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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누군가는 대구를 지웠지만 누군가는 고통을 안고도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대구FC의 이야기다.

대구FC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FC와의 경기에서 한 골을 먼저 내주고도 두 골을 기록하며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31일 치렀던 제주전 0-5 대패 이후 경기 외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던 터라 이번 승리가 더욱 귀하다.

이날 대구의 역전 승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에드가의 두 골로 승리했지만 에드가 외에도 팀에 헌신하는 선수들이 많은 희생을 치렀다. 특히 이날 경기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선수들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대구는 승리가 필요했고 간절한 모습이었다.

전반이 끝나자마자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대구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는 정태욱이 전반 종료 휘슬과 함께 운동장에 쓰러졌다. 정태욱은 오랫동안 운동장에 누워 고통스러워했고 구단 내 의료진 직원도 정태욱의 옆을 계속 지켰다. 정태욱은 한참을 누워있더니 힘겹게 일어나 절뚝이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진용 또한 정태욱과 함께 있으면서 허리와 엉덩이 부근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라커룸에 들어갔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정태욱의 걸음걸이는 후반전 플레이에 대한 우려를 낳기 충분했다. 그렇기에 후반전을 앞두고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태욱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후반전에도 경기에 나섰다. 결국 2분 후 다시 쓰러지면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더이상은 뛸 수 없다는 신호였다.

경기 후 이병근 감독은 정태욱의 부상과 교체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정태욱은 하프타임을 통해 계속 경기를 뛸 수 있을지 확인 과정을 거쳤다. 이에 정태욱은 "아프지만 나가서 뛰어보겠다"라고 말했다. 비록 더는 뛸 수 없는 상황이었을지라도 정태욱은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이진용 또한 부상을 안고 뛰었다. 자세한 부상 부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두 번째 경고를 받은 이진용은 직접 걸어나오지 못했고 들것에 실린 상태로 퇴장 조치를 당했다. 이진용은 터치라인 바깥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계속 얼굴을 감싸며 일어나지 못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퇴장에 대한 미안함과 부상에 대한 속상함이 겹쳐 보였다.

이진용 퇴장 이후 경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과정에서 세징야도 상대 진영에서 쓰러지며 근육 통증을 호소했다. 세징야는 그러면서도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와 몇 분을 더 뛴 다음 이근호와 교체됐다. 김진혁 또한 쓰러지고 터치라인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조진우가 대신 들어갈 준비를 했으나 김진혁은 재차 발을 디디며 계속 경기를 소화했고 조진우는 다시 조끼를 입었다. 투입이 무산된 조진우를 두고 다른 선수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조진우를 격려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병근 감독은 또 다른 비화를 전했다. 이날 경기 에드가의 동점골을 도왔던 장성원도 몸이 성치 않았던 것이다. 이 감독은 "장성원이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걸 다 참고 이겨내줬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장성원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했다.

반면 정승원의 행보는 이들과 대조적이다. 일명 '노마스크 할로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병근 감독은 끊임 없이 정승원의 출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24일 수원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정승원이 팀에 대한 헌신을 하려고 하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젠 구단 징계를 통해 정승원은 잔여경기 동안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서 거론된 세 선수 중 유일하게 정승원만 이 논란에 대처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구와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지우면서 대구 팬들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겼다. 이병근 감독은 "아직 승원이와 만나보지 못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면서도 "프로라면 스스로의 행동이나 언행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수원FC전 승리 이후 "정태욱과 장성원, 에드가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경기 잘하고 나면 행동이나 말에서 들떠있는 모습이 나온다.특히 올림픽에 갔던 선수들 등이 마치 스타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한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겸손한 모습이 필요하다. 부상에서 다 낫지 않았지만 나가는 선수들, 어린 선수들, 그동안 경기를 뛰지 않다가 뛰는 선수들이 정말 팀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야 팀이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어떤 선수들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뛰었다. 어떤 선수는 포지션도 바꿨고 퇴장에 한참동안 얼굴을 감싸며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뛴 선수들은 모두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어떤 선수는 팀을 지워냈다.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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