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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충남아산FC에서 영플레이어상이 배출된 가운데 시상식을 앞두고 경사스러운 일을 준비한 구단 관계자들의 정성스러웠던 플래카드 제작 뒷이야기도 화제다.

18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대상 시상식에서 충남아산 김인균이 K리그2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김인균은 지난해 충남아산에 입단해 12경기에 출장하며 무난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박동혁 감독의 선택으로 이번 시즌에도 충남아산에 남게된 김인균은 올해 32경기에 나서 8골 2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큰 활약을 펼쳤다.

충남아산FC로서는 김인균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경사다. 충남아산FC로 이름을 바꾼 뒤 최초로 따낸 개인상이기 때문이다. 시상식 하루 전부터 구단 직원들은 김인균의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여러 개인 기록을 따져봤을 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부산아이파크 박정인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판단했다.

충남아산 홍보팀 관계자들은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17일 오후 늦게 결심을 굳혔다. 김인균의 수상 가능성이 반반인 상황에서 그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을 경우를 대비해 플래카드를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시간이 촉박해 업체에 맡길 수도 없었고 손수 제작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홍보팀 관계자들은 오후 6시에 아이디어를 내고 인근 문구점에서 재료를 급하게 구입했다. 김인균을 위해 플래카드 문구를 고민해 손수 작업에 들어갔다.

무려 네 시간에 걸쳐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 작업을 하면서 “(김)인균이가 상을 받을 수도 있다”에서 “꼭 받아야 한다”로 입장이 많이 달라졌다. 김인균이 영플레이어상을 받지 못하면 긴 시간 한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균이가 상을 받으면 몸값이 올라가서 우리 팀이 잡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면서도 열심히 만든 플래카드를 꼭 시상식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이들은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 돼서야 플래카드를 완성했다. 야근을 자청했다. 오로지 우리 팀 선수가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 뿐이었다.

결국 김인균은 이날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김인균은 무엇보다 감독과 선수들에게 인정받으며 많은 표를 받았다. K리그2 감독 10명 중 5명, 주장 10명 중 4명의 선택을 받았다. 박정인은 감독과 주장 각각 3표를 받았다. 미디어 투표에서는 박정인이 43표로, 30표를 받은 김인균보다 13표를 더 받았지만 감독과 주장 투표를 뒤집을 만큼 격차를 벌리진 못했다. 100점 만점 환산 점수는 김인균 39.24, 박정인 35.55였다.

ⓒ충남아산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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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균의 이름이 호명되자 충남아산 홍보팀 관계자들은 김인균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 얼굴을 플래카드로 가리고 섰다. 플래카드에는 ‘인균주의보’ ‘부동산은 영끌, 김인균은 영플’ ‘목소리는 이선균, 축구는 김인균’ ‘꽃보다 인균’이라는 애교 섞인 글귀가 적혀 있었다. 충남아산 홍보팀 관계자는 “다소 딱딱한 시상식에서 분위기를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구단에 이런 경사가 있어서 함께 축하하자는 마음도 컸다”면서 “김인균이 상을 받아 어제 열심히 준비한 플래카드를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김인균 바로 옆에서 이들이 플래카드를 펼쳐 보인 동안 김인균은 마이크 앞에 서 “감독님과 팬 분들, 구단 직원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인균은 시상식이 끝난 뒤 구단 홍보팀 관계자들로부터 이 플래카드를 직접 선물 받고는 기쁜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인균은 이 소중한 선물을 모두 집으로 가지고 갔다. 다른 팀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열악한 환경의 충남아산FC는 영플레이어상이라는 경사스러운 일에 이렇게 모두 함께 기뻐했다. 밤 늦게까지 준비한 김인균을 위한 응원 메시지는 이렇게 무대 위에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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