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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파이널 라운드 일정과 대진이 확정된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경기가 눈에 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 라운드의 일정과 대진이 확정됐다. 10월 30일, 31일 열리는 34라운드부터 12월 4일, 5일 열리는 38라운드 최종전까지 각 팀별로 다섯 경기씩 치르게 된다. '파이널A'에 진출한 6개 팀은 우승과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위한 경쟁을, '파이널B'에 속한 6개팀은 K리그1 잔류를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대결도 많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역시나 11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맞대결이다. 현재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2위 울산의 이 경기는 승리 팀이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전북은 리그 5연패에 도전하고 울산은 ‘만년 준우승’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재미있는 건 이 대결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울산은 파이널 라운드 돌입 전 경기까지 1위를 고수해오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성남FC에 덜미를 잡히며 2위로 내려앉았다. 당시 전북은 제주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극적으로 1위를 탈환했다. 전북과 울산은 나란히 18승 10무 5패 승점 64점을 기록한 가운데 다득점에서 58점으로 54점을 기록한 울산에 전북이 앞섰다.

전북이 1위, 울산이 2위로 파이널 라운드 직전까지 경기를 마쳐 전북현대가 1위 팀 자격으로 홈 경기 개최권을 가지고 갔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 시즌 전북-울산전이 세 번 열렸는데 전북 홈에서 한 번, 울산 홈에서 두 번이 열렸다”면서 “그래서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전북 홈에서 경기를 여는 게 원칙이었다. 기존 순위와는 상관이 없다. 홈과 원정에서 각각 두 번씩 맞붙는 게 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사항이다”라고 전했다.

연맹은 어떤 원칙으로 경기 일정을 짰을까. 12개 팀이 11경기를 치러서 로빈 라운드 한 번을 완성하고 이 세 번의 로빈 라운드를 거친 뒤 파이널 라운드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정을 짤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연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올 시즌 38경기 중에 홈 경기를 19번, 원정 경기를 19번 배정하는 게 원칙이다”라면서 “파이널 라운드 전까지 열리는 33번의 경기 중 홈 경기를 17번 한 팀이 있고 16번 치른 팀이 있다. 홈 경기를 17번 한 팀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홈 경기를 두 번 배정하고 홈 경기를 16번 소화한 팀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세 경기를 배정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팀이 동등하게 홈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연맹 관계자는 “이 원칙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일정을 짜보니 홈 경기를 17번 한 팀 중에서도 파이널 라운드에서 세 번의 홈 경기를 줘야하는 경우도 생겼고 16번 홈 경기를 치른 팀 중에서도 두 경기만 파이널 라운드 홈 경기를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럴 경우 높은 순위의 팀에 홈 경기 우선권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맹 관계자는 “올 시즌 17번 홈 경기를 치른 팀 중 파이널 라운드에서 홈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이 어쩔 수 없이 생겼고 그 중 순위가 가장 높은 포항이 홈 세 경기를 치르게 됐다”면서 “반대로 올 시즌 16번 홈 경기를 한 팀 중 홈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세 경기가 아닌 두 경기만 치러야 하는 팀도 한 팀 선정해야 했다. 그 중 순위가 가장 낮은 제주가 홈 경기를 두 번만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연맹은 모든 변수와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해 일정을 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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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흥미로운 일정도 있다. 오는 11월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수원FC와 전북현대의 맞대결이다. 이 경기는 수원FC의 홈 경기지만 수원FC는 올 시즌 후반기 수원종합운동장 잔디 보수 공사 문제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임시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다. 수원FC 팬들은 원래 이 경기장의 주인인 수원삼성 팬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홈 응원석이 아닌 원정 응원석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수원삼성 서포터스의 상징과도 같은 구역인 N석은 비워놓고 S석에서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FC가 전북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S석 응원을 펼칠 경우 전북현대 서포터스가 N석에 대거 집결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수원삼성 입장에서는 사이가 좋지 않은 전북현대 팬들이 빅버드 N석에서 응원을 하는 불편한 광경을 목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북현대는 AFC 챔피언스리그 4강 당시 울산현대 서포터스에 전주월드컵경기장 N석을 내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북현대 서포터스가 빅버드에서 수원삼성 서포터스의 구역에서 녹색 전북 유니폼을 입고 ‘적에게 자비란 없다’라는 걸개를 내건다면 이 장면은 K리그 역사에 남는다.

오는 11월 28일 열리는 인천-포항전에는 작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 이 경기 전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위해 11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23일 알 힐랄과 경기를 펼치고 돌아온다. 이미 인천전을 제외하고 홈 경기 세 번 개최 일정이 짜여진 상황에서 포항은 28일 경기를 원정에서 치러야 했다. 연맹은 고심 끝에 포항이 장거리 원정 이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 경기를 인천 원정으로 배정했다. 포항은 일정상 이 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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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관계자는 “이 일정은 우리가 신경을 쓴 건 맞다”면서 “포항 선수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돌아온 뒤 PCR 검사를 받으면 또 인천에서 하루를 대기해야 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가 원정 경기를 위해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건 일정상 포항에 너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포항이 일정 배분 원칙상 인천 원정 경기는 한 번 치러야 해 인천전을 28일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포항은 23일 입국해 24일 PCR 검사가 나오면 인천에서 포항으로 내려가지 않고 곧바로 28일 열리는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12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FC와 수원삼성의 경기 역시 관심이다. 이 경기는 일정 규정상 수원FC의 홈 경기로 열리지만 이 경기장은 수원삼성의 오랜 홈 경기장이고 수원FC는 임시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수원FC가 주인이고 수원삼성이 방문객이 되는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수원FC 관계자는 “우리가 수원삼성을 상대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홈 라커와 벤치 등을 모두 수원삼성이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맹에 문의한 결과 이는 양 구단의 협의가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규정에는 홈 라커와 원정 라커를 어디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건 딱히 없다”면서 “‘원정팀 라커를 배정해 줘야한다’ 정도의 규정이 있을 뿐 규정상 이걸 꼭 어디로 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지는 않다. 양 팀이 협의하면 수원삼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홈 라커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11월 7일과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보수 공사 문제로 FC서울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성남FC, 강원FC를 만나 경기를 펼치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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