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훈훈함과 살벌함이 공존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송시우와 김현의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따냈다. 지난 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인천은 이로써 2연승을 내달리게 됐고 강원FC를 4-1로 대파했던 서울은 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날은 故김남춘의 1주기 기일이었다. 김남춘은 지난 해 10월 30일이 하늘로 떠났다. 하루 뒤인 지난 해 10월 31일 서울은 안방에서 인천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고인을 추모하는 비통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정팬이 출입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일부 인천 팬들은 1-0으로 승리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쁨을 표현했다. 인천 김도혁도 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한 뒤 SNS로 사과했다.

올 시즌 파이널 라운드 일정이 확정된 뒤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어났다. FC서울은 오는 30일 인천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파이널B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정 공지 이후 박주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박주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정이 참 아쉽다”면서 “물론 관심밖의 일이라면 모를 수도 있고 세세하게 알아보고 일정을 짤 수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아픈 날이다. 일정만 봐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박주영은 ‘배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경기 전 인천 팬들은 추모 걸개 하나를 내걸었다. ‘그대와 함께 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다가 오랜 만에 관중을 받은 경기였다. 故유상철 감독이 하늘로 떠난 뒤 처음으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관중이 찾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 동안 추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던 인천 팬들이 故유상철 감독을 위해 처음으로 경기장에 메시지를 걸었다. 하지만 인천 팬들은 故유상철 감독을 지칭하지 않고 ‘그대’라는 말을 썼다.

인천 관계자는 “‘그대’라는 의미에는 많은 게 내포돼 있다”면서 “故유상철 감독님은 물론 1년 전 하늘로 간 故김남춘 선수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비록 상대팀 선수였지만 딱 1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故김남춘도 함께 추모하는 메시지였다. 지난 해 10월 31일 맞대결에서 논란의 당사자가 됐던 인천으로서는 故김남춘을 추모하면서 나름대로 서울 팬들을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천 팬들은 故김남춘의 등번호를 추억해 서울 팬들이 전반 4분 추모의 박수를 보내자 반대편 골대에서 같이 박수를 쳤다. 훈훈한 광경이었다.

서울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팬들은 전반 4분 故김남춘을 추모하는 박수를 치면서 걸개를 내걸었다. ‘4ever with YOO 남춘’이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서 ‘YOO’는 파란색, ‘남춘’은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YOO’는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의미였고 인천의 상징인 파란색으로 글씨를 썼다. 수호신 김주한 콜리더는 “경기 전 따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때 이 걸개를 들려고 했는데 따로 추모의 시간이 있지는 않았다”면서 “그래서 故김남춘을 추모하는 전반 4분에 이 걸개를 걸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나란히 하늘로 보낸 양 팀 팬들은 서로에게 위로를 전했다.

ⓒ스포츠니어스

인천은 송시우와 김현이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송시우는 “故김남춘 선수가 제가 상무에 있을 때 같이 했었다”면서 “오늘이 기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김)도혁이 형이 감독님께 경기 전에 말씀드렸다. 경기는 열심히 하되 세리머니는 자제하자고 도혁이 형이 감독님께 전달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울 팬뿐 아니라 모든 축구팬들에게도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혁이 형도 (지난 시즌 서울전과 관련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김도혁은 서울 서포터스석으로 가 인사를 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훈훈한 모습만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경기 도중에도 양 팀 선수들은 치열하게 충돌했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로 수도권 경기장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다가 다시 관중에게 개방된 경기였고 원정팀 팬들도 경기장을 찾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기 전 입장하는 관중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육성 응원이 금지된 터라 서포터스의 메가폰은 경기장 입구에 잠시 맡겨 놓아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당하고도 섬뜩한 물품도 압수됐다. 서울 팬 중 극소수가 야구 방망이와 손도끼를 반입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 사실은 즉각적으로 연맹에 보고됐다. 손도끼를 가방에 넣고 입장하려던 팬은 "캠핑을 갔다가 곧바로 경기장에 오느라 손도끼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팬들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고인을 추모하면서 상대를 존중했지만 극소수의 팬들은 달랐다. 경기 도중에도 야유와 욕설이 터져나왔다. 훈훈하면서도 살벌한 경기였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