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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파이널 라운드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FC서울 박주영이 일정과 관련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 라운드의 일정과 대진이 확정됐다. 10월 30일, 31일 열리는 34라운드부터 12월 4일, 5일 열리는 38라운드 최종전까지 각 팀별로 다섯 경기씩 치르게 된다. '파이널A'에 진출한 6개 팀은 우승과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위한 경쟁을, '파이널B'에 속한 6개팀은 K리그1 잔류를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런 가운데 FC서울은 오는 30일 인천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파이널B 일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일정 공지 이후 박주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박주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정이 참 아쉽다”면서 “물론 관심밖의 일이라면 모를 수도 있고 세세하게 알아보고 일정을 짤 수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아픈 날이다. 일정만 봐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박주영은 ‘배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지난 해 10월 30일은 FC서울 소속이던 故김남춘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FC서울은 다음 날인 10월 31일 인천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를 치렀고 이날은 고인을 추모하는 비통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정팬이 출입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일부 인천 팬들은 1-0으로 승리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쁨을 표현했다. 인천 김도혁도 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한 뒤 SNS로 사과했다. 박주영은 故김남춘의 기일에 인천과 다시 격돌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연맹의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울 선수단과 팬들에게는 아픈 날이다.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일정을 확인한 뒤에는 연맹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인천전에서는 김도혁의 K리그 통산 200경기 출장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고 원정팬들의 입장도 허용된다.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하필이면 이날 인천과 서울이 격돌한다는 건 충돌의 우려가 있다. 박주영이 SNS를 통해 전한 ‘소신발언’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故김남춘의 기일에 두 팀이 다시 격돌하는 걸 두고 연맹이 너무 스토리를 짜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연맹 입장에서도 일정을 짜면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았다. 감정적으로는 이날 인천-서울전을 개최하는 게 상식 밖일 수 있지만 연맹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날 경기를 해야하는 이유도 있었다. 일단 연맹은 일정을 짤 때 몇 가지 우선 사항을 고려했다. 파이널 라운드 전까지 홈에서 17경기를 치른 팀은 파이널 라운드에 접어 들면 홈에서 두 경기, 원정에서 세 경기 배정이 원칙이다. 파이널 라운드 전까지 홈에서 16경기를 치른 팀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홈 세 경기, 원정 두 경기를 원칙으로 한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팀이 동등하게 홈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연맹 관계자는 “이 원칙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일정을 짜보니 홈 경기를 17번 한 팀 중에서도 파이널 라운드에서 세 번의 홈 경기를 줘야하는 경우도 생겼고 16번 홈 경기를 치른 팀 중에서도 두 경기만 파이널 라운드 홈 경기를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럴 경우 높은 순위의 팀에 홈 경기 우선권을 부여했다. 올 시즌 17번 홈 경기를 치른 팀 중 파이널 라운드에서 홈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이 어쩔 수 없이 생겼고 그 중 순위가 가장 높은 포항이 홈 세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올 시즌 16번 홈 경기를 한 팀 중 홈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세 경기가 아닌 두 경기만 치러야 하는 팀도 한 팀 선정해야 했다”면서 “그 중 순위가 가장 낮은 제주가 홈 경기를 두 번만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모든 팀들은 올 시즌 네 번의 맞대결을 홈에서 두 번, 원정에서 두 번 치르는 게 원칙이다. 올 시즌 홈에서 현재까지 17경기를 치른 인천과 서울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각각 홈 두 경기, 원정 세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인천과 서울은 올 시즌 서울 홈에서 두 번 붙고 인천 홈에서 한 번 대결했다. 인천-서울전이 이번에는 인천 홈에서 열려야 한다. 그래야 홈과 원정에서 두 번씩 격돌하게 된다.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인천은 안방에서 서울과 포항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위해 11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23일 알 힐랄과 경기를 펼치고 돌아온다.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포항 선수단은 입국 후 PCR 검사를 받은 뒤 인천에서 하루를 또 대기해야 한다. 연맹은 인천의 남은 두 번의 홈 경기인 서울전, 포항전 일정을 짤 때 포항의 동선을 고려했다. 인천-포항전이 오는 11월 28일 인천 홈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건 코로나19 방역과도 연결이 돼 있어 변동이 어렵다.

그렇다면 인천이 치를 수 있는 서울전 홈 경기 일정은 10월 30일이나 10월 31일밖에 없다. 이 날이 아니면 앞서 언급한 연맹의 경기 일정 배정의 원칙이 깨지고 형평성이 무너진다. 여기에 연맹은 30일에 파이널B 세 경기를 하고 31일에 파이널A 세 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변수는 FA컵 4강전이었다. 강원이 오는 27일 FA컵 4강전을 치르게 돼 광주-강원전은 30일에 여는 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맹은 이에 따라 광주-강원전과 수원-전북전 일정을 바꿨다. 파이널B는 30일에 여는 게 기본 원칙이어서 인천-서울전은 변동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여러 조건을 따지다보니 인천-서울전은 10월 30일에 인천 홈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을 비롯해 故김남춘을 사랑한 이들은 30일에 열리는 인천전에 대해 일정상의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연맹으로서도 이날이 아니면 모든 조건이 성립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가 어려웠다. 연맹 관계자는 “절대 고인과 관련해 의도해서 짠 일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토로한 박주영의 말도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연맹도 고심 끝에 의도치 않게 이날 경기를 해야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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