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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서 제주유나이티드 주민규를 선발하지 않은 걸 두고 말들이 많다. 벤투 감독은 11일 아랍에미리트(UAE), 17일 이라크와 최종예선 5, 6차전을 치르는 가운데 주민규를 또 다시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21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주민규를 대표팀에 뽑지 않자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규를 선발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나 역시 주민규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대표팀에 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득점 2위권인 수원FC 라스를 제치고 K리그1 득점 행진에서 독주를 구축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경이롭다. 외국인 선수와의 득점 경쟁에서도 주민규는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주민규는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내가 대표팀 감독이라면 그를 뽑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벤투 감독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번에 대표팀 공격수로 분류돼 뽑힌 이들은 조규성(김천상무)과 김건희(수원삼성) 정도다. K리그1 득점 1위 공격수를 안 뽑고 달랑 두 명의 공격수를 선발했다고 하면 벤투 감독이 욕 먹기 딱 좋다. 황의조(보르도)가 부상인 가운데 공격 자원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조규성과 김건희 뿐인 공격 자원에 K리그1 득점 1위 공격수를 추가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럴 듯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벤투호에는 공격수가 조규성, 김건희 단 둘이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미드필드로 분류돼 있지만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송민규(전북현대), 엄원상(광주FC) 등도 모두 공격수로 분류할 수 있다. 정통 스트라이커를 조규성과 김건희 외에 한 명 더 뽑는 게 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공격수가 추가되지 않아도 수긍이 간다.

또 다른 논점으로도 바라보자. 벤투 감독이 이 대목에서 정당한 비판을 받으려면 주민규 대신 뽑지 말아야 할 선수를 뽑았어야 한다. 그러면 그건 당연히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조규성과 김건희가 과연 대표팀에 뽑히지 말아야 할 공격수인가. 군 입대 이후 피지컬까지 키운 조규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한 공격수고 김건희의 최근 기량이야 말할 것도 없다.

K리그에서 득점력 빈곤에 허덕이고 있거나 컨디션이 바닥인 선수를 주민규 대신 뽑았다면 비판할 수 있지만 조규성과 김건희도 당연히 대표팀에 뽑힐 만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까운 건 주민규를 뽑지 않아 벤투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이 조규성과 김건희의 기량까지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벤투 감독을 옹호하는 이들도 주민규의 기량을 깎아 내리고 있다. 상대를 깎아내서 논리를 완성하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주민규는 당연히 대표팀에 갈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그의 경쟁자들 역시 대표팀에 뽑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은 "공격수를 고려할 때 득점만 보는 건 아니다. 우리 플레이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할지 압박과 수비 가담 등을 본다. 예를 들어 황의조는 최근에 대표팀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중요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더 친절하게 벤투 감독이 대표팀 발탁 기준을 설명해야 할까. 나는 주민규를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는 비판이 온전히 주민규를 위해서가 아니라 벤투 감독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주민규는 K리그에서 대단한 기록을 쓰고 있고 나 역시 그가 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이게 과연 현재 대표팀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뜨거워질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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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6골을 넣은 공격수 김건희와 올 시즌 K리그2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조규성을 뽑아놓고 올 시즌 K리그1 21골을 넣은 공격수 주민규를 안 뽑는다고 단편적으로 바라보면 꽤 자극적인 주제다. 하지만 김건희와 조규성은 골 수와 뛰는 리그와는 별개로 충분히 대표팀에서 활용 가치가 있다. 이런 건 제발 벤투 감독이 알아서 하도록 좀 놔두자. 벤투 감독이 한국인이었으면 또 무슨 인맥 어쩌고 했을 생각에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렇게 따지면 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다 비판할 수 있다. 요새 펄펄 날고 있는 김현(인천유나이티드)도 왜 안 뽑았는지, 경험 많은 공격수가 한 명은 필요한데 양동현(수원FC)에게는 왜 기회를 주지 않는지, 성장세를 따지면 당연히 경험을 더 쌓게 해야할 오세훈(울산현대)은 왜 발탁하지 않았는지 벤투 감독이 다 해명해야 하나. 사공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건 주민규를 위한 비판이 아닌 것 같아 더 씁쓸하다. 벤투 감독을 흔들기 위해 주민규가 이용되는 것만 같다. 당장 내일이 중요한 일전인데도 여전히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에 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 기준을 충분히 설명했고 주민규는 주민규대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뽑으면 된다. 벤투호 흔들기도 좀 적당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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