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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산=홍인택 기자] 이쯤되면 정말 늑대소굴이다. 사소한 콘셉트 하나에도 진심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23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는 안산그리너스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대회의 마지막 홈 경기가 열렸다. 이날 안산은 서울이랜드를 홈으로 불러 들여 경기를 치렀다. 아쉽게도 안산은 서울이랜드에 0-3 패배를 기록하며 마지막 홈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계속됐지만 이날은 중대본의 결정에 따라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안산 측은 그동안 홈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이날 티켓 판매 가격을 1,000원으로 책정했다. 대신 입장을 원하는 팬들에겐 "백신접종 완료를 증명하는 온/오프라인 서류를 지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산이 준비한 건 단순히 티켓 가격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부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자체 패러디를 기획하면서 경기장 입구 주변에는 다양한 체험 게임 구역도 마련했다. 팬들은 경기장 입구 근처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 '홀짝'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오징어게임' 패러디로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법인이나 단체가 해당 패러디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넷플릭스가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산은 구단 상징 동물인 '늑대'를 덧입히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이날 무엇보다 안산의 진심이 드러난 모습은 경기 운영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이 늑대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장 입구에서 팬들의 입장을 도왔던 보안 직원과 알바생들은 모두 구단에서 준비한 늑대 가면을 쓰고 팬들을 맞이했다. 경기장 입구뿐만 아니라 경기장 내부에서 관중의 동선을 관리하는 인력, 홈 경기 음향을 관리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늑대 가면을 잊지 않았다. 물론 취재진과 밀접한 대화를 나누는 홍보팀 직원들도 모두 늑대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바람에 인사를 먼저 하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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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선수들의 부상이 발생할 시 들것을 들고 뛰어가는 유소년들과 볼보이 역할을 하는 유소년들도 모두 늑대가면을 쓰고 경기의 일부분으로 참여하게 됐다. 안산이 준비한 콘셉트가 절정을 맞이한 순간은 민동성 감독대행의 사전기자회견 입장이었다. 경기 전마다 약간의 긴장감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등장했던 민동성 대행은 이날 늑대 가면을 쓴 채로 당당하게 사전인터뷰에 참여했다.

민동성 대행은 기자회견 내내 늑대 가면을 쓰고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이어 "늑대 가면을 쓰고 인터뷰에 응하는 심정이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민 대행은 크게 웃으면서 "평소에는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신경쓰는 편인데 표현에 부담감이 적다"라고 전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한술 더 떠 "셀레브레이션 때 늑대 울음소리를 내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고 민 대행은 또 크게 웃으며 "좋은 생각이다. 벤치에서까지 가면은 못 쓰겠지만 골이 들어가면 한번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안산 선수단은 경기장에 입장할 때도 전원이 가면을 쓰고 운동장에 입장했다. 안산 홍보/마케팅팀은 결국 선수들에게까지 가면을 씌우며 콘셉트에 진심을 드러냈다. 특히 민동성 대행의 늑대 가면 소식을 기사로 접한 <스포츠니어스>의 김현회 기자는 "자기네 정식 감독 아니라고 막 굴리네 쯧쯧"이라며 혀를 찼지만 이날 경기장에 온 구단 직원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이 가면을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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