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김건희에게 동명이인 질문한 게 무례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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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김건희를 향한 한 기자의 질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김건희는 경기 파주NFC에서 진행한 소집 훈련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시점에 ‘명성’이 가려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는 농담조 질문을 했다. 여기에 김건희는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그분을 이기려면 엄청나게 잘해야 할 것 같다”면서 “내가 아니라 그분 기사만 나오니 가족들이 더 속상해하시더라. 내가 잘해서 그분을 이기도록 하겠다”고 웃어넘겼다.

이후 일부 매체에서 해당 질문에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 질문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에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지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질문을 한 기자가 김건희에게 “그 분의 사법처리를 바란다”거나 “그 분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진지한 정치적인 답변을 바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다소 팍팍한 취재 현장에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질문은 이후 인터뷰 분위기도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을 위해 기자들이 일부러 ‘우문현답’을 위한 빌드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시즌 막판 중위권에 위치해 동기부여가 부족한 팀 선수에게 “사실상 시즌이 끝났는데 남은 경기를 어떻게 뛸 것인가”라고 물으면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기자가 ‘우문’을 던지면 ‘현답’을 하라는 ‘티키타카’다. 동명이인에 관한 질문에 김건희가 “그 분을 이기려면 더 잘해야한다”고 답한 건 이 ‘티키타카’의 전형이다. 정말 기자가 동명이인 질문을 하면서 진지한 답변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 선수가 현명하게 대처하면 선수가 더 빛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될 게 뭐가 있나. 이 정도 가벼운 질문도 허용되지 않으면 뼈를 때리는 질문도 하기 어려워 진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만 하는 지루한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뷰에 응하는 이가 불쾌해하면 그건 실패한 질문이다. 하지만 취재진들도 대충 다 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직업인 이들인데 농담을 정색하며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아예 하지도 않는다. 김건희가 평소에 이런 농담에도 차분하게 잘 받아치는 걸 알기 때문에 던질 수 있던 질문이었다. 나는 이번 질문이 논란이 될 만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도 실명을 언급하기에는 어렵지만 재미없는 이들에게는 그냥 형식적인 질문만 하게 된다.

얼마 전 나도 비대면 라이브 방송으로 김건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 전 리허설 때 “좀 까불어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김건희도 흔쾌히 동의했다. 실제 라이브 인터뷰에서는 김건희에게 동명이인 질문을 대놓고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정치계에서는 함부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축구계에서는 마음껏 외칠 수 있습니다”라면서 김건희의 이름을 연호했다. “수원삼성 후원사인 도이치모터스도 외치겠습니다”라고도 했다. 물론 김건희에게 관련 질문을 한 건 아니다. 분위기를 푸는 차원에서 혼자 속된 말로 ‘쇼’를 했다. 김건희 인터뷰를 한 시간 넘게 하는데 동명이인 이야기 한 마디 못하면 그냥 웃음기 없는 지상파 스포츠뉴스 인터뷰 아닌가.

며칠 뒤 부산아이파크 안병준과도 또 다시 비대면 라이브 인터뷰를 했다. 안병준과 대화를 하는데 북한 국가대표 이야기를 묻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어떻게 물을까 고민하다가 “국적 스토리를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좀 설명해 주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안병준은 이에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북한 대표팀에 관련한 이야기도 물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궁금한 걸 묻는 게 기자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뿐 아니라 현장에서 고생하는 많은 이들이 맥락 없이 불쾌하게 질문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분위기를 보고 그 사람의 앞뒤 관계를 따져가며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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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건희의 대표팀 입소 인터뷰 당시 현장에 없었다. 대표팀 소집 현장 인터뷰는 너무 뻔해서 잘 안 가게 된다. 진지하게 대표팀 입소 소감을 묻는 정도다. 그런데 김건희의 동명이인 질문처럼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가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취재진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누구도 불쾌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 질문이 오갔단다. 뭐 속으로 ‘무슨 저런 질문을 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건 또 그 생각 자체로도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말 한 마디 못하면서도 질문 수준을 따지는 이들보다는 그래도 눈치 보지 않고 궁금한 걸 묻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인터뷰가 끝난 뒤 몇몇 매체에서 이게 무례한 질문이었다는 식의 기사를 냈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를 낸 이들을 단 한 번도 현장에서 본 적이 없다. 이 무례한 질문이 논란이었다는 기사를 쓴 기자들의 기사 목록을 살펴보니 이들은 여자 연예인 SNS 선정성 논란 기사를 내고 유튜브 감상평을 쓰는 이들이었다. 비슷한 논조로 기사를 쓴 또 다른 기자는 주로 해외토픽을 번역해 쓰는 기자였다. 정작 현장에서 이 인터뷰를 공유한 이들은 아무도 논란을 제기하지 않는데 책상에 앉아 기사를 찍어내는 이들이 논란을 만든다. 이쯤 되면 ‘논란을 만들어서 논란이다’라고 해야 맞는 말 같다.

‘국가대표 선수에게 무례하게 동명이인 질문이나 하는 기레기’ 프레임을 씌우는 이들이 정작 현장이 아닌 책상머리에 앉아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질문 수준을 논하는 이들이 현장에 와서 수준 있는 질문을 좀 해주셨으면 좋았으련만 그들은 여자 연예인 SNS를 찾아 또 다른 논란을 스스로 만들고 해외토픽을 번역하느라 바쁘다. 참고로 나는 이번 김건희 동명이인 기사를 작성한 이와 친분이 거의 없다. 인사만 하는 정도다. 그는 이동국이 은퇴할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다음에는 어디에서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라는 멋진 질문을 한 기자다. 당시 이동국은 “이제는 제가 기자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게요”라고 답했다. 질문과 답변에 감탄이 나올 만한 ‘명장면’이었다.

질문하는 사람은 늘 고민이 많다.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물어야 한다. 선을 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 뻔한 질문만 해서도 안 되고 분위기도 풀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건희에게 가볍게 동명이인에 관한 질문을 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도 못하면 그냥 대표팀에서 어떤 각오로 뛸 건지 뻔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은 논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나도 11일 오후 2시에 전북현대 한교원, 12일 오후 6시에 인천유나이티드 김현과 우리 유튜브 채널에서 비대면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한다. 장난도 치고 때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려 한다. 이 선수들의 답변이 궁금하면 <스포츠니어스>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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