들을 대상으로 저녁 장사를 앞두고 ‘석삼’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대팍’에는 카페와 식당 등이 경기장 1층에 나란히 입점 돼 있는 구조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광장은 물론 1층 카페와 식당에는 양 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몰렸다. 카페와 식당 마다 관중으로 가득찼다. 특히나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손님이 없는 곳이 없었다. 한 치킨집에서는 수원FC-전북현대전이 틀어져 있었다. 전북현대가 두 번째 골을 넣으며 2-2가 되는 순간 대구FC와 수원삼성 팬들은 “아 왜!”라며 탄식했다. 경기 한참 전부터 ‘대팍’은 들썩였고 특히나 수원삼성 팬들은 어마어마한 구매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경기 전부터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다가올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전 입장권 판매분만 4,500장에 달했다. 수원삼성 팬들은 원정 응원이 금지돼 경기장 한 쪽 구역에 몰려 경기를 지켜봤다. 수원삼성 관계자에게 “경기장 주변에 온통 수원삼성 팬들이 있다”고 하자 “뭘 그 정도 가지고”라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보였다. 이래서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수원삼성 원정팬들’이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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