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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달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송시우와 김현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따냈다. 지난 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인천은 이로써 2연승을 내달리게 됐고 12승 7무 15패 승점 43점으로 7위로 올라섰다. 이날 패배로 서울은 9승 10무 15패 승점 37점으로 파이널B에서의 힘겨운 도전을 이어나가게 됐다. 안익수 감독은 서울 부임 이후 6경기 연속 무패(3승 3무)를 기록하다가 첫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는 치열한 승부였다. 이날은 故김남춘의 1주기 기일이었다. 김남춘은 지난 해 10월 30일이 하늘로 떠났다. 하루 뒤인 지난 해 10월 31일 서울은 안방에서 인천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고 서울 선수단은 고인을 추모하는 비통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정팬이 출입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일부 인천 팬들은 1-0으로 승리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쁨을 표현했다. 인천 김도혁도 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한 뒤 SNS로 사과했다. 1년 후인 이날 경기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걸개가 내걸렸고 복잡한 감정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이 경기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났다.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기 전 입장하는 관중의 소지품을 검사했고 이 과정에서 황당하고도 섬뜩한 물품도 압수됐다. 서울 팬 중 극소수가 야구 방망이와 손도끼를 반입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 사실은 즉각적으로 연맹에 보고됐다. 손도끼를 가방에 넣고 반입을 시도하다 적발된 해당 팬은 “캠핑용 손도끼였다”고 해명했다. 연맹은 보고서를 토대로 이 사건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손도끼를 반입하려던 관중은 서울 모 고등학교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구단 측은 “연맹의 조치와는 별개로 해당 팬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입장 금지 등의 조치도 따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FC서울 서포터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故김남춘의 기일에 인천과의 맞대결 일정을 잡은 연맹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감독관은 “타팀이나 연맹에 대한 비판 걸개는 걸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걸개 철거를 지시했고 인천 관계자들과 안전요원이 현장으로 가 걸개 철거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울 팬들은 안전요원을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안전요원에게 “일당 10만 원도 못 받는 XX들이 가오 잡는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경기 후 해당 발언에 큰 상처를 받은 안전요원이 구단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선을 심하게 넘는 발언이었다”면서 “이 발언을 들은 안전요원이 경기 이후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용을 구단에 전달했다. 구단에서도 이런 발언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안전요원과 함께 있던 인천 관계자는 이 사실을 구단에 서면으로 보고했다. 당시 걸개 철거와 관련해 안전요원의 요청에 서너 명의 팬들이 안전요원을 향해 이 발언을 했다고 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해당 발언은 <스포츠니어스>의 현장 취재 과정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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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직전에는 인종차별 발언도 나왔다. 후반 종료 직전 1-0으로 앞서고 있던 인천 네게바는 수비 진영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서울 선수들이 공을 바깥으로 차 내는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이후 아길라르가 “서울 선수들이 네게바가 부상 중인데도 공을 밖으로 차내는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서울 선수들과 충돌했고 네게바 역시 상대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네게바와 기성용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 팀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관중석에서는 욕설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치열했던 경기인 터라 양 팀 선수들과 관중의 감정도 격해져 있었다.

그런데 서울 원정 응원석에서 이때 네게바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이 나왔다. 일부 관중은 네게바를 향해 “너네 나라로 꺼져. 이 니그X 새X야” “커피콩 같은 X” “커피우유 새X” 등을 크게 외쳤다. 흑인인 네게바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당시 경기장에 있던 다수가 직접 들었고 인천 구단에도 당시 근처에 있던 관중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인천 구단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당시 안전요원들이 가슴에 ‘체스트캠’을 차고 있어 원정석 근처에 있던 안전요원들의 영상 녹화 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는 지정석으로 운영돼 ‘체스트캠’에 담긴 증거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당 발언을 한 관중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스트캠’의 화질이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안전요원들이 한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경기 내내 관중석을 이동해야 했다”면서 “정확히 ‘체스트캠’에 당시 증거가 잡혔을지는 모르겠다. 또한 화질도 아직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화질이 좋지 않으면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단은 당시 ‘체스트캠’ 영상을 다 뒤져 증거를 모을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당시 안전요원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행위와 인종차별 발언 등은 경기 감독관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구단이 파악한 내용이라 아직 연맹에 보고서로 전달이 되지는 않았다.

인천 구단은 이날 경기를 치른 뒤 31일과 11월 1일이 대체 휴무일이다. 오는 11월 2일 출근을 해 업무에 임한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화요일에 출근해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라면서 “이후 연맹에 보고할 것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연맹의 조치와 별개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인싱공격성 발언과 인종차별 발언은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유나이티드와 FC서울 경기의 후폭풍은 거세다. 이 경기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원정팬에게 개방된 첫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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